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30]최재형 "종로 위한 정치할 것"…곽상언 "지역 일꾼될 것"

김지은 기자 2024. 3. 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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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태섭 "종로, 양당 체제 뛰어넘는 새 도약대 걸맞은 곳"
거물급 빠진 '정치 1번지' 종로…'진짜 지역 일꾼' 승부수
'현역' 국민의힘 최재형 대 '노무현 사위' 곽상언 민주당
개혁신당 금태섭도 가세 3파전…종로 표심 오리무중
[서울=뉴시스] 조성봉 김근수 기자=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위인 곽상언 더불어민주당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종로구 예비후보자와 최재형 국민의힘 제22대 국회의원 종로구 예비후보자가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각각 동묘역과 창신역 인근에서 출근길 인사를 하고 있다. 2024.03.07.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지은 이재우 김경록 이승주 수습 기자 = "전통적으로 종로는 진보의 촛불과 보수의 태극기를 모두 품으며 전국 민심의 바로미터로 불렸는데 이번에는 정말 누가 될지 더 모르겠더라고요. 남은 한 달 동안 이제 지켜봐야죠."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에서 식료품 가게를 운영 중인 홍순호(74)씨는 총선을 한 달 앞둔 지난 8일 지역 분위기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통인시장에서 야채 가게를 하는 80대 소영례씨의 반응도 다르지 않았다. 소씨는 "총선이 한 달 남았다고 하는데 아직 특정 후보가 눈에 들어오지는 않는다"며 "집으로 후보자 명부가 날아와야 자세하게 들여다볼 것 같다"고 말했다.

'정치 1번지'로 통하는 서울 종로는 인구·소득 구성 등이 전국을 축소한 압축판으로 평가받으며 총선에서 민심의 풍향계 역할을 해왔다. 역대 선거 결과를 보면 16~18대 총선은 보수 정당이, 19~21대 총선은 진보 정당이 승리했다. 21대 총선 이후에는 2022년부터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보궐선거, 지방선거에서 연이어 더불어민주당이 참패하는 등 정치 지형은 또 한 번 바뀌었다.

종로 안에서도 부촌이 몰려 있는 평창동·사직동 등 서쪽은 보수세가 강하다. 반면 서민 아파트가 밀집한 창신동·숭인동 등은 전통적 민주당 텃밭으로 분류된다. 젊은층 유입 인구가 많고 대학가를 품은 혜화동·이화동 등은 충청과 같은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이번 4·10 총선에서는 감사원장 출신인 국민의힘 현역 최재형 의원과 민주당의 노 전 대통령 사위 곽상언 변호사가 거대 양당 후보로 나섰다. 이에 20대 국회의원을 지낸 금태섭 개혁신당 최고위원도 출사표를 던져 종로는 3파전을 벌이게 됐다.

윤보선·노무현·이명박 등 대통령만 3명을 배출한 상징적인 지역구로 총선 때마다 여야 할 것 없이 거물급 정치인들이 출마해 각축전을 벌여온 것을 고려하면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이들은 종로를 스쳐 가는 정치인이 아닌 진정한 지역 일꾼이 되겠다며 표심을 공략 중이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최재형 국민의힘 제22대 국회의원 종로구 예비후보자가 7일 서울시 종로구 지하철 6호선 창신역 인근에서 시민들에게 출근 인사를 하고 있다. 2024.03.07. ks@newsis.com

◇최재형, 불교계 찾아 외연 확장…지역 밀착 현역 프리미엄 강조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 감사원장 출신인 최 의원을 내세워 지역구 수성에 나섰다. '문 정부의 월성원전 경제성 조작 사건 감사'로 정부여당과 돌이킬 수 없는 관계가 된 최 의원을 내세워 '거야 심판론'을 부각하는 모양새다.

최재형 의원은 지난 6일 대한불교 조계종 본산인 조계사와 대한불교 관음종 본사인 묘각사, 조계사가 운영하는 종로노인복지회관을 연이어 방문하며 불심을 공략했다. 국회 정각회 회장인 주호영 의원은 기독교 장로인 최 의원과 동행하며 불교계와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

최 의원은 조계사 경내로 들어서면서 만나는 방문객과 매번 눈을 맞추며 인사하며 자신을 알렸다. 방문객들은 최 의원보다는 불교계 정치인인 주 의원에게 반가움을 드러냈다.

최 의원은 현역 프리미엄을 내세워 지역 밀착형 행보를 보였다. 조계사 주지인 원명 스님과 차담에서는 불교계와 지역 현안인 이승만기념관 건립 사업을 두고 머리를 맞댔다.

조계종은 서울시가 열린송현광장에 건립을 추진하는 이승만기념관에 대해 '이승만 전 대통령이 정화 유시로 불교계 분열을 일으켜 씻을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른 점은 용서하기 어렵다'며 반대하고 있다.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으로 이승만 전 대통령을 꼽은 바 있는 최 의원은 원명 스님과 총선 이후 다시 만나 해법을 찾기로 약속했다.

