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 ‘학교앞 DDR’ 신났다던 울 엄빠, 이번엔 ‘삼성 DDR’만 바라보던데 [위클리반도체]

오찬종 기자(ocj2123@mk.co.kr) 2024. 3. 10.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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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찬종 기자의 위클리반도체-3월 두 번째 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메모리 1위 삼성전자가 ‘위기론’을 불식시키며 2, 3위 업체 간 격차를 벌리는 ‘깜짝 성적표’를 공개했습니다.

메모리 지배자였던 삼성은 최근 HBM 초기 시장에서 SK하이닉스와 美마이크론에게 주도권을 뺏기면서 위기감이 감돌았죠.

투자 시장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돼 SK하이닉스가 최근 연일 신고가를 기록한 반면 삼성전자의 주가는 주춤했습니다.

또다시 시장 절반 장악이라는 압도적 성적표가 삼성의 ‘초격차’를 증명하며 반전을 만드는 계기가 될까요? 이번 주 위클리반도체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최신 D램 앞세워 다시 시장 절반 싹쓸이 한 삼성
4분기 D램 점유율. 자료=트렌드포스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D램 시장점유율 45.5%로 1위를 수성했습니다. 매출이 무려 전 분기보다 51.4% 늘어났죠. 3분기 때만 해도 시장 비중이 38.9%로 줄어들며 시장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점유율을 크게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2위는 31.8% 시장점유율을 기록한 SK하이닉스가 차지했습니다. HBM 메모리 흥행으로 매출은 전 분기보다 20.2% 늘어났죠.

다만 삼성전자의 빠른 회복으로 시장점유율은 전 분기(34.3%)보다 다소 하락했습니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은 지난해 3·4분기 4.6% 포인트에서 13.7% 포인트로 격차가 벌어졌습니다.

3위 마이크론은 4분기 매출이 8.9%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같은 기간 시장 점유율은 22.8%에서 19.2%로 축소됐습니다.

삼성이 다시 격차를 벌릴 수 있게 된 1등 공신은 DDR5입니다. DDR5는 기존 DDR4보다 속도는 2배 이상 빠르고 전력 소모량은 10% 이상 적습니다.

2020년 말 출시되었지만 교체 수요가 생각보다 더디게 올라왔죠. 하지만 최근 고성능 반도체를 찾는 서버 고객들이 늘면서 DDR5를 찾는 고객사가 많아졌습니다.

두 제품의 가격 추이만 살펴봐도 확인할 수 있는데요

D램 고정거래 가격 추이(단위=달러) 자료=트렌드포스·16Gb 제품 기준
지난 해 5월과 비교해보면 최근 DDR5의 가격이 DDR4보다 상대적으로 도드라지게 상승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트렌드포스는 “삼성전자의 고부가 D램인 DDR5 출하량 급증과 서버용 D램 출하량 60% 증가했다”고 분석했습니다.

기업들 ‘쟁여두기’ 쇼핑에 재고 여유 있던 삼성이 혜택
일반적으로 IT 고객사들은 회계연도가 끝나기 전인 4분기 대량 구매를 하면서 메모리 ‘쟁여두기’에 나섭니다. 이번엔 연말 수요를 삼성전자가 싹쓸이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죠.

삼성이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보다 독보적으로 많은 매출을 올리게 된 이유는 일반 D램에서 생산능력과 재고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요즘 HBM 만들기에 전사적인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반면 이들보다 생산 설비 규모가 압도적으로 큰 삼성은 HBM과 일반 D램 모듈을 병행하는 데 여유가 있는 상황이죠.

초격차 삼성 다음 시험대는 업계 최초 ‘12층 HBM’에 달려
삼성전자 HBM3E 12H D램 제품 이미지. 사진=삼성전자
물론 삼성이 앞으로도 이 같은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해선 HBM 시장 역시 반드시 극복해 나가야만 합니다.

투자자들의 시선도 당장의 DDR5 시장보단 급속도로 성장하는 HBM 시장에 더 쏠려있습니다.

삼성전자는 5세대인 HBM3E로 왕좌를 탈환하겠다며 절치부심하고 있습니다.

지난주 위클리반도체에서 소개해드렸듯이 최근 삼성전자는 최근 12단 HBM3E를 개발했습니다. 경쟁사 대비 발표는 늦었지만 더 높은 층의 D램을 쌓아 올림으로써 업계 최대 용량을 구현했죠.

그런데도 기존 8단 제품과 동일한 높이기 때문에 별도 규격 변경이 필요하지 않다는 게 이점입니다.

잰걸음 K-반도체 인력 유출 ‘비상등’…中이어 미국까지
지난 해 발생한 삼성전자 기술 유출 범행 배경. 사진=수원지검
또 다른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는 ‘기술 유출’도 반드시 관리가 필요한 영역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 일본 등 후발주자들의 추격을 피해 K-반도체가 잰걸음을 하는 가운데 잇따라 발생하는 ‘기술 유출’이 악재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엔 HBM에 선제적으로 진출했던 SK하이닉스의 기술 핵심 연구원이 회사와 계약을 어기고 경쟁사인 미국 마이크론으로 이직해서 HBM 개발을 도왔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알려졌습니다.

이에 서울중앙지법은 SK하이닉스가 A씨를 상대로 낸 전직금지 가처분 신청을 최근 인용했습니다.

SK하이닉스에서 D램과 HBM 설계 관련 업무를 담당하던 A씨는 2022년 7월 SK하이닉스를 퇴사하고 이후 미국 마이크론에 임원급으로 이직했죠.

A씨는 SK하이닉스 퇴직 무렵 마이크론을 비롯한 경쟁업체에 2년간 취업하거나 용역·자문·고문 계약 등을 맺지 않는다는 내용의 약정서도 작성한 상태였습니다.

A씨는 SK하이닉스에서 HBM 개발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수석연구원으로 알려졌습니다. 업계에선 최근 마이크론이 SK하이닉스보다 더 빨리 5세대 HBM 양산에 성공한 것도 A씨의 역할이 컸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에 법원은 급하게 제동을 걸었습니다. 더 이상에 유출을 막기 위해 본 판결 전에 가처분부터 인용한 것이지요. 법원은 A씨가 해당 약정을 위반할 때 1일당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습니다.

다만 이미 A씨가 마이크론에서 업무를 시작한 지 한참 지난 시점이라 실효성이 클 지는 의문으로 남습니다. 비슷한 사례에서 바로 출국금지조치부터 바로 실시한 미국의 사례와 비교해 봤을 때 아쉬움이 남죠.

반도체 업계에서 핵심 기술의 경쟁 업체 유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앞서 작년에는 삼성전자의 영업비밀인 반도체 공장의 설계 도면을 빼내 그대로 본뜬 반도체 공장을 중국에 세우려 한 혐의로 삼성전자 전 임원이 적발돼 업계에 충격을 주기도 했습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표 기업들부터 TSMC와 인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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