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격전지 르포] 신인 격돌, 광주 동남을…여당 지지율 주목
국민의힘 박은식 "경쟁해야 한단 민심 커…정체된 고향 바꿀 것"
(광주=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광주에 그동안 큰 정치인이 너무 없었어요. 광주가 발전하려면 구심점으로 키울 인물이 필요해요"
"광주에서는 민주당만 다 해버리니 경쟁의식이 없어서 뭐가 잘 안 돼요. 국민의힘이나 다른 정당 인물도 나와야죠"
22대 총선을 한 달여 앞둔 지난 6일, 광주 동남을 선거구에서 만난 주민들은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광주 동구는 광주의 중심이자 '호남 정치 1번지'로 꼽혔지만 도심공동화 현상을 겪으며 인구가 10만7천여명까지 줄었고, 남구 양림·방림·사직·백운동을 합쳐 국회의원 지역구 인구 14만7천여명을 유지하고 있다.
전통적인 야권 텃밭인 만큼 민주당 지지도가 가장 높지만, 변화를 위해 이제 다른 정치 세력에도 틈을 열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당 개혁 통해 정권 심판" vs "정당들 경쟁해야 지역 발전"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한 안도걸(59) 전 기획재정부 차관은 이날 오전 지역구내 가장 큰 전통시장인 남광주시장에서 만난 상인들과 익숙한 듯 아침 인사를 나눴다.
이른 시간 장사 준비에 한창임에도 안 후보가 악수를 청할 때마다 전에도 봤다고 아는 체하거나 소상공인 지원에 더 귀기울여달라고 건의하기도 했다.
닭·오리를 판매하는 한 상인은 "명절 때 농축수산물 할인대전 덕을 많이 봐서 꾸준히 시행하면 좋겠다"며 "바닥 경제를 살릴 족집게 정책을 펼칠 유능한 정치인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들은 민주당에 쓴소리를 하면서 술렁이는 텃밭 민심을 드러내 전달하기도 했다.
시장에서 어물전을 운영하는 문종대(63)씨는 "정부도 민주당도 둘 다 국정 운영과 견제 역할을 못 했다는 게 중론"이라며 "정부를 견제하지도 못하고 몸만 사리다가 다시 기회를 달라니까 민심이 외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보러 나온 주부 이윤희(43)씨는 "어떤 인물로 바꿀지는 유권자가 정해야 하는데 민주당 공천이 오락가락해 선택권을 빼앗긴 느낌"이라며 "다른 정당에서 전국구 인물을 투입한다면 젊은 층은 많이 지지할 텐데 아직 파괴력이 부족해 보인다"고 밝혔다.
민주당에 대한 이같은 실망 여론이 국민의힘 후보 박은식(39) 비상대책위원의 선거운동 분위기를 돋우지는 못했다.
이날 오후 박 후보가 선거 운동을 펼친 광주 동구 계림동과 산수동 푸른길공원에서 만난 주민들은 다소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멀리서 박 예비후보를 향해 "국민의힘 파이팅"을 외치는 주민도 있었지만, 간혹 "국민의힘 명함은 받지 않겠다"고 하는 이도 보였다.
박 예비후보는 "제 개인에 대한 반감은 아니라고 하셔서 크게 개의치 않는다"며 "오히려 광주 전체적으로는 지난 총선 때보다 호응이 훨씬 크다"고 전했다.
광주 동·남구에서 초·중·고를 나온 박 후보이기에 동문이라고 반가워하는 주민도 있었다.
하지만 출마를 본격화한 지 3주밖에 안 된 박 후보의 얼굴을 낯설어하는 사람들이 많아 최대한 많은 주민을 만나는 데 집중했다.
박 후보와 만난 일부 주민들은 '지역 정치의 변화가 민주당이라는 담을 넘어서야 한다'며 국민의힘에 응원을 보내거나 경쟁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산책 나온 주민 류종문(80)씨는 "경쟁 없이 무사안일로 흘러가니 국민의힘 같은 다른 큰 정당도 광주에서 당선자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 이경희(67)씨는 "젊은이가 줄어드는 동구에 일자리를 만들고 장애·아동 복지도 신경 쓰는 국회의원이 필요하다"며 "그러려면 열심히 발로 뛰는 사람을 뽑는 경쟁하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가능하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지지율 한 자릿수였던 동남을…새바람 불까
광주 동남을 선거구에서 제1야당과 다른 정당 간 지지세는 골리앗과 다윗에 비유될 수 있다.
다윗은 돌팔매질로 골리앗을 쓰러뜨렸지만, 이곳에서는 아직 이변이 일어난 사례가 없다.
2008년 18대 총선 때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 김태욱 후보가 7.63%의 득표율을 기록했으며, 2016년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문충식 후보의 득표율은 2.77%에 그쳤다.
17대·19대·21대 총선에서는 후보도 내지 않았다.
당선된 후보들은 17대 열린우리당 양형일 후보 51.75%, 18대 통합민주당 박주선 후보 88.73%, 19대 무소속 박주선 후보 31.55%, 20대 국민의당 박주선 후보 54.7%, 21대 더불어민주당 이병훈 후보 72.27% 등 높은 득표율을 올렸다.
안도걸 예비후보는 "하루 500∼800명과 만나는데 지역 발전 열망이 가장 커 이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면 어떤 국회의원도 추풍낙엽이 될 것 같다"며 "경제 발전과 선 굵은 정치를 통해 광주 지역민들의 자존심을 회복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동남을은 무소속 돌풍·국민의당 열풍 등 변화의 바람이 불 때마다 민감하게 반응한 곳이기도 해 국민의힘이 이곳에서 20% 이상의 지지율을 거둘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보수정당 후보로는 처음으로 광주에서 두 자릿수 득표율(12.72%)을 얻었고, 지방선거에서도 동구청장에 출마했던 양혜령 후보가 19.6%, 남구청장에 도전한 강현구 후보가 15.93%의 지지율을 보였기 때문이다.
높은 지지율에도 민주당에서 컷오프돼 탈당한 김성환 전 동구청장이 무소속 또는 제3지대에서 어떻게 활동할지에 따라 국민의힘 지지율도 영향을 받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박은식 후보는 "복합쇼핑몰·코스트코 입점·무등산 케이블카 등 국민의힘의 지역 발전 비전에 공감하는 분들도 많다"며 "변화와 발전을 원하는 지역민의 마음을 반드시 얻겠다"고 말했다.
areu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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