최 의원은 곧이어 관음종 묘각사를 찾아 총무원장과 종정,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대불련) 역대회장 등 불교계 인사 20여명과 환담했다. 불교계 인사들은 정세균·이낙연 등 야당 출신 의원들이 지역을 위해 한 것이 없다고 지적하면서 일하는 국회의원이 되어달라고 요청했다.

최 의원은 "왔다 가는 정치인이 아닌 구민을 위한 정치를 하는 정치인이 되겠다"며 "시민들의 목소리를 더 귀 기울여 듣기 위해 열심히 돌아다니고 있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왔다 가는 정치인'은 지역구를 바꾼 곽 후보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종로구는 조계사 등 불교계 주요 사찰이 산재해 있다. 최 의원의 방문은 독실한 기독교인인 자신에 대한 불교계의 우려를 씻어내 지지층을 확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최 의원은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정치인에게 종교의 다름은 중요하지 않다"며 "(종로에 위치한 사찰들은) 국가적으로도 전통 문화, 정신문화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이다. 사회복지 쪽에서도 많은 역할을 하고 있어서 협조 관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의원은 점심 무렵인 낮 12시30분께 종로노인복지회관으로 유세 현장을 옮겼다. 그는 정장 상의를 벗고 기호 2번 최재형이 적힌 빨간색 유세복으로 갈아입은 어르신들에게 일일이 "종로구 국회의원 최재형입니다"라며 인사를 하며 명함을 건넸다.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창신시장을 떠나기 전 곽상언 변호사와 악수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03.04. photo@newsis.com

◇곽상언 "노무현 정치는 숙명…스쳐 가는 정치인 아닌 지역일꾼 될 것"

곽 후보의 선거 사무소는 지하철 1호선 동묘역앞 지근 거리에 위치해 있다. 민주당 지지세가 우세한 창신동 지역이다. 건물 외벽에는 '종로가 돌아옵니다', '다시 종로답게'라는 문구가 쓰인 대형 현수막이 걸려있다. 종로가 과거의 위상을 되찾고, 활력있는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정치 신인의 역동성이 필요하다는 포부가 엿보인다.

그는 기자와 만나 "종로구는 지역 내 격차, 인구 감소 문제 등 현안이 산적하고 도시의 활력도 과거에 비해 떨어진다"며 "개인의 정치적 입신 끝에 마침표를 찍는 지역이 아닌 처음 시작하는 신인의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정치 신인으로서 스쳐 가는 정치인이 아닌 종로가 배출한, 키워낸 정치인이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본인의 경쟁력에 대해 "세명의 예비후보를 대상으로 당내에서 공직후보자 면접, 적합도 조사 등 주어진 절차를 충실히 종합적으로 실시해 단수 공천을 받았다"며 "이후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도 민주당 지지자들로부터 압도적 지지를 받아 본선 경쟁력이 가장 높은 후보라는 점을 인정받았다"고 자신했다.

곽 후보는 지난 총선에선 당 통합을 위해 험지로 분류되는 충북 출마했으나 '노무현 정치'는 숙명이라며 노 전 대통령의 지역구인 종로에 도전장을 냈다.

그는 "종로는 노무현의 정치가 가장 많이 가장 오래도록 남아있는 곳"이라며 "갈등과 반목의 정치를 멈추고 국민께 희망을 전하는 노무현 정신은 민주당을 지탱해온 오랜 가치로 계승하는 것은 책무"라고 했다.

이어 "1997년 52세 노무현은 통합민주당 종로구 지구당 위원장이 됐고, 다음 해 종로구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도전해 당선됐다"며 "곽상언도 2022년 52세에서 종로구 지역위원장이 됐고 올해 22대 종로구 국회의원 선거에 도전한다. 오랜 시간 중단되었던 미완의 과제를 완성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동행 취재에 나선 지난 8일 곽 후보는 출·퇴근길 유세는 물론 한국시각장애인협회 종로구지부 간담회와 통인시장, 창신동 인근 봉제 공장 등을 숨 가쁘게 돌며 지지를 호소했다.

점심시간 직전 찾은 통인시장에서는 상인들을 중심으로 "경제가 어렵다", "먹고 살기 힘들다"는 푸념이 여럿 들렸다. 곽 후보도 이에 동조하며 "윤 정권 2년간 바뀐 게 없다. 아니 더 나빠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가 바꾸겠다. 믿고 지지해달라"고 연신 외쳤다.

곽 후보는 1시간가량 이어진 통인시장 선거 유세에서 노무현 사위라는 점을 부각하지는 않았다. 단지 "민주당 후보 곽상언이다"고 알렸다. 이따금씩 60대 이상 노년층이 곽 후보의 이름보다 '노무현 사위'라 칭하며 응원을 건네자 그 때서야 맞장구치는 정도였다.

