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악성민원 대응 TF 꾸린 정부…"매뉴얼이나 만들어선 무의미"

김혜경 기자 2024. 3. 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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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시청 9급 공무원 악성민원 시달리다 최근 극단선택
행안부, TF 꾸려 대응책 마련, 향후 관계부처로 확대운영
공노총 관계자 "벌칙 있는 법적 제재 아니면 쓸모 없어"
"현장에 안전요원 배치 및 악성민원인 고소 의무화해야"
[인천=뉴시스] 정일형 기자 = 김포시청에서 진행된 노제. (사진은 김포시 제공)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 김포시청 공무원이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스스로 생을 마감하면서 공무원들 사이에서 악성민원에 대한 대책 마련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부랴부랴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대응책 마련에 나섰지만, 공무원들은 과연 실효성 있는 법적 조치가 마련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분위기다.

10일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 관계자 등에 따르면 김포시 소속 9급 공무원 A씨(39)는 지난달 29일 김포시의 한 도로의 도로파임 보수 공사가 시행되던 중 도로 정체가 빚어지며서 시민들로부터 항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한 온라인 카페에 김포한강로가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는 글이 올라왔고, 한 누리꾼이 공사를 승인한 주무관이 A씨라며 그의 실명과 소속 부서, 직통 전화번호를 공개하며 A씨를 비난하는 글이 빗발쳤다.

악성 민원에 시달리던 그는 결국 지난 5일 오후 3시40분께 인천 서구 한 도로에 주차된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포시는 악성 민원으로 인한 심적 부담감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온라인 카페 누리꾼들을 경찰에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공무원들은 A씨와 같은 악성민원이 남일이 아니라며 애도하고 있다. 공노총은 지난 9일 김포시청 현관 입구에 마련된 A씨의 추모분양소 일원에서 악성민원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공노총이 지난해 조합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악성민원 관련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7061명 중 84%가 최근 5년 사이에 악성민원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악성민원을 받은 횟수는 월평균 1~3회가 42.3%로 가장 많았다.

응답자들은 악성민원을 겪은 이후 후유증으로 ▲퇴근 후에도 당시의 감정으로 인한 스트레스 ▲업무 집중력 감소 등 무기력함 ▲새로운 민원인을 상대하는데 두려움 등이 있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현재 근무처의 악성 민원 대응 방법에 대한 만족도에 대해 응답자의 88.3%가 부정적 의견을 나타냈다. 또 악성 민원 대응과 관련해 76.3%는 소속 기관에서 적절한 조치가 없다고 답하는 등 악성민원 대응에 대한 상황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원 극단선택 사건까지 발생하자 행안부는 대응 방안 마련에 나섯다. 행안부는 민원인의 폭언, 폭행 등 위법행위, 업무방해 행위 등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7일부터 내부에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행안부는 빠른 시일 내에 인사혁신처, 국민권익위원회, 경찰청 등 주요 관계부처와 지자체 등으로 TF를 확대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TF는 민원인의 위법행위에 대한 법적 대응현황 및 민원응대 방식, 민원공무원에 대한 인센티브 현황 등을 분석해 제도개선이 필요한 사항을 적극 발굴, 민원공무원 보호를 위한 대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공노총은 행안부의 이런 대응이 '미덥지 못하다'는 분위기다.

공주석 전국시군구공무원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행안부가 TF를 마련하고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과연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될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행안부가 마련한 TF에 일선 민원 공무원이나 공무원들의 상황을 대변할 수 있는 노조 관계자가 포함될지는 의문"이라며 "김포시청 공무원 사망 사고가 발생하니까 눈 가리고 아웅하는식 아닌가 한다"고 했다.

이어 "공노총 입장은 일선에서 공무원들이 폭행이나 폭언 등을 당했을 때 법으로 보호 받기를 원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단순히 악성민원 관련 지침이나 매뉴얼 개정으로는 공무원들을 보호할 수 없다. 민원 담당 공무원들이 폭행을 당했을 때 보호할 수 있는 안전요원 배치의 의무화 및 소속 기관장이 가해자를 고소·고발할 수 있도록 법적 제도를 만들어 달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민간에서는 산업안전보건법이 있어서 악성민원이 발생하면 기관에서 고소·고발하도록 돼 있다. 하지 않을 경우엔 벌칙 조항까지 있다"며 "그러나 공무원은 기관이 고소·고발을 의무화하는 법적 조치가 없다"고 밝혔다.

또 "좋은 기관장을 만나면 고소·고발 하는 것이고 아니면 못하는 거다. 유권자들의 표를 잃을 수 있는데 기관장이 고소·고발을 하겠냐"고 했다.

이어 "공무원 개인이 고소·고발 할 수 있지만, 보복도 두렵고 해야 하는 업무도 있는 개인이 어떻게 고소·고발까지 할 수 있겠느냐. 쉽지 않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 민원인들은 '공무원은 욕먹어도 고소·고발도 못하는구나' 생각해서 이런 일이 끊이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일선 민원 현장에 대해 "시군구나 읍면동 등에는 악성민원인이 정말 많다"며 지난 2022년 천안시청에서 민원인이 여권 발급에 불만을 품고 20대 공무원 뺨을 때려서 노조에서 적극 대응해 고소한 사례를 소개했다.

이어 "이런 일은 정말 비일비재하다"며 "현장 직원들은 민원인들을 겁을 먹고 있다"고 했다. 언제든지 민원인들이 욕설을 하거나 자신을 때릴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그래서 일선 공무원들은 안전요원 배치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배치된 경우는 거의 없다"고 했다. 이어 "'민원사무처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4조'에 보면 민원처리 공무원 보호를 위해 현장에 안전요원을 배치할 수 있다고 돼 있지만, 배치 하지 않아도 벌칙이 없기 때문에 기관에서는 예산 등을 핑계로 배치를 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관련 메뉴얼이나 지침 마련 등은 아무 짝에 쓸모가 없다"며 "공노총에서 가장 원하는 것은 벌칙 조항이 있는 법을 제정해 공무원들을 보호해 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hki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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