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격전지 르포] 순천·광양, 국민의힘 '교두보' 성공할까
민주당 텃밭 사수, 국민의힘 도전장…진보당 "양당 체제 깬다"
(광양=연합뉴스) 장덕종 기자 = "여기는 그동안 민주당을 지지해왔지만, 이번에는 국민의힘 이정현이라는 인물이 나와 고민이네요"
8일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을 선거구에 속한 광양시 중마동에서 만난 정모(54)씨는 22대 총선은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라고 강조했다.
중마동은 관공서, 시장, 버스터미널, 아파트, 상가 등이 밀집해 광양 표심을 알 수 있는 바로미터로 여겨진다.
각 정당과 후보들의 선거사무실이 곳곳에 있고 현수막이 사방에 내걸려 선거 열기를 짐작케 했다.
광양읍에 거주하며 이곳에서 직장을 다닌다는 정씨는 호남 여느 지역과 마찬가지로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지지세가 높은 곳이지만, 국민의힘에서 경쟁력을 갖춘 이정현 후보가 나와 고민스럽다고 털어놨다.
당을 봐서는 여전히 민주당이지만, '인물'로 볼 때 이 후보의 존재감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본선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민주당 후보에 대한 평가는 아직 미뤄둔 상태다.
정씨는 "이정현 후보가 순천에서 국회의원 할 때 지역에 대폭적인 지원을 했잖아요. 당선시켜주면 우리 광양에도 그렇게 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는 것 같습니다"라고 전했다.
그는 "'그래도 민주당이지'라는 정서가 여전히 있지만 그동안 민주당이 해 준 것이 없지 않으냐는 불만도 있다"면서 "그래서 '이정현에게 관심이 간다'는 얘기들이 주변에서 자주 들린다"고 설명했다.
총선을 한달가량 남겨두고 둘러본 순천·광양·곡성·구례을 지역 민심은 '전통의 민주당'과 '인물의 이정현' 사이에서 고심에 빠진 듯했다.
그동안 꾸준히 지지를 보냈던 민주당이 보여준 모습에 대한 실망감과 '정권 견제'를 위해서는 야당인 민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함께 나왔다.
민주당에 대한 실망 여론은 여당 소속인 이 후보에 대한 지지로 이어질 가능성도 엿보였다.
이 후보가 순천에서 보수 정당 후보로는 유일하게 재선 의원을 지내며 지역 발전에 공헌했다고 평가하는 지역민들이 많기 때문이다.
구도심으로 전통적인 민주당 표밭인 광양읍에서 만난 직장인 이모(48)씨는 "민주당은 밀어줄 만큼 밀어줬기 때문에 이제는 전략적인 선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민주당이 아닌 대체제가 필요했는데 여기는 이정현이라는 인물이 나오니까 선택지가 생겼다"고 이전과는 달라진 표심을 전했다.
민주당 공천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논란도 지역 여론을 자극했다.
광양과 인접해 같은 생활권으로 여겨지는 구례에서 만난 이모씨는 "민주당에서는 현역(서동용)이 물러나고 새 인물(권향엽)을 공천한다고 했다가, 본인(권향엽)이 다시 경선하자고 해서 또 경선한다고 하더라"면서 "민주당이 그렇게 어수선하니까 주민들 마음도 뒤숭숭하다"고 말했다.
곡성에 거주하는 김모씨는 "민주당이 공천을 순리적으로 해야 하는데 강압적으로 하는 것 같다"며 공천과정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4년 전 21대 총선에서 순천시에서 분리돼 광양·곡성·구례와 합쳐진 순천시 해룡면 주민들도 비슷한 생각을 공유하는듯했다.
해룡면에는 신도심인 신대지구가 있어 여수·광양산단의 근로자들이 주로 거주하는 곳으로, 타지역보다 젊은 층이 많이 눈에 띄었다.
광양에 직장이 있고 신대지구에 거주한다는 김모(32)씨는 "젊은 층에서는 당이 아니라 인물을 보자는 분위기가 있다"며 "이정현 후보가 당 대표까지 했던 사람인데, 힘이 있으니 기대하는 심리도 있는 것 같다. 맹목적으로 민주당을 쫓지는 않는 것 같다"고 했다.
민주당은 지역 민심이 심상치 않다고 보고 텃밭 사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본선에 나설 후보를 뽑기 위해 경선을 치르는 민주당 두 후보(서동용·권향엽)는 오일장 등 주민들이 모여 있는 곳마다 발로 찾아다니며 표밭갈이에 매진했다.
서동용 예비후보는 시장 상인의 손을 잡고 "윤석열 정부 출범 후 2년도 되지 않아 힘겹게 도달한 선진국의 자리에서 하루아침에 미끄러졌다"며 "윤석열 정부의 독주를 막고, 무능한 국민의힘을 심판해야 한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오일장을 찾아 상인과 시민에게 인사를 건넨 권향엽 예비후보도 "민주주의 퇴행, 경제 불황, 고물가·고금리 등으로 인해 총체적인 위기에 놓였다. 정치가 바로 서야 한다"며 "지역 예산과 정책을 챙기고 뒷받침해 줄 진짜 일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동성이 좋은 전동 스쿠터를 타고 홀로 골목골목 유권자들을 찾아다니는 국민의힘 이정현 후보는 "두 번의 청와대 수석, 두 번의 최고위원과 당 대표, 3선 국회의원의 정치 경험과 인맥을 총동원해 광양과 구례, 곡성을 천지개벽시키겠다"며 "당을 떠나 지역 발전에 대한 갈망으로 저 같은 사람을 한번 선택해달라"고 호소했다.
거대 양당에 도전장을 낸 진보당 유현주 후보는 지지 기반인 산단 근로자들을 중심으로 유세전을 펼치고 있다.
유 후보는 근로자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내년 총선에서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고 우리 사회 체제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대한민국 정치교체를 실현해야 한다"며 "양당에 대한 피로·거부감이 진보당 표로 올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cbeb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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