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격전지 르포] 보수 탈환 vs 진보 수성…'수원병' 선택은
보수 강세지만 최근엔 진보 우세…후보들, 철도 지하화 등 공약
(수원=연합뉴스) 최종호 기자 = "저는 수원에서 초, 중, 고등학교를 나온 토박이이자 이곳에 사는 여러분의 이웃입니다"
지난 6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의 한 커피숍에서 제22대 총선 수원병 선거구에 국민의힘 후보로 나선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시민 의견을 공약에 반영하기 위한 시민 간담회에 참석해 이같이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등에 '팔달 출신'이라고 적힌 빨간색 점퍼를 입은 채 학생 통학 불편, 교통 문제, 소음 공해, 주차 공간 부족 등 시민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시민은 "팔달은 광교를 비롯한 동수원에 비하면 발전하는 부분 없이 맨날 그대로인데 꼭 당선해서 팔달의 변화를 이끌어달라"고 말했다.
앞선 5일 이 지역 현역 의원이자 더불어민주당 후보인 김영진 의원은 팔달구 매산동 수원역 일대를 찾아 상인회와 간담회를 가졌다.
김 의원은 이 자리에서 "수원발 KTX가 개통되면 유동 인구 증가로 수원역 앞 상권이 더 활성화될 것"이라며 "내년 하반기 개통이 목표인데 이보다 개통 시기를 앞당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한 상인은 "요새 경기가 좋지 않아서 여러모로 어려운데 다시 한번 팔달을 위해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김 의원은 간담회 이후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파란색 점퍼를 입고 '팔달의 큰 일꾼'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서 도청오거리에서 퇴근길에 나선 시민들을 상대로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총선을 한 달 앞둔 1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수원병 후보 등록자는 방 전 장관과 김 의원, 진보당 임미숙 수원노동인권센터소장 등 3명이다.
인천일보와 경인방송이 여론조사 업체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3∼4일 수원병 선거구에 거주하는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방 전 장관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42.1%, 김 의원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44.3%로 나타났다. 임 소장은 1.6%의 지지를 얻었다.
이번 조사는 100% 무선 ARS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국민의힘이 방 전 장관을 인재 영입한 뒤 단수공천하고 민주당 역시 김 의원을 단수공천, 각 당에서 자기 후보에 기대를 거는 데다가 여론조사 결과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면서 이 지역은 최대 격전지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결전에 나서는 두 후보는 모두 수원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했다는 것 외에는 겹치는 부분이 선뜻 보이지 않는다.
방 전 장관은 수성고 졸업 이후 서울대 영어영문학과에 입학, 1984년 28회 행정고시에 합격하고 국세청에서 첫 근무를 시작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기획재정부 2차관, 보건복지부 2차관을 했고, 문재인 정부에서 한국수출입은행 은행장을 지냈다. 윤석열 정부에서 국무조정실장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역임하는 등 보수·진보 정부를 가리지 않고 등용됐다.
그는 올해 1월 총선 출마를 위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직에서 물러나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김 의원은 유신고를 나와 중앙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중앙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김 의원은 1998년 국회 인턴으로 이기우, 조세형, 김진표 의원 등의 보좌관을 하며 일찌감치 정치에 발을 들였다.
2012년 수원병에서 총선에 처음 도전해 당시 새누리당 남경필 후보에 밀려 낙선했지만, 이후 20대와 21대 총선에서 연거푸 당선한 재선의원이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재선 의원으로는 이례적으로 여당 사무총장으로 임명됐고, 현재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을 맡고 있다.
이 선거구의 지역 특색은 이번 총선 민심의 향방을 더욱 점치기 어렵게 한다.
수원의 원도심인 팔달구 전역과 권선구 세류1동으로 구성된 수원병은 수원의 전체 5개 선거구 중에서 가장 보수색이 짙은 곳으로 꼽힌다.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와 부친인 남평우 전 의원이 합쳐서 7선을 했을 정도로 보수 성향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김 의원이 탈환한 뒤 재선에도 성공해 이번 총선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가늠하기 어렵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인계동에 3천432가구, 2022년 매교동에 3천603가구와 2천586가구 등 최근 2년 사이 3개 아파트 단지에 9천621가구가 입주를 마쳤는데, 이 부분이 변수로 작용할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남수동 등 팔달구에서 13년째 음식점을 운영하는 박한규 씨는 "수원역로데오거리를 오가는 사람이 최근 10년 사이 부쩍 줄었다"며 "어느 후보가 되든지 도시에 활기를 불어넣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분을 밝히기 꺼린 한 공무원은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른 규제 등으로 수원시에 있던 기업들이 많이 빠져나가서 시의 재정 상태가 많이 나빠졌다"며 "이번 총선 당선자는 무엇보다 시의 재정을 다시 살리는 데 앞장섰으면 한다"고 했다.
현재 두 후보는 준비한 공약을 하나둘 발표 중인 가운데 방 전 장관은 수원역∼성균관대역 철도 지하화, 수원∼강남 고속도로 신설, 반도체 메가시티 허브 구축, 화성행궁 광장 지하주차장 건립 등을 공약했다.
김 의원은 신분당선 연장과 인덕원∼수원∼동탄 복선전철·GTX-C 노선·수원발 KTX의 조기 개통, 성균관대역·화서역·수원역·세류역 철도 지하화 기반 조성, 화성성곽 주변 재개발 규제 완화 및 지원 강화 등을 약속했다.
zorb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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