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격전지 르포] '5선 vs 친문비서관' 공주 삼세판 혈투

양영석 2024. 3. 10.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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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박수현 세번째 대결…"대통령 일하게 1당 돼야" vs "다른인물 뽑아야"
"정치인생 정점, 6선의원 필요" vs"진정성 알아주고 있어…이번엔 바꾸자"
총선 3번째 맞붙는 정진석·박수현 (공주=연합뉴스) 양영석 기자 = 4·10 총선 공주청양부여 선거구에서 맞대결하는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과 박수현 전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이 공주의 한 행사장에서 만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공주=연합뉴스) 양영석 기자 = "대통령이나 나라를 생각하면 국민의힘을 다수당으로 만들어줘서 일을 하게끔 해줘야지. 지금은 민주당이 다 막고 있으니 일을 못 해"(80대 공주 산성시장 상인)

"5선이면 한 사람이 너무 오래 하는 것 같다. 지금 정권을 봐도 민주당 시절보다 부족한 느낌이 들어서 새 인물이 나타났으면 좋겠다"(40대 공주 봉황동 주민)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한 달여 앞둔 6일, 공주 시민들은 오랫동안 곁에서 함께한 두 정치인의 어쩌면 마지막일지 모를 대결을 신중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인구 10만의 소도시 공주에서는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전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비서관의 세 번째 혈투가 벌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측에선 대통령·도지사·시장과 원팀을 만들 수 있는 힘있는 후보가 국회의원에 당선돼야 한다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정권·대통령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실망으로 바뀌었으니, 그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날 공주 산성시장 주변 곳곳에는 투표를 독려하는 붉은색·파란색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다.

거리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속마음을 바깥으로 잘 드러내지 않는 충청인 특유의 성향 탓에, 선거의 '선' 자만 꺼내도 뒤도 안돌아보고 도망가거나, "그런 거 왜 물어봐유"라는 싸늘한 반응이 대부분이었지만, 두 후보를 사이에 두고 깊은 고민에 빠진 것만큼은 숨길 수 없었다.

제민천 주변에서 만난 60대 유권자는 "기자 양반도 잘 알겠지만, 정 의원이 이번에 당선되면 국회의장에 나설 수 있고, 대통령에게 힘을 보탤 수 있다"며 "그런데 박수현 전 비서관도 고생한 걸 아는데 외면하기 쉽지 않아서 사람들이 많이 고민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이번에 6선에 성공하고 여당이 다수당이 되면 단숨에 국회의장 후보군으로 떠오른다.

한 시대에 공주를 고향으로 꼽는 대통령과 국회의장을 동시에 배출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푼 유권자들이 상당했다.

특별히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한 30대 여성(공주 신관동)은 "정 의원이 단순히 5선을 했다고 생각하면 그만할 때도 됐는데, 6선에 성공해서 국회의장에 도전할 수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분명 지역 발전에 큰 도움이 되는 건 사실 아니냐"고 반문했다.

반면, 열세인 정당 지지도를 극복하기 위해 같은 지역에서 10년 가까이 고군분투하는 박수현 개인의 진정성을 높이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또다른 30대 여성(공주 월송동) 유권자는 "정당 정치를 선호하는 입장에서 이번엔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으면 좋겠다"며 "박수현 후보의 성실함, 진실성에 더 호감이 간다"는 생각을 밝혔다.

충남 11개 선거구 가운데 최대 빅매치로 꼽히는 공주·부여·청양 선거구는 고(故) 김종필·이완구 전 총리의 정치적 고향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곳이다.

특히 부여·청양은 충남 보수의 성지로 불릴 정도의 탄탄한 지지 기반을 갖고 있다.

지난 20대, 21대 두 번의 총선 대결에서 정진석 의원이 모두 승리했다.

보수세가 강한 부여·청양은 정 의원이 강세를 보였지만, 공주에서는 박 전 비서관이 두 번 모두 앞섰다.

부여·청양 지역보다 인구가 월등히 많은 공주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는 것은 박 전 비서관의 강점이지만, 공주에서 두 사람의 득표차가 줄어든 것은 그에게 불안 요소다.

바로 인근 세종시로 빠져나간 젊은 유권자들이 좀처럼 공주로 돌아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바람이 거셌던 지난 21대 총선에서는 정 의원이 2천264표(2.2%포인트) 차이로 금배지를 지켜냈다.

박빙 상황에서 후보 개인에게 힘을 실어줄 중앙당의 지원이 절실하다.

그러나 선거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서 두 후보가 직접 밝힌 중앙당에 거는 기대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정 의원은 "국민의힘은 한동훈이라는 미래 지도자의 등장으로 선거 판도가 바뀌었다"며 "정권·대통령 심판과 같은 과거 회기가 아닌, 국민들과 앞날을 생각하는 미래지향적인 선거로 만들었다"고 호평했다.

이에 반해 박 전 비서관은 "중앙당의 공천 논란을 극복하려면 제가 좋은 정책을 제시해 중도층을 공략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하루빨리 중앙당이 대안을 제시해 민생경제 경쟁으로 국면을 전환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6선 성공, 충남 첫 국회의장 도전" vs "5선 의원 피로감, 이제 바꿔야"

공주 산성시장을 돌고 있는 정진성 국민의힘 의원 [양영석 기자]

산성시장 골목길에서 만난 정 의원은 "공주 출신의 윤석열 대통령 당선 후, 공주 민심은 변했다. 장담하는데 올해는 분명 공주에서도 이길 수 있다"며 "저는 지금 정치 인생의 정점을 지나고 있는데, 이제 국민들에게 보답하는 정치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대 후보도 장점이 있겠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아니다. 제가 당선되는 것이 지역 발전에 더 큰 도움이 된다"며 "6선에 성공해서 충남 첫 국회의장이 나올 수 있도록, 국민의힘을 제1당으로 만들어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지지 부탁하는 박수현 전 청와대 비서관 [양영석 기자]

봉황중학교 신입생 입학식장을 돌며 지지를 호소한 박수현 전 비서관은 "지난 2번의 낙선 이후에도 정성·진심을 다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을 바꾸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며 "고향이 공주라고 주장하는 윤 대통령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는데, 그에 대한 민심 이반도 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시간 저의 피나는 노력과 성실함이 이번 양자 대결 결과에 반영되길 바란다"며 "8년 전 공주 단독 선거구에 부여·청양이 합쳐졌을 때 유권자 마음을 얻으려면 10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는데 드디어 이번에 기회가 왔다. 제 도전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young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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