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강국 대한민국, 기술무역은 61년간 적자…왜?[세쓸통]

손차민 기자 2024. 3. 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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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무역 2022년 44억불 '적자'…1962년 이래 흑자 없어
"해외 원천기술 도입해 수출하는 구조"…기술협력 필요


[세종=뉴시스]기술무역 현황(2017~2022년)그래픽이다. (사진=과기부 기술무역통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손차민 기자 = 수출 강국인 우리나라가 기술무역 분야에서는 수출보다 수입(도입)이 훨씬 커 적자를 기록 중이라고 합니다. 눈에 띄는 건 1962년부터 2022년까지 무려 61년간 단 한번도 기술무역 '흑자'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도 기술력 수준이 상당히 높다고 평가되는 국가인데 왜 기술무역수지가 만성적인 적자를 보이는지 이유가 궁금해집니다.

1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2년도 기술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우리나라의 기술무역 수출액은 152억1800만 달러, 수입액은 196억3500만 달러였습니다. 이에 수출에서 수입을 뺀 기술무역수지는 44억17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기술무역 적자는 2022년도뿐만 아니라 2021년(-37억7200만 달러), 2020년(-43억1800만 달러), 2019년(-41억2000만 달러), 2018년(-38억6200만 달러) 등 지속해서 이어져 왔습니다.

좀 더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기 위해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을 통해 1976년부터 2022년까지의 기술무역수지 추이를 살펴봐도 흑자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처음으로 관련 데이터가 집계된 1976년도엔 기술수출은 없었고, 기술수입만 1억1400만 달러가 발생했습니다. 1976년도 기록이 1962년부터의 누적 데이터인 걸 감안하면, 관련 통계 자료가 모인 1962년 이후 2022년까지 줄곧 적자만 있었던 셈입니다.

[세종=뉴시스]기술무역 개념도 그래픽이다. (사진=과기부 기술무역통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기술무역은 기술지식과 기술서비스 등에 대한 거래로, 특허 판매·사용료, 발명, 노하우 전수, 기술지도, 엔지니어링 컨설팅, 연구개발 서비스 등을 포함합니다.

기술무역 적자는 우리나라가 기술을 수출한 것보다 외국의 기술을 더 많이 도입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결국 해외의 원천기술을 많이 사올 수밖에 없었단 것인데, 우리나라의 기술 자립도가 낮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다만 기술무역 적자를 부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는 시각도 많습니다. 우리나라가 해외 원천기술을 도입해 상품화하고 이걸 수출해오며 산업화를 달성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2022년 기준 기술무역 적자가 가장 많은 산업 분야는 전기·전자(-41억6300만 달러)였으며, 반대로 정보·통신(6억5400만 달러) 분야가 흑자가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한국무역협회 역시 이러한 해석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무역협회는 '초격차 산업경쟁력 확보를 위한 글로벌 기술협력 촉진 방안'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가 해외로부터 원천기술을 도입해 생산·수출하는 제조업 중심의 산업기술 육성 전략으로 경제성장을 이룩해왔기 때문"이라고 기술무역 적자의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이런 우리나라의 수출 구조는 기술무역수지 '적자'와 무역수지 '흑자'로 이어졌습니다. 다행인 점은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기술무역수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는 사실입니다.

지난 2022년 반도체 불황의 영향으로 적자(477억8489만 달러)가 나타났던 것을 제외하면 2021년(293억692만 달러), 2020년(448억6527만 달러), 2019년(388억8966만 달러) 등 계속해서 높은 수준의 흑자가 지속된 바 있습니다.

[인천=뉴시스] 전진환 기자 =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2024년 1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1월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30억5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9개월 연속 흑자로 전월(74억1000만 달러)보다는 흑자 폭이 축소됐다. 반도체 증가세가 확대되고, 승용차와 기계류 등 증가세가 지속되면서다.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다. 2024.03.08. amin2@newsis.com


다만 해외 기술 의존도가 높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더욱이 최근과 같은 산업 격변기에 핵심 기술 선점에 주요국이 열을 올리는 만큼 우리나라도 경제 안보를 위해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무역협회 역시 보고서를 통해 "우리 무역의 질적 고도화를 위해 원천기술 경쟁력 강화를 통한 기술무역의 중요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그 해결책으로 글로벌 기술협력을 강조합니다.

정부는 주요국과의 기술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정책 추진에 나섰습니다. 대표적으로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2월 '글로벌 기술협력 전략'을 발표했습니다. 초격차 기술 80개와 산업원천기술 100개의 확보를 위해 해외 연구 기관과 공동 연구에 나서는 게 골자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산업 분야 연구개발(R&D)에 외국 연구기관도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하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결국 기술무역의 만성적인 적자는 수출 강국의 그림자였습니다. 향후에는 우리나라가 독자적인 원천 기술을 확보해 기술·상품에 모두 강점이 있는 '수출 강국'으로 도약하길 기대해 봅니다.

※'세쓸통' = '세상에 쓸모없는 통계는 없다'는 일념으로 통계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 알기 쉽게 풀어내고자 합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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