[EN:터뷰]정성화 "이 악문 21년 뮤지컬 인생, 지금도 절실해요"
'콰지모도'로 열연…"아직 갈 길 멀어요"
뮤지컬 21년차…"관객의 환호는 연습에 대한 보답"
6번째 시즌을 맞은 '노트르담 드 파리' 한국어 공연에서 처음 '콰지모도' 역을 맡은 배우 정성화(49)의 바람이다.
2018년 이후 6년 만에 돌아온 '노트르담 드 파리' 한국어 공연은 프랑스 '성 스루'(Sung-through·대사 없이 노래로만 진행) 뮤지컬의 대명사다.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를 둘러싼 세 남성의 욕망과 사랑 이야기를 아름다운 음악으로 풀어내는 이 작품은 프랑스 차트에서 44주간 1위를 차지한 '아름답다'를 비롯해 '대성당의 시대' '보헤미안' 등 명곡이 즐비하다.
정성화는 6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오드포트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2009년 무렵 '노트르담 드 파리' 공연을 처음 보고 음악이 너무 좋아서 언젠가 꼭 해보고 싶었는데 이제야 꿈을 이뤘다"며 "음악이 주는 에너지가 대단한 작품이다. 무대 위에서 저와 관객 모두 음악을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콰지모도'는 노트르담 대성당의 종지기다. 추악한 외모를 가진 꼽추이지만 '에스메랄다'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순정파다. 시종일관 구부정한 자세로 노래를 부르는 게 쉽지 않을 터. 정성화는 "여기가 태릉선수촌인가 싶게 근육훈련을 많이 해서 연습 시작하고 몇날 며칠 앓아 누웠다. 코어가 무너지지 않으면 소리가 잘 나온다"고 했다.
정성화는 "공연 끝날 때쯤 사랑해주고 싶다는 연민을 불러오는 '콰지모도'가 목표"라고 했다. "첫 공연 끝나고 한 관객이 '너무 청아한 콰지모도'라는 리뷰를 남겼어요. 그 글을 본 후 캐릭터를 다시 연구했죠. 연기적으로 충분히 다가서야 '콰지모도'라는 인물이 관객에게 감동을 주겠구나 싶어서 노래와 표현을 분리했어요. 보컬적인 부분에서는 저음역대와 넓은 음역대를 많이 썼고요."
'콰지모도' 역은 윤형렬과 양준모가 번갈아 연기한다. 정성화는 "이 작품의 터줏대감인 윤형렬은 연습 과정에서 꿀팁을 저한테 아낌없이 전수해줬다. '영웅' '장발장' '미세스 다웃파이어' 등 여러 작품에서 함께 한 양준모와는 더 돈독해져서 거의 전우애를 느낀다"고 웃었다.
고난도의 역동적인 안무를 완벽하게 소화하는 댄서들에게도 고마움을 표시했다. "댄서들의 위대한 몸짓을 보면서 세상에는 잘하는 사람이 엄청 많구나, 인간적으로 겸손해져야 겠구나 다시 한 번 깨달았죠. '노트르담 드 파리'를 윤형렬은 300회, 댄서인 이재범(Tiger)는 1천 회 넘게 했어요. 저는 갈 길이 아직 먼 것 같아요."
어느덧 뮤지컬 배우 21년차. 1994년 SBS 3기 공채 개그맨으로 연예계 생활을 시작한 그는 2004년 '아이 러브 유'로 뮤지컬 무대에 데뷔했다. 이후 '영웅'(안중근 역) '레미제라블'(장발장 역) '킹키부츠'(롤라 역) 등에 출연하며 최정상급 뮤지컬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꽃길만 걸었던 건 아니다. 2004년 드라마 '카이스트'에서 정만수 역으로 인기를 주목받았지만 인기는 오래 가지 않았다. "'카이스트' 이후 거짓말처럼 일이 딱 끊겼어요. 그때 뮤지컬 '아이 러브 유'를 만났고 남경주 선배님과 공연하면서 이렇게 해야 롱런할 수 있구나 느꼈죠. 계속 발전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를 악물었어요."
정성화는 "'아이 러브 유' 첫 공연 때 관객의 함성 소리를 듣고 눈물 흘렸던 기억이 잊히지 않는다"고 했다. "무대에 서는 배우들에게 가장 큰 칭찬은 관객의 환호성과 박수에요. 제가 2시간 30분 동안 공연한 것에 대한 격려이자 연습해온 것에 대한 상이죠. 이것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으려면 연습을 열심히 할 수밖에 없죠. 지금도 절실하게 하고 있어요."
"대표작이 생각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배우가 할 일"이라는 그는 "공연할 때마다 똑같이 잘 부르는 건 굉장히 어렵다. 공연을 많이 했지만 이 정도면 됐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며 "제가 바리톤 음색이라서 고음을 더 개발하고 싶다. '노트르담 드 파리'가 끝나면 레슨을 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2022년 뮤지컬 영화 '영웅'에 출연해 호평받았던 정성화는 "뮤지컬 영화에 계속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뮤지컬 영화 불모지잖아요. 최근 흥행한 웡카'에서 보듯 관객들이 해외 뮤지컬 영화는 부담 없이 받아들이는 반면 국내 뮤지컬 영화는 오그라든다고 해요. 뮤지컬 영화가 꾸준히 제작되어야 피드백을 듣고 관객에게 한 발짝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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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문수경 기자 moon03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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