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55년 전 성공한 달 착륙, 왜 번번이 실패할까
최근 달 탐사 경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두 개의 초강대국이 주도했던 냉전 시대의 달 탐사 경쟁과는 달리 미국, 중국, 러시아, 인도, 일본, 유럽연합,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그리고 한국까지 다양한 국가가 경쟁하는 모양새다.
2022년 8월 우리나라의 달 탐사선 다누리 발사부터 2024년 2월 현재까지 18개월 동안 21개의 달 탐사선이 발사되었다. 이는 한 달에 한 개 이상 발사되었다는 뜻이다. 현재의 달 탐사선 발사 추세는 냉전 시대보다 더 자주 더 많다. 다양한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무 성공률은 어느 정도일까. 21기의 탐사선 중 9기가 성공해 43%의 임무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 50여 년 전 미국과 소련의 성공률이 각각 60%와 31%였던 것을 생각하면 상당히 낮은 성공률이다. 착륙선의 경우는 더욱 처참하다. 6번의 달 착륙 시도 중 인도의 달 착륙선 비크람(Vikram)만이 온전히 성공해 임무를 완수했다. 16%의 착륙 성공률이다.
착륙을 시도한 국가들은 미국, 러시아, 일본, 인도로 모두 우주 탐사 분야에서 가장 앞서가는 선진국이다. 미국과 러시아는 이미 50년 전에 달 착륙에 성공한 국가들이다. 일본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에 실패를 경험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미국과 러시아는 왜 실패하는 것일까.
미국의 경우 냉전 시대 달 탐사를 주도했던 NASA가 주축으로 달 탐사 임무를 수행하고 있지 않다. 미국은 이미 국가 주도 우주 탐사에서 민간 중심의 우주 탐사로 전환하고 있다. 미국은 우주 탐사 기술을 민간으로 확장하여 우주 기술을 우주 산업으로 확장해 나아가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달 탐사선의 실패는 어느 정도 예견할 수 있는 일이었다. NASA가 도와준다 하더라도 민간 기업이 처음으로 시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러시아는 왜 실패했을까. 50년 전 현재 탁상용 선풍기에 탑재되어 있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컴퓨터로도 달 착륙이 가능했다. 그런데 백만 배나 빠른 컴퓨터가 상용화된 2024년에 왜 러시아는 달 착륙을 실패했을까.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기술이 없기 때문이다.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어리둥절할 것이다. 50년 전에 이미 달 탐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했으며 8번이나 달 표면에 착륙선을 보냈고 달 토양 샘플을 지구로 귀환시켰던 기술을 가지고 있는 러시아가 기술이 없다고?
러시아는 1976년 루나 24호를 끝으로 2023년까지 47년 동안 단 한 번도 달에 탐사선을 보낸 적이 없다. 1976년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우주 탐사 기술을 가지고 있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아니다. 우주 탐사 임무를 수행하면서 사용된 기술들은 모두 문서화를 통해 기록된다. 이는 기술이 후대에 전달돼 지속적으로 축적되고 발전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인간은 기록을 통해 지속적으로 발전해 왔다. 하지만 기록된 문서만으로는 그 기술이 계속해서 후대에 전해지지 않는다. 문서에 작성할 수 없는 '노하우'들이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우주 탐사 기술들은 국방 기술과 연결점이 많기 때문에 보안이 철저하다. 그래서 기술에 대해 자세히 기록하는 것에 제한이 있고 기록된 문서들마저도 제한된 사람들만 열람이 가능하며 매우 한정적으로 발행될 수 있다. 결국 기술은 사람이 사람에게 전달해야 한다.
그런데 러시아는 47년이라는 공백기간이 있었기 때문에 해당 기술을 보유한 과학자, 공학자들이 후학들에게 기술을 전달할 기회가 없었다. 기술이 사장된 것이다. 물론 러시아는 과학 기술의 기반이 튼튼한 국가이다. 그래서 완전히 새롭게 시작하는 후발 주자들보다는 어느 정도 유리한 위치에 있을 수 있지만, 사실 많은 기술적 유산이 사라진 상태다.
2023년에 발사한 루나 25호의 개발은 무려 12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기술적 어려움으로 인해 여러 번 개발 기간이 연장되었던 다누리호조차 개발에 7년 조금 넘는 시간을 소요했는데 이를 비교해 볼 때 러시아의 개발 기간은 특히나 길었다. 이는 러시아의 달 탐사선 개발 능력이 과거에 비해 감소했다는 것을 나타낸다.
반면에 미국은 냉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클레멘타인(Clementine), 루나 프로스펙터(Luna Prospector), LRO(Lunar Reconnaissance Orbiter) 등 수년에 한 번씩 달 탐사선을 보내왔다. 이를 통해 해당 분야의 연구자들이 지속적으로 기술을 축적해 왔고 지금까지 이어졌다. 그래서 미국은 국가 주도의 우주 탐사에서 민간 중심의 우주 탐사라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있으며 자타공인 최고의 우주 기술 보유국으로 인정받고 있다.
우리나라도 2022년 다누리 달 탐사선을 성공적으로 발사했다. 다누리 임무에 처음부터 지금까지 계속 참여해온 연구자로서 수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고 있다. 다른 나라의 연구자들도 단 한 번의 시도로 성공한 다누리의 사례를 이례적으로 생각하며 우리나라의 우주 기술의 발전을 인정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우주 탐사 기술을 차츰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2032년까지 별다른 우주 탐사 계획이 없다. 한 달이 멀다 하고 탐사선이 발사되고 있는 국제 시장의 흐름과는 상당히 상반된 계획이다. 다누리 탐사선 개발의 주역들도 모두 뿔뿔이 흩어져 각각 다른 부서에서 일하고 있다. 수년이 지나 다시 달 탐사선을 계획해 개발할 때 그때의 다누리 연구자들이 다시 모일 수 있을까. 우리나라가 러시아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정민섭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 msjeong@kasi.re.kr]
Copyright © 동아사이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