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격전지 르포] 양산을…"낙동강 전투 여기서 결정난데이"
부울경 3개 광역지자체 중심지, 여야 혈투 예고…"진짜 민심 잡아야"
(양산=연합뉴스) 최병길 기자 = "여야 두 후보 모두 경남지사 출신이고 상징성이 있는 인물들이어서 벌써 손님들 사이에서는 단골 안주지예"
지난 7일 오후 경남 양산시 덕계동 덕계종합상설시장 한 주점 주인 김모(56) 씨는 양산을 선거구 총선에 대한 관심을 이렇게 표현했다.
같은 선거구인 양산시 중부동 도로에서 만난 택시 기사 남모(65) 씨는 "경남지사를 한 김태호가 양산에 왔다는데 난 더 시원시원하고 추진력 있게 일할 것 같아서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인근 테이크아웃 커피점 앞에서 만난 강모(32) 씨는 "솔직히 인물 성향은 잘 모르겠는데 민주당의 공약과 정책이 좀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것 같아서 좋다"고 밝혔다.
양산을 선거구는 행정구역상 경남이지만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도를 모두 끼고 있는 3개 광역지자체의 중심이다.
부울경 중심이라는 위치뿐 아니라 정치 지형으로도 여야가 사활을 건 총선 낙동강 전선의 가장 치열한 전투를 예고한 곳이다.
양산을은 과거 보수세가 강했지만,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김해, 양산 낙동강 벨트에서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반전됐다. 양산에는 퇴임 후 귀향한 문 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곳이기도 해 정치적인 영향력이 적지 않다.
앞서 지난 20·21대 총선에서는 모두 민주당 쪽 후보가 다소 근소한 표 차로 승리한 곳이다.
이 선거구 현역은 '리틀 노무현'으로 불리는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후보(재선)다. 경기 김포에서 초선을 한데 이어 이곳에서 재선을 노리며 '낙동강 벨트' 수성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김태호 후보(3선)가 나섰다. 중앙당의 험지 출마를 수용해 자신의 지역구였던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에서 지역구를 옮겨 탈환에 나섰다.
두 후보는 2006년 경남지사 선거에서 맞대결을 벌여 김태호 후보가 승리했다. 두 사람은 18년 만에 리턴매치를 벌인다.
지난 7일 오전 7시께 양산시 덕계동 덕계사거리에서 나 홀로 선거운동에 열중인 김태호 후보는 오가는 차량 방향에 따라 부지런히 자세를 바꿔가며 차에 탄 운전자를 바라보며 90도로 허리를 꺾었다.
키가 186㎝인 김 후보가 연신 허리를 꺾거나 거수경례하며 인사하는 모습은 운전자와 행인들 눈길을 끌었다.
김 후보는 "장시간 인사하면 허리가 아픈데 마음을 다해 고개 숙여 인사하면 신기하게도 허리가 아프지 않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이어 아침 식사를 위해 국밥집으로 자리를 옮긴 후에도 식당에 먼저 앉아 있던 손님들에게 한명씩 명함을 건네며 깍듯하게 인사한 후 자리에 앉았다.
그는 정신없이 국밥을 먹으면서 "총선 50여일을 앞두고 선거구를 옮겼지만, 이곳 유권자들께서 오히려 '잘 왔다'며 따뜻하게 맞이해주시고 격려해줘서 정말 힘이 난다"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이 식당 주인은 김 후보에게 "우리 젊은이들이 아이 낳고 걱정 없이 키울 수 있는 제도를 꼭 좀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김 후보는 "우리 선거구 주민들은 양산지역에서도 이쪽과 저쪽으로 말할 만큼 지역 격차가 심하고 낙후돼 상대적인 소외감을 토로한다"며 "당의 특명을 받들어 지난 8년간의 잃어버린 양산을을 메우고 채워줄 수 있도록 이곳에 뼈를 묻겠다"고 다짐했다.
김두관 후보는 이날 오전 9시께 시내 남부시장을 두루 돌며 상인들에게 인사를 한 후 곧바로 양산시청 프레스센터를 찾아 공약 발표에 집중했다.
쉴 틈도 없이 김 후보는 20여분 정도 걸리는 선거사무소에 달려가 지역 장기요양기관연합회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이어갔다.
김 후보의 이날 일정표는 아침 인사부터 저녁 8시 평산동 먹자골목 투어까지 30분, 1시간 단위로 깨알처럼 짜여 있었다.
그는 "아무래도 현역이다 보니 지난 4년간 일해온 성과와 앞으로 계속 챙겨야 할 지역 현안이 많다"며 "잘 듣고 잘 정리해서 국회에서 해야 할 일을 하나하나 담는 데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양산이 부울경을 다 끼고 있다 보니 원심력이 작동해서 법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울산·부산으로 왔다 갔다 하고 있는데 양산이 부울경 중심으로 구심력이 작동할 수 있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그는 문재인 정부 때 추진했다가 국민의힘 부울경 광역단체장들에 의해 파기된 '부울경 메가시티'를 반드시 재추진해 양산을 그 중심에 세우겠다고 공약했다.
그는 "열심히 모임에 가서 만나고 호소하고 발로 뛰는 길밖에 없는 것 같다"며 "큰 싸움인 만큼 사즉생의 각오로 임하되 캠프 일꾼들과 함께 즐기면서 하고 있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양산시 명동에서 만난 주부 박모(39) 씨는 "얼마 전 인구 10만명이 거주하는 웅상지역에 응급의료센터를 갖춘 하나뿐인 종합병원이 폐업했는데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는 정말 걱정이 태산"이라며 "낙동강 격전이라고 하는데 우리 지역에 종합병원을 다시 열고 유치하는 격전을 벌여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choi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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