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격전지 르포] 증평진천음성, '검경 출신' 리턴 매치
"혁신도시 표심이 당락 좌우할 듯"…후보들 표밭갈이 '사활'
(증평·진천·음성) 윤우용 기자 = "집권여당 후보(경대수)를 뽑아야 더 발전하는 것 아녀?"
"그동안 임호선이 일을 잘해왔잖여. 앞으로도 잘할 것 같아 그에게 한표를 던질 생각이여"
지난 6일 충북혁신도시인 진천군 덕산읍 두레봉공원에서 만난 이모(78)씨는 이번 총선에서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경륜과 능력 있는 집권 여당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논리를 펴며 국민의힘 경대수 후보 지지 의사를 밝혔다.
반면 이씨와 담소를 나누던 조모(70)씨는 바로 손사래를 치며 더불어민주당 임호선 후보에게 한표를 던지겠다고 맞받았다.
충북혁신도시는 통칭 '중부 3군'인 증평·진천·음성 선거구의 최대 격전지로 꼽힌다.
지역 정가는 이곳에서의 성적표가 승패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입을 모은다.
진천군 덕산읍과 음성군 맹동면에 걸쳐 조성돼 '한 지붕 두 가족'으로 불리는 충북혁신도시는 2013∼2019년 한국소비자원 등 11개 공공기관이 이전하면서 신도시의 면모를 갖췄다. 대단위 아파트단지와 상가 등 인프라가 형성되면서 인구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출범 직후인 2015년 8천200명이던 혁신도시 인구는 지난달 말 기준 3만777명(진천 2만1천892명, 음성 8천885명)으로 증가했다.
도내 기초자치단체인 단양군 인구(2만7천655명)보다 3천여명이나 많다.
충북혁신도시는 상대적으로 젊은 층이 많이 거주한다. 민주당 강세 지역으로 꼽혀 왔던 배경이다.
21대 총선 때 혁신도시 선거 결과는 임 후보의 국회 입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덕산읍과 맹동면에서 임 후보는 8천977표를 얻었지만, 경 후보는 5천515표를 획득하는 데 그쳤다. 이곳에서 두 후보 간 표 차는 3천462표에 달했다.
임 후보는 혁신도시에서의 낙승을 바탕으로 중부 3군에서 총 5만4천126표(50.68%)를 얻어 5만1천81표(47.83%)를 기록한 경 후보를 제치고 금배지를 달았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올해 리턴매치 선거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올지는 예측할 수 없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 충북혁신도시에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후보보다 2천864표 더 얻었지만 표 차는 21대 국회의원 선거 때보다 다소 줄었다.
경 후보는 혁신도시 유권자 표심의 변화를 이끌기 위해 부단히 발품을 팔아 왔다.
임 후보 또한 '어게인 2020년'을 외치며 부지런히 표심을 공략하고 있다.
임 후보는 진천군, 경 후보는 음성군에 주소를 두고 있다.
두 후보 모두 이 지역 표밭갈이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경 후보는 8일 오전 7시 30분부터 덕산읍의 한 아파트 사거리에서 손을 흔들거나 허리를 깊게 숙이면서 출근길 유권자들에게 인사했다.
그는 이날 기자와 만나 "지역발전을 위해 왜 경대수가 필요한가를 중부 3군 군민께 설명하고 설득해 나갈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공교롭게도 같은 시간 왕복 2차로 도로를 사이에 둔 곳에서는 임 후보가 허리를 숙이며 거리 인사를 했다.
임 후보는 "중부 3군의 변함없는 발전과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재선에 도전했다"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두 후보는 거리 인사 도중 만나 환하게 웃으며 악수하고 함께 "화이팅"을 외치기도 했다.
후보들은 신발 밑창이 닳도록 분주히 표밭을 다지고 있지만, 선거가 30일가량 남아서인 아직 지지 후보를 정하지 않았다는 유권자도 적지 않았다.
혁신도시 중심가에서 승용차로 5분가량 떨어진 맹동성당 인근에서 만난 박모(57)씨는 "공약을 자세히 보고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는 인물을 뽑겠다"며 말을 아꼈다.
혁신도시 내 두레봉공원에서 만난 한 70대도 "그 사람이 그 사람이다. 누구를 뽑을지 아직 정하지는 않았다"이라며 서둘러 자리를 떴다.
진천군과 음성군에 맞닿아 있는 증평군은 아직 선거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은 듯했다.
증평군민 서모(40)씨는 "진천, 음성과 달리 증평의 경우 선거 분위기가 좀처럼 달아오르지 않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증평 장뜰시장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윤모(68)씨는 "이번 선거에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고 했다.
중부 3군 선거는 검찰과 경찰 고위직을 지낸 두 후보의 리턴매치로 시선을 끈다.
임 후보는 경찰청 차장을 지냈고, 경 후보는 제주지검장을 지냈다.
21대 총선에서는 선거 2개월 전에 정치권에 입문한 임 후보가 재선의 경 후보를 꺾는 파란을 일으키며 국회에 입성했다.
이번 선거는 4년 전과 반대로 임 후보가 경 후보의 도전을 받는다.
자유통일당 소속으로 경찰청 정보관 출신의 표순열 증평새벽교회 목사도 예비 후보자로 등록했다.
하지만 거대 양당 후보보다 조직 등에서 열세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역 정가에서는 현역 프리미엄을 안은 임 후보가 다소나마 유리한 선거전을 펼칠 것이라는 전망과 관록의 경 후보가 힘 있는 집권당 후보라는 점을 앞세워 재기에 성공할 것이라는 전망이 공존한다.
이 때문에 투표함을 열어봐야 결과를 알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두 후보는 정당 지지도는 팽팽하다고 보고 선거기간 정책 대결로 승부를 본다는 전략이다.
경 후보 측은 "성장과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활력 넘치는 경제도시 중부 3군' 건설을 위해서는 여당의 3선 중진 '심부름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규모 국책사업을 지역으로 끌어오고 다양한 복지정책을 실행할 수 있는 사람, 지역에서 터를 잡고 누비며 주민의 목소리를 대신할 사람은 경대수뿐"이라고 덧붙였다.
임 후보 측은 "윤석열 정부의 퇴행이 심각하다. 민생은 물론 정치, 외교, 경제, 사회 등 모든 면에서 나라가 후퇴하고 있다"며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아이 키우기 좋은 증평, 첨단 산업이 만개하는 진천, 철도 시대가 새로 열리는 음성을 만들겠다"며 "당선되면 서민을 대변하고 변화를 추진하는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yw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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