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격전지 르포] 30대 신인 격돌 도봉갑, 일꾼론 vs 견제론
與김재섭, 고향서 '맏아들 활용론' 기치…野안귀령, 연고 없지만 유튜브 효과 톡톡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정윤주 기자 = 만화 '아기공룡 둘리'와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배경으로 유명한 서울의 북쪽 끝자락 도봉구.
1980년대부터 서민들의 대표적인 주거지로 꼽혀온 도봉구에서 1980년대생 청년 정치인들이 여야를 대표해 4·10 총선에서 맞붙는다.
국민의힘에서는 전 비상대책위원인 1987년생 김재섭 후보가, 더불어민주당에서는 YTN 앵커 출신 1989년생 안귀령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두 후보는 30대라는 점을 빼면 공통점을 찾아보기 어렵다. 김 후보가 그간 당협위원장으로 지역 기반을 다졌다면, 이곳에 지역 연고가 없는 안 후보는 전략공천을 받으며 깜짝 등장했다.
이것만 놓고 보면 안 후보가 불리한 구도이지만, 도봉갑은 민주당의 전통적인 '텃밭'이다.
1996년 15대 총선부터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내리 3선을 지낸 곳이다. 민주화청년운동연합 의장을 지낸 김 전 의장은 민주화 운동의 대부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신지호 전 의원이 김 전 의장을 꺾으며 이변을 일으켰지만, 19∼21대 총선에서 김 전 의장 부인인 민주당 인재근 의원이 3연속 당선됐다.
김재섭 후보는 고향을 발전시키겠다는 '일꾼론'을 내세우고 있다. 도봉구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그는 성북구로 이사했다가 고등학교 1학년 때 다시 도봉구 쌍문동으로 돌아와 통학했다.
김 후보의 쌍문동 캠프 사무소가 있는 빌딩 벽면에 '잘 키운 맏아들 마음껏 부려 먹자'라는 슬로건도 자신이 도봉에서 성장했음을 강조한 것이다.
지난 5일 이른 아침 지하철 4호선 창동역 2번 출구에서는 김 후보와 만삭의 김 후보 부인이 출근하는 시민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김 후보 부인은 국민의힘을 상징하는 빨간색에 '아내'라고 쓰인 점퍼를 입었다. 출산 예정일은 총선이 끝난 4월 20일께이지만, 김 후보의 출근길·퇴근길 인사에 늘 함께한다고 한다.
창동역 인근에서 만난 직장인 박모(39)씨는 "그동안 민주당이 계속했는데 도봉이 달라진 게 있나 싶다"며 "이제 보수당에 기회를 줄 때가 됐다"고 말했다.
오전 8시 15분 시민들의 출근길이 막바지에 달하자 김 후보는 아내와 함께 창일초등학교 앞으로 이동해 친동생, 캠프 관계자 1명과 합류했다. 교문 앞에는 아이들을 등교시키는 학부모와 할아버지, 할머니들로 북적였다.
손주를 학교 안으로 들여보낸 유모(70)씨는 "이전 선거와 분위기가 달라져 천지개벽한 수준"이라며 "민주당에서 대리인을 꽂은 건데 도봉에서 오래 활동한 저 친구가 이길 때가 됐다"고 했다.
인근 중학생으로 보이는 한 청소년은 김 후보에게 '셀카'를 요청하기도 했다.
오전 9시를 넘어 학교 앞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떠나자 김 후보는 쉴 틈 없이 캠프 사무소로 이동해 관계자들과 회의를 한 뒤 도봉경찰서모범자운전회, 창동 어르신문화센터를 잇달아 찾았다.
김 후보는 "여전히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하는 분이 있지만, 한동훈 위원장이 와서 분위기가 확실히 달라졌다"면서 "우리가 도봉에서 그동안 안된 것은 장기적으로 지역을 관리하지 못하고 표를 줄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선전을 다짐했다.
이에 맞선 안귀령 후보는 윤석열 정권을 큰 소리로 견제할 국회의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전략공천을 받은 안 후보는 도봉구와 인연은 없지만, 이 지역 현역인 인재근 의원의 전폭적 지지를 받는다.
또 민주당 지지자들에게는 '유튜브 스타'로 각인된 듯했다. 안 후보가 지난해 한 유튜브 채널의 '외모 이상형 월드컵'에서 이재명 대표와 배우 겸 가수 차은우 중 한 명을 선택하라는 질문에 '이재명'이라고 답했던 것이 화제가 됐다.
지난 7일 창동 신창시장과 창동시장에서 많은 시민은 "유튜브에서 봤다"며 안 후보를 반갑게 맞았다.
시장에서 기자와 만난 양모(62)씨는 "안 후보에게 기대가 된다. 나라를 위해 민주당이 꼭 당선돼야 한다"며 "인물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안 후보가 오히려 낫다"고 평했다.
안 후보는 당원 5명과 상점과 음식점에 들어가 얼굴 알리기에 주력했다. 지역에 연고가 없다 보니 이날 시장 유세에서는 안 후보를 실물로 처음 보는 상인들이 많았다.
안 후보는 한 상점 앞에서 지인들과 치킨을 먹던 인재근 의원과 조우하기도 했다.
인 의원은 "놀러 왔는데 안 후보가 우연히 나를 본 것"이라며 "안 후보가 젊은 여성이라서 더 좋다"고 했다. 이어 "나가서 돌아다녀. 화이팅"이라며 안 후보의 등을 떠밀었다.
음식점 사장 원모(44)씨는 "유튜브를 많이 봐서 안 후보를 안다"며 "상대 후보가 젊은 남자여서 대립각 세우기 좋고, 안 후보가 이재명 대표를 위해 (활동을) 많이 하는 분이어서 좋다"고 했다.
안 후보는 이어 4호선 쌍문역으로 이동해 퇴근길 인사에 나섰다. 안 후보의 일정 공지를 보고 왔다는 유튜버 5명도 따라붙었다.
안 후보는 "연고가 없다 하는데 국회의원은 대한민국 전체를 위해 일하니까 전국이 연고"라며 "국회의원은 대한민국 어디에서 살든 다 살 수 있다. 연고를 떠나 이번 선거는 김근태 정신, 민주당 정신을 다음 세대가 이어받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p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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