그는 "노무현의 정신을 지키는 것은 정치적 숙명으로 벗어날 수도 없고 벗어나서도 안 되지만 종로구에 출마한 것은 곽상언"이라며 "장인의 후광이 도움이 된다면 너무나 감사한 일이지만 당이 가장 적임자로 판단하고 종로에 공천한 것이다. 국민의 삶을 위협하고 노무현의 정신을 무너뜨린 윤석열 정권의 심판에 누구보다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경쟁자인 최 의원을 향해서는 "노무현의 정신을 실현하겠다는 것을 '노무현 사위 팔이'로 매도한다"며 "지난 2년간 종로구민을 위한 의정활동이 얼마나 이루어졌는지 구민께 투명하고 냉정하게 평가받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달 한 여론조사에서 종로구 현역 국회의원에 대한 재신임 반대 여론이 절을 넘는 결과가 발표됐다"며 "현장을 다녀봐도 여론조사 수치를 살펴봐도 종로구민은 지금 새로운 변화를 원한다"고 역설했다.

[서울=뉴시스] 조성봉 김근수 기자=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위인 곽상언 더불어민주당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종로구 예비후보자와 최재형 국민의힘 제22대 국회의원 종로구 예비후보자가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각각 동묘역과 창신역 인근에서 출근길 인사를 하고 있다. 2024.03.07.photo@newsis.com

◇지역 화두는 '경제 회복·낙후시설 개선·주거 문제'

통인시장을 비롯해 광장시장 등 종로구 시장 일대에서 만난 지역 주민들은 단연 민생경제 회복과 낙후된 시설의 환경 개선 등을 우선 과제로 꼽았다. 대학로가 있는 혜화동은 인근에 성균관대 등 대학가가 몰린 영향으로 주거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통인동에서 수선집을 하는 김금순(77)씨는 "정치 1번지 종로, 서울의 심장 종로라고 하는데 이 일대를 와보면 이렇게 낙후된 곳이 있을 수 없다"며 "보도 제한도 해제해 주고 재개발도 제대로 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역시 통인시장에서 일하는 70대 홍씨는 "여기 사는 사람들도 기본적으로 개발 욕구가 많은데 청와대니, 문화재니, 인왕산이니 뭐니 해서 규제가 많다"며 "서울시장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이랬다저랬다 하면서 지역이 더 활력을 잃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어 "식당 장사하는 상인들은 청와대가 용산으로 가니 장사 안된다고 싫어하는 데 집주인들은 이제 집회 줄어든다고 환호했다"며 "주민들 사이에서도 이해관계가 워낙 달라서 서로 원하는 얘기들이 다르다"고 말했다.

광장시장에서 한복집을 운영하는 김현선(62)씨는 "맨날 전통시장 살린다고 하는데 일단 경기가 안 좋으니까 돈을 쓰지 않는 게 문제"라며 "밑바닥 경기를 살리는 게 우선이다"고 강조했다.

혜화동에서 만난 대학생 박성빈(19)씨는 "아무래도 청년이다 보니까 청년 지원을 해주는 후보를 보고 있다"며 "주거 문제, 부동산 대책이 가장 시급하다. 월세, 보증금 문제도 있는데 특히 전제 사기를 해결해 줬으면 한다"고 요구했다.

총선 전망에 대한 민심은 팽팽하게 갈렸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정권 심판론이 거세질 것이란 목소리와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연속성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맞섰다.

옥인동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종로구 토박이 조기태(79)씨는 "윤 정권 부정 평가가 이렇게 높은데 민주당 지지율이 반등하지 않는 게 이상하다"며 "총선이 다가오면 심판론이 다시 불붙을 것이다. 이 정권에 대한 분노가 높기 때문에 투표로 행동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광장시장에서 잡화점을 운영 중인 임한택(72)씨는 "원래부터 지지하는 정당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지역의 발전을 위해서는 앞에 했던 사람이 이어 하는 게 더 낫다"며 "최 후보가 떨어지면 1년 몇개월하고 끝나는 거다. 한 번 더 밀어줘서 정책을 이어가는 게 종로 발전에 더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서울 종로구에서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는 금태섭 개혁신당 최고위원. (사진=페이스북 캡처) 2024.0309

일각에서는 거대 양당 체제를 뛰어넘는 변화의 물결을 바라는 목소리도 감지됐다.

제3지대에서는 일찌감치 종로 출마를 선언한 금태섭 후보는 "종로는 지겨운 양당 체제를 뛰어넘는 새로운 도약대에 걸맞은 곳"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금 후보는 지난 8일 혜화동 마로니에 공원 인근에서 선거운동을 벌이며 청년층을 공략했다.

혜화동 카페에서 일하는 송정민(38)씨는 "정치가 진흙탕 싸움만 벌이는 데 거대 양당 체제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며 "완전히 새로운 신당이 원내에 진입해서 정치 개혁을 이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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