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만원인데 왜 살까”…와인처럼 ‘옷의 고향’ 따지는 시대 [원단의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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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엔 안전 자산으로 관심이 쏠린다.
탑텐 등 비교적 저가의 SPA 패션 브랜드마저 원단을 강조하는 흐름을 따른다.
고급 소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한국 패션회사가 선보이는 브랜드의 의류와 원단이 수입산이라는 점은 한계로 지목된다.
특히 2022년 국내에서 유일하게 원단을 직접 생산하던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직물사업을 중단하면서 한국 업체의 해외 의존도는 더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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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리즘 유행으로 패션계 ‘원단 강조’ 움직임
계절 거스르는 캐시미어 유행까지…산지 제각각
SPA패션도 예외 아냐…패션에도 투자심리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불황엔 안전 자산으로 관심이 쏠린다. 패션도 예외가 아니다. 몇 번 입고 버리던 ‘여럿 중 하나(one of them)’가 아니라 세련미를 살려줄 ‘제대로 된 하나(only one)’에 시선이 쏠린다. 부(富)를 대놓고 내세우기보다 ‘조용한 구별 짓기’를 택하는 이들도 늘어난다.
원단의 품격을 따지는 시대가 도래했다. 지난해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킨 올드머니룩에 이어 올해 본질에 집중한 미니멀리즘 패션이 유행하는 배경이다.
각 사는 올해 단색과 질감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미니멀리즘 컬렉션으로 고급 원단의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 소재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영향으로 와인 애호가들이 원산지를 따지는 것처럼 세계 곳곳에 있는 원단의 원산지를 소개하는 브랜드도 많아졌다.
업계에서는 시대 변화 속 ‘나를 위한 소비’와 고가의 의류를 구입할 수 있는 액티브 시니어가 늘어난 점을 주목했다. 의류 하나가 수십만원에 달하더라도 내 몸이 닿는 원단에 대한 취향이 다양화됐다는 의미다. 고물가에 의류 소비는 위축됐지만, 의류는 여전히 삶의 기본 요소인 ‘의식주(衣食住)’에 속한다. 신체 움직임에 영향을 주고, 정체성을 표현하는 본질에도 변함이 없다.
좋은 원단은 발색이 뛰어나고 장기간 사용해도 광택감이 오래 간다. 브랜드들은 몸에 닿는 촉감이 부드럽고 쾌적감을 선사하는 기능성을 주요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한다.
겨울철 소재로 알려진 캐시미어가 봄·여름 아이템으로 등장한 것도 흥미롭다. 가볍고 부드러우며, 희소성이 높다는 점이 계절을 거스르는 유행을 만들었다. 실제 LF패션의 빈스(vince)는 올해 고급 소재인 캐시미어 아이템 매출이 2배 이상 성장한 것을 고려해 캐시미어를 적용한 SS(봄·여름) 물량을 전년 대비 60% 확대했다.
고도화된 직조 기술을 무기로 얇은 두께의 면들이 나온 점도 주목할 점이다. 캐시미어만 해도 몽골, 인도, 이탈리아 등 다양한 원산지의 차별성도 내세운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역시 원단에 힘을 준 델라라나, 일라일, 맨온더분을 통해 가치가 변하지 않는 제품을 구입하려는 소비자에게 품질의 우수성을 알리고 있다. 마르조또·콜롬보·제냐·로로피아나 등 세계적인 원단 회사의 이름도 눈에 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르베이지, 구호, 띠어리 등으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아름다움’을 강조하고 있다.
코오롱FnC는 지난해 12월 미국 럭셔리 디자이너브랜드 케이트(Khaite)를 공식 수입해 현재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에서 판매 중이다. 이탈리아 실크와 캐시미어 소재를 사용하면서 절제된 세련미와 수준 높은 실루엣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해당 브랜드의 블라우스는 300만원대, 재킷류는 1000만원대에 달한다. 이번 SS 시즌에는 하얀 양가죽 소재를 내세웠다.
탑텐 등 비교적 저가의 SPA 패션 브랜드마저 원단을 강조하는 흐름을 따른다. 탑텐은 올해 SS시즌에 전 세계 면 생산량의 1% 해당하는 미국 서부의 수피마 목화를 활용한 신제품을 내놨다. 목화 원단은 섬유 길이가 길수록 품질이 높다. 수피마 목화는 기존 코튼보다 35% 더 길다.
고급 소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한국 패션회사가 선보이는 브랜드의 의류와 원단이 수입산이라는 점은 한계로 지목된다. 특히 2022년 국내에서 유일하게 원단을 직접 생산하던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직물사업을 중단하면서 한국 업체의 해외 의존도는 더 높아졌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7일 공개된 사업보고서에서 “원재료 가격이 다소 상승했으나 원단별 가격의 차이가 커 가격 정책으로 원가율을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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