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27개 천 조각의 향연…200명 손 거쳐 ‘한 벌 수트’로 [원단의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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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무를 낀 엄지손가락이 손바닥만 한 검은 천을 차곡차곡 접어 올린다.
미니멀리즘의 유행으로 원단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가운데 패션업계에서는 '피니시'라고 부르는 마감 작업이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이날 현장에 동행한 최진욱 LF패션 매니저(상품기획)는 "좋은 원단은 만졌을 때 부드럽지만 힘이 느껴진다"면서 "고급 원단을 쓴 이후에도 형태의 안정성을 어떻게 잡느냐가 옷의 품질로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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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단 가치 끌어올리는 ‘봉제 작업’
디테일·형태 살리는 마지막 ‘사람’
[헤럴드경제(양산)=김희량 기자] 골무를 낀 엄지손가락이 손바닥만 한 검은 천을 차곡차곡 접어 올린다.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쪽가위의 주인은 단 몇 ㎝의 실밥도 허용하지 않았다. 작게 울려 퍼지는 트로트 음악 옆으로는 스팀이 필요한 정장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었다.
알록달록 실과 바늘의 세상을 직접 보면 출근길 정장을 바라보는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무심코 지나치던 옷 한 벌이 셀 수 없이 많은 이들의 손끝을 거쳤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38년차 남성복 브랜드 마에스트로의 정장 생산을 담당하는 양산 공장을 방문했다. 이곳에서는 절단과 바느질부터 압력작업, 검수까지 240개의 공정이 숙련공 200여 명의 코앞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이곳은 자동차의 조립 공장처럼 수십개의 천 조각이 하나의 완성체로 태어나는 곳이다. 하루 생산량은 수트 250벌이다. 58인치(약 1.5m) 원단에서 시작해 기계에 잘려진 천 조각들은 크게 27개의 부분으로 나뉜 뒤 여러 작업대를 거친다. 사용되는 원단은 로로피아나, 제냐 등 세계 정상급 업체에서 수입된 것이다. 한국인 기술자들의 손이 닿은 뒤 비로소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가 된다. 각 공정은 50~60대인 숙련공에 의해 진행되는데 이들은 모두 20년 이상의 경력을 가졌다.
미니멀리즘의 유행으로 원단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가운데 패션업계에서는 ‘피니시’라고 부르는 마감 작업이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스팀과 압력을 주는 과정에서 크기나 옷의 형태가 망가지거나 더 살아날 수 있어서다. 이날 현장에 동행한 최진욱 LF패션 매니저(상품기획)는 “좋은 원단은 만졌을 때 부드럽지만 힘이 느껴진다”면서 “고급 원단을 쓴 이후에도 형태의 안정성을 어떻게 잡느냐가 옷의 품질로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재봉틀과 수억원에 달하는 원단 절단기 등 작업을 도와주는 기계들이 있지만 ‘사람’의 역할이 가장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줄자로 길이를 재는 기술자, 실밥과 바느질을 검수하는 작업자, 모양을 잡기 위해 압축기에 옷을 옮겼다 빼는 사람까지 하나의 오케스트라를 보는 것 같았다. 앞치마와 토시를 착용하고 천과 사투를 벌이는 이들은 마에스트로의 품질을 책임지는 숨겨진 주역들이다.
업계에 따르면 광, 발색, 터치감이 중요한 정장은 일반 셔츠의 원가 비중(2~3%)보다 그 비중이 높다. 최 매니저(상품기획)는 “정장의 경우 원단 등 소재 비중이 6~7%라고 보면 봉제 작업을 하는 인건비가 두 배에 달한다”면서 “기계가 있지만 검수와 이동, 마감 등 숙련공의 작업이 필수적이라는 점은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라고 소개했다.
아무리 좋은 원단이라도 옷깃(라펠,lapel)의 시침질이 부실하면 옷이 뜨거나 실루엣이 망가질 수 있다. 최 매니저는 “봉제가 꼼꼼하게 되어야 가슴 포켓의 돛단배(바르카) 등 수트의 디테일이 살아난다”면서 “옷의 견고함을 넘어 실루엣(옷의 외형)을 책임지기 때문에 설계와 더불어 중요한 요소”라고 했다.
특히 팔의 가동범위를 넓혀주는 곡선의 팔구멍(암홀, armhole)은 착용감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피부에 닿는 촉감만큼 옷을 입을 때 쏠리거나 돌아가지 않는 균형도 봉제 작업에서 결정된다. 소매와 옆구리 부위, 이음새나 곡선 작업이 부족하다면 가차 없이 옷은 전 과정으로 돌아간다. 빼곡히 적힌 수정사항이 철저한 품질 관리 속에서 비로소 멋진 옷으로 탄생하는 과정을 압축한 것처럼 보였다.
그렇다면 소비자 입장에서 이 봉제 상태를 한눈에 판단하는 방법은 없을까. 최 매니저는 “보이지 않는 곳을 살피면 품질을 더 잘 파악할 수 있다”며 “옷을 뒤집어보거나 안감의 바느질 상태를 보는 것”을 추천했다.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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