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10일!] "대통령을 파면한다"… 촛불집회로 끌어내린 권력

김인영 기자 2024. 3. 10.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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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오늘] 박근혜 대통령 파면
2017년3월10일 헌법재판소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다. 사진은 지난 2017년 3월10일 이정미 헌법재판소 소장 권한대행이 서울시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 대통령 탄핵심판을 선고하는 모습. /사진=뉴시스(공동취재단)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2017년 3월10일. 온 국민의 시선이 TV 속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에게 쏠렸다.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하는 심판이 TV를 통해 전국으로 생중계됐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11시 헌법재판소는 대심판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사건 선고기일을 열고 재판관 8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파면을 결정했다. 이 권한대행은 박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에서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고 주문했다.

박 전 대통령의 파면은 지난 2016년 12월9일 국회가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의결하고 헌재에 접수한 지 92일 만에 결정됐다. 헌재가 국회의 탄핵 심판 청구를 인용한 것은 대한민국 헌정사 최초의 현직 대통령 파면이었다.



'비선 실세' 최순실의 충격적인 등장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정 사상 최초로 파면된 이유는 헌법에 위배되는 범죄 의혹 때문이었다. 사진은 지난 2017년 5월23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417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첫 정식재판에 출석한 박 전 대통령의 모습(왼쪽)과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지난 2018년 8월24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사진=머니투데이
박 대통령이 헌정 사상 최초로 파면된 이유는 헌법에 위배되는 범죄 의혹 때문이었다. 최측근 최순실(최근 최서원으로 개명)의 국정농단 의혹과 비선 실세 의혹, 대기업 뇌물 수수 의혹 등이 연이어 불거졌다.

지난 2014년 1월 박관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은 최씨의 전 남편인 정윤회씨가 비선 실세라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해당 문서는 같은해 11월 세계일보에 유출됐고 이 사건을 시작으로 박 대통령 비선 실세 의혹이 불거졌다. 당시 박 전 행정관은 수사 과정에서 우리나라 권력 서열 1위가 최씨, 2위가 정씨, 3위가 박 대통령이라고 주장해 파장이 커졌다.

비선 실세 의혹이 드러나면서 2016년 7월 TV조선에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모금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2016년 9월 SBS뉴스는 미르재단 설립 당시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포스코 등 기업 30곳으로부터 486억원의 기부금을 조성했다고 보도하며 비선 실세 의혹과 대기업 뇌물 수수 의혹을 제기했다.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제기되자 2016년12월3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과 무소속 의원 171명이 헌법과 법률 위반을 이유로 '대통령(박근혜) 탄핵소추안'을 국회에서 발의했다.

국회는 2016년 12월8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본회의에 보고했고 그 다음날(12월9일) 표결을 진행했다. 그 결과 투표자 299명 중 가결 234표·부결 56표·기권 2표·무효 7표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당시 여당이었던 '비박계'(비박근혜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의원들은 탄핵 표결 투표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여러 논쟁으로 인해 당론을 정하지 못했고 결국 자율 투표를 결정했다. 새누리당의 자율 투표는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에 큰 영향을 미쳤다.



촛불 들고 광장으로 모인 국민들


여러 의혹이 불거지면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지난 2016년 10월29일 처음으로 시작됐다. 사진은 지난 2017년 3월1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 구속 만세! 탄핵인용 만세! 박근혜 퇴진 18차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가 열린 모습. /사진=머니투데이
박 대통령의 의혹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전 국민이 충격에 빠졌다. 국민들은 청와대가 제대로 해명하지 못하자 결국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모여 "박근혜 즉각 퇴진"을 외쳤다.

2016년 10월29일 박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촛불집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날부터 매주 토요일 서울과 전국에서 촛불집회가 계속됐다. 해당 집회는 우리나라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원이 참여한 것으로 기록됐다.

촛불집회가 계속되자 박 대통령은 2016년 11월29일 3차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이날 박 대통령은 "만약 누구라도 재단과 관련해서 자금 유용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면 엄정히 처벌받을 것"이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해당 발언 이후 국민의 분노는 더 치솟았다. 3차 대국민 담화 이후 촛불집회는 주최 측 추산 기준으로 사상 최다 인원인 232만명이 모여 국민의 공분을 실감케 했다. 촛불집회는 총 23차례 진행됐고 박 대통령의 파면이 결정된 후인 2017년 4월29일 공식적으로 종료됐다.

우리나라의 촛불집회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큰 이슈를 일으키며 민주적인 평화 시위로 평가받았다. 2017년 10월 독일 공익·정치 재단인 프리드리히 에베르트 재단에서는 촛불집회에 참여한 우리나라 1000만 국민을 '2017 에버트 인권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자서전 들고 다시 돌아온 박근혜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은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지난달 5일 대구 수성구에서 북콘서트를 개최했다. 사진은 박 전 대통령이 지난달 5일 대구 수성구 만촌동 인터불고호텔 컨벤션홀에서 열린 ‘박근혜 회고록 : 어둠을 지나 미래로’ 출간 기념 북콘서트에서 환하게 웃는 모습. /사진=뉴시스(공동취재)
탄핵 후 박 전 대통령은 곧바로 검찰에 소환됐다. 2017년 3월21일 검찰에 출석한 박 전 대통령은 열흘 뒤 구속영장이 발부됐고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로 구속된 전직 대통령이 됐다.

2017년 10월16일 6개월인 1심 구속기간이 만료됐지만 검사가 앞선 구속영장에 적시하지 않은 뇌물 공소사실에 대해 다시 구속영장이 발부돼 구속기간이 최대 6개월 더 연장됐다.

박 전 대통령은 대기업 관련 범죄·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등 혐의와 국정원 특활비·공천개입 등 혐의에 대해 각각 재판받았다. 두 재판을 합치면 징역 총 22년형과 벌금 180억원, 추징금 35억원이다. 복역 중이던 박 전 대통령은 2021년 12월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결단으로 사면 복권됐다.

사면 이후 박 전 대통령은 대구에 위치한 자택에서 거주하며 정치 활동을 멈췄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올해 총선을 앞두고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던 박 전 대통령이 다시 등장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달 5일 대구 수성구의 한 호텔에서 '박근혜 회고록 : 어둠을 지나 미래로' 북콘서트를 개최했다. 이날 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을 지낸 사람으로 아쉬운 일에 대해선 아쉬운 대로, 잘한 결정은 그대로 써서 미래 세대에 교훈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집필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김인영 기자 young9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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