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격전지 르포] 천안갑 '국방차관' vs '친명계' 재대결
申 "발로 뛰는 선거운동 주력" vs 文 "승리로 국정 기조 바꿀 것"
(천안=연합뉴스) 유의주 기자 = 충남 천안갑 선거구는 4년 전 21대 총선에서 불과 1천328표 차로 당락이 엇갈렸던 국민의힘 신범철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현 의원 간 '리턴매치'가 성사돼 충남에서 손꼽는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지난 선거에서 석패한 뒤 윤석열 정부 초대 국방부 차관으로 1년 5개월간 재직하면서 이름값을 높인 신 후보와 대표적 친명계로 알려진 문 후보의 재대결은 누구도 결과를 섣불리 예측하지 못할 정도로 치열해 보인다.
총선 격전지 순회에 나선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4일 첫 방문지로 이 지역을 찾고,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오는 11일 방문해 간담회를 하기로 한 것도 여야 모두 이곳을 놓칠 수 없는 승부처로 인식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제법 찬 바람이 불던 지난 6일 오후 5시께 신범철 후보는 젊은 층이 많이 오가는 동남구 신부동 천안종합터미널 일대에서 홍보용 피켓을 뒤집어쓴 채 명함을 돌리느라 부산했다.
신 후보가 대학생으로 보이는 20대 남녀에게 명함을 건네자 이들은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반면, 구두수선점에 앉아 있던 60∼70대가량의 남성은 이번 총선에서 누구를 뽑을 생각이냐고 묻자 "그런 걸 어떻게 말하나. 일 잘하고 중앙에서도 이름 있는 후보를 찍을 것"이라고 답했다.
한 장년층 시민은 신 후보에게 먼저 다가와 손을 내밀며 "지난번에 아깝게 진 걸 알고 있다. 이번에는 분위기가 아주 좋은 것 같다. 열심히 하시라"고 격려했다.
신 후보는 "4년 전에 비해 유권자들이 명함을 잘 받아주시는 것 같다"며 "그때는 당 지지율이 낮았었고, 지금은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어서 그런 것 같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보수성향이 강한 유권자 지형이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겠느냐고 하자 "2000년 이후 20여년 동안 보수당이 승리한 적이 한 차례밖에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신 후보는 남은 기간 선거운동 방향에 대해 "이렇게 걸어 다니면서 상가를 방문하고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배우고 고충도 들어주고, 그걸 토대로 해서 공약도 만들고 하는 게 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직접 밑바닥에서 발로 뛰는 선거운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같은 날 오후 3시께 민주당 문진석 후보는 천안시 동남구 청수동 농협하나로마트 앞에서 마트 손님들을 상대로 얼굴 알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문 후보는 "이곳은 아파트 단지가 많은 신도시 지역이라서 호응하는 분위기가 좋은 것 같다"며 "투표율만 높았으면 좋겠다"며 기대감을 보였다.
여성들이나 장년층이 대부분인 시민들은 "4년 동안 열심히 했습니다. 4년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고 말하며 문 후보가 건네는 명함을 받아 들고는 무표정하게 종종걸음을 쳤다.
40대로 보이는 한 여성은 "저는 원래 민주당 지지자예요"라며 두손을 들어 문 후보에게 파이팅을 주문하기도 했다. 다른 주민도 "일 많이 하신 거 안다. 열심히 하시라"며 격려했다.
카트를 끌고 가던 80대가량의 한 어르신은 "어디서 많이 뵌 분 같다. 한번 더하면 많이 바꿔라. 즐겁게 해라"라며 문 후보의 손을 잡았다.
이런 가운데 60대로 보이는 한 여성은 문 후보에게 "맨날 싸운 것밖에 기억 안 나요"라며 내미는 명함조차 거절한 채 싸늘히 돌아섰다.
문 후보는 "싸웠다고 말하는 분들은 대개 보수 성향의 분들이 많은 것 같다"고 귀띔했다.
문 후보는 "무능한 윤석열 정부에 맞서 시민의 삶을 지키고 잘못된 국정 기조를 바꾸는 정치인이 될 것"이라며 "지난 4년의 성과를 바탕으로 천안갑 지역에서 변화가 멈추지 않도록 기관차와 같은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두 후보의 공약을 보면 신 후보는 GTX-C 노선 천안역 조기 착공, 신부·성정역 신설, 키즈테마파크 원도심 유치, 독립기념관 내 대한식물독립파크 조성, 동부 6개 읍면 스마트팜 랜드 구축, 청수역·구룡역 전철 1호선 단계적 신설 등을 내세웠다.
문 후보는 천안의 천안외곽순환도로(신방∼목천 구간) 추진, 천안∼청수∼독립기념관∼오창∼청주공항 철도 연결, 천안 도심 철도 지하화. 천안역 증개축 완공, 천안 외곽순환도로 완성, 동부스포츠센터 완성 등을 제시했다.
직접 들어본 지역 민심도 엇갈렸다.
천안종합터미널 앞에서 만난 회사원 홍모(43)씨는 누구를 찍을지 묻자 "문 후보를 찍을 것"이라며 "정권 심판을 위해서"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천안역 부근에서 손님을 기다리던 60∼70대로 보이는 택시 기사는 "신 후보를 찍을 것"이라며 "민주당이 싫고, 이재명이 싫어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재명이 지금 10여개 범죄 혐의를 받고 있지 않으냐"며 "일반인이라면 몰라도 법을 지켜야 할 변호사가 음주운전을 했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동남구 안서동 일대에서 만난 40대 회사원은 누구를 찍을지 아직 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현 정권을 지지하는 입장도 아니지만, 민주당 후보들이 주로 승리해온 이 지역에서 수십 년째 크게 변한 게 없다"며 "원도심 재개발도 지지부진하고 불당동 등 다른 지역처럼 집값이 뛰는 것도 아니며, 특색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소외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중앙에서 큰일을 하고 온 후보도 있으니 일말의 기대감도 있다"며 "우리 세대가 민주당 지지 세대지만 이런 상황을 고민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천안갑 선거구에는 두 후보 외에 천안시의원을 지낸 개혁신당 허욱 후보도 예비후보로 등록해 선거 결과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ye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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