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통 지역경제] 전통주로 제주의 부가가치 향상…전문매장 인기
조남희 대표 "전통주 산업 발전하면 지역 경제도 활성화"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제주 사람 중에도 제주의 전통주라고 하면 '오메기술', '고소리술', '쉰다리' 정도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제주도무형문화재 3호 오메기술과 11호 고소리술은 좁쌀을 주원료로 한 술이다. 쉰다리는 쌀밥이나 보리밥에 누룩을 넣어 발효시킨 도수가 낮은 술이다.
조금 더 관심이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강술', '오합주', '모주'도 거론된다.
강술은 오메기떡과 누룩을 반죽해 발효한 걸쭉한 상태의 술이고, 오합주는 좁쌀을 원료로 한 청주와 꿀, 참기름, 계란, 생강 등 다섯 가지를 섞어 만든 술이다.
모주는 조선 광해군 시절 제주에 유배된 인목대비의 어머니 노씨의 시녀가 노씨를 봉양하기 위해 만들어 팔았다는 탁배기 같은 낮은 도수의 술이다.
일상적으로 언급되는 제주의 전통주는 이들 6가지 정도였다.
그런데 현재 제주에서 생산되는 전통주는 수십 가지에 이른다.
제주뿐만 아니라 각 지역의 전통주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대부분 사라졌다가 정부가 주류의 제조와 유통 및 판매 활동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면서 다양한 종류의 술이 생산, 유통되기 시작했다.
2010년 '전통주 등의 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전국 각지의 전통주 산업은 활기를 띠었다.
10일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제주에서 전통주 제조업 면허를 받은 업체는 22개다.
대표적으로 고소리술을 만드는 제주고소리술익는집이 있다.
고소리술 기능보유자이자 대한민국 식품명인 84호인 김희숙 명인이 이끄는 이곳에 가면 술을 빚는 핵심 재료 중 하나인 누룩을 빚어보고 보리 쉰다리를 만드는 체험을 할 수 있다.
가업을 잇는 제주샘영농조합법인도 있다. 오메기술과 고소리술 등 기존 제주 전통주를 기반으로 최근 젊은이들의 취향을 반영한 특산주도 생산한다.
김숙희 대표는 2020년 10월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융복합산업인 63호로 선정됐다. 업체는 지난해 전국농촌융복합산업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우수상을 차지했다.
쌀, 좁쌀, 감귤 등 지역 농산물 계약재배를 하고, 전통주 가공·연구·개발을 열심히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술 품질 인증을 받은 제품만 5종이고, 국내외 술 품평회에서 여러 차례 수상했다.
제주양조장이 한라산 정상의 의미를 담아 개발한 감귤와인 '1950'은 2010년 제주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담과 2011년 G-20 정상회의의 공식 만찬주로 이름을 알렸다.
이밖에 농업회사법인 백록주가, 덕두도가, 시트러스, 이시보, 제주와이너리, 토향, 제주곶밭 등의 업체가 다양한 전통주를 생산하고 있다.
이들 업체가 생산하는 전통주는 50여가지이고, 현재까지 이들 가운데 14종이 술 품질 인증을 받았다.
제주 전통주의 원료로는 쌀, 좁쌀, 보리쌀, 메밀, 유채, 온주밀감, 청귤, 한라봉, 키위, 비트, 땅콩 등 농산물이 주로 사용된다. 꿀, 섬오가피, 동백 등 제주산 다른 소재들도 이용된다.
술의 종류도 증류식 소주, 일반 증류주, 탁주, 과실주, 약주, 기타 주류 등으로 다양하다.
술 이름 역시 제주어와 전설 등에서 따오거나 지역명이나 농산물 품종명을 그대로 쓰기도 한다. 혼디주, 니모메, 바띠, 녹고의 눈물, 마셔블랑, 신례명주, 벗꽃피는날에제주, 우도땅콩생전통주 등이다.
제주산 전통주만 전문으로 판매하는 매장도 생겨났다.
도내 사회적기업인 파란공장은 2021년 9월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에 '제주한잔'이라는 상호로 처음 전통주 전문 매장을 열었다.
제주관광공사가 개발한 마을 여행 통합 브랜드인 카름스테이 참가 마을 중 하나인 세화리에서 제주한잔은 꽤 명성을 얻었다.
파란공장은 현재 제주시 봉개동에 있는 한화리조트로 매장을 확장 이전했다. 이곳에서 전통주 소믈리에가 40여가지의 제주산 전통주를 잔술로 판매한다. 물론 병으로도 판매한다.
파란공장은 제주술생산자협동조합을 비롯한 도내 양조장들과 협력해 관광 기념품용 미니어처 술 상품과 브랜드 등을 개발하고, 직접 판매하며 전통주 산업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이 업체는 제주 전통주를 홍보하기 위해 2022년 8월 제1회 제주한잔 우리술 페스티벌(제술페)을 개최하고, 지난해 2회 축제도 열었다. 각각 5시간 정도의 짧은 축제임에도 매번 1천여명의 도민과 관광객이 찾았다.
올해는 제주관광공사의 지원을 받아 좀 더 큰 규모로 3회 축제를 이어간다.
또 술 명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술레길 여행'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조남희 파란공장 대표는 "지역 자원의 부가가치를 최고로 높일 수 있는 상품이 술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지역 술 산업이 발전하면 지역 경제도 활성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주지역 양조 업체 중 연 매출이 10억원을 넘는 업체는 몇 안 되고 대부분 영세해 운영에 어려움이 많다"며 "제주도민은 물론 관광객들이 제주 전통주의 미래 가치를 알아봐 줬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kh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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