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행성 아포피스 ‘정말’ 충돌 안 한다지만…개운치 않은 이유는?
다른 소행성 충돌하며 궤도 바뀔 공산 분석
근접 교차 있지만 기존 경로에 영향 안 줘
2029년 지구 접근하지만 충돌 가능성 제거
발견 못한 ‘작은 소행성’ 아직도 많아
‘지구 방어 계획’도 아직 초보적인 단계
#.한낮 미국 뉴욕 거리. 맑은 하늘에서 갑자기 집채만 한 불덩어리 수십 개가 지상을 향해 동시다발적으로 떨어진다. 빌딩은 무너지고, 자동차들은 폭발한다.
이 사달은 거대 소행성의 작은 파편이 지구 대기권으로 돌입하며 생긴 일이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긴급 분석해보니 거대 소행성 크기는 1000㎞에 달했다. 충돌 시점은 18일 뒤였다. 지구 생태계 전체가 완전 소멸할 날이 3주도 남지 않은 것이었다.
NASA는 우여곡절 끝에 굴착 전문가들을 우주선에 태워 보내 고성능 폭탄을 소행성 지하에 매설한다. 그리고 소행성을 산산조각 낸다. 인류는 멸종위기를 가까스로 벗어난다. 브루스 윌리스 주연의 미국 공상과학(SF) 영화 <아마겟돈> 줄거리다.
2004년, 영화가 아니라 현실에서 지구를 위협하는 소행성이 발견됐다. ‘아포피스’라는 이름의 지름 335m짜리 소행성이다. 2029년 지구 충돌 확률이 2.7%였다. 소행성 충돌 확률이 이 정도까지 높이 올라간 적은 없었다. 다행히 2021년 NASA는 정밀 분석 끝에 아포피스가 향후 100년간 지구와 가까워지는 일은 있어도 충돌할 가능성은 없다는 최종 결론을 내린다.
그럼에도 찜찜함은 남아 있었다. 아포피스가 갑자기 우주 어딘가에서 튀어나온 또 다른 소행성과 부딪치면서 자신의 비행 궤도를 엉뚱하게 바꿀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우연이 지구를 파멸로 몰아넣을 수도 있다. 최근 과학계가 이런 가능성까지 고려한 새로운 계산 결과를 내놓았다.
충돌 시 궤멸적 피해
캐나다 웨스턴대와 워털루대 연구진은 지난주 태양계 내부에서 존재가 알려진 총 130만개 소행성의 궤도를 모두 분석해 2029년 전에 아포피스 비행 궤도와 겹치는 구간이 있는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돌려 따져봤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공식 발표를 통해 “아포피스가 다른 소행성과 궤도가 겹쳐 서로 부딪치는 일은 예측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가깝게 접근할 것으로 계산된 것은 ‘크산투스’라는 소행성이었다. 아포피스와 2026년 12월에 1만㎞ 거리를 두고 지나갈 것으로 예측됐다. 아포피스 궤도에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운 거리다.
연구 결과는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아카이브’에 실렸으며, 국제학술지 ‘행성과학저널’에 게재될 예정이다.
2021년 NASA는 아포피스 궤도를 분석해 “향후 100년 안에 지구와 충돌할 일은 없다”는 결론을 이미 공개했다. 그런데도 이번 연구진은 아포피스 비행 궤도가 다른 소행성과 충돌로 갑자기 바뀔 가능성을 분석했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2029년 아포피스가 지구에 아주 아슬아슬하게 접근하기 때문이다. 6~7년에 한 번 지구를 찾는 아포피스는 2029년 4월13일 지구에서 3만7399㎞ 거리까지 달라붙는다. 인간이 띄운 정지궤도 위성 고도(3만6000㎞)만큼 가까워진다. 과학계는 아포피스를 지상에서 육안으로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아포피스는 길이가 335m다. 지구에 충돌하면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 10만배 위력을 뿜는다. 지구를 스치고 지나갈 예정이었던 아포피스가 ‘삐끗해’ 돌연 지구를 향하게 된다면 지구에서는 궤멸적인 상황을 맞을 수밖에 없다.
존재 모르는 소행성 변수
“안심해도 좋다”는 연구진의 이번 분석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개운치 않은 대목이 있다. 연구진이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입력한 태양계 내 소행성 130만개는 말 그대로 우주과학계가 존재를 이미 파악한 것에 국한돼 있다.
최영준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아직 발견하지 못한 작은 소행성이 있을 수 있다는 데는 모든 사람이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름이 수㎞에 이르러 지구 충돌 시 멸종을 일으킬 정도의 소행성은 대부분 과학계가 파악하고 있다”며 “하지만 수백m짜리는 관측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만약 아포피스가 지구와 충돌 경로에 들어선다면 인류는 행성 방어 체계를 가동해야 한다. 2022년 9월 NASA는 소행성 ‘디모르포스’에 우주선을 충돌시켜 비행 궤도를 바꾸는 ‘이중 소행성 경로 변경실험(DART)’을 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다만 DART를 포함해 소행성에서 지구를 방어하는 기술은 모두 걸음마 단계다. 연구진은 “천문학계는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며 “앞으로도 아포피스의 움직임을 꾸준히 살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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