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뉴스]총선앞 너도 나도 깔겠다는 도로·철도망…괜찮을까
여당 후보들이 정부의 민생토론회 일정에 힘입어 다양한 도로·철도 공약을 제시하자, 야당은 대통령의 선거개입이라고 비난하고 있지만, 여야 후보들의 교통 인프라 개발 공약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선거를 통해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사업들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지만, 비용 등 경제성과 실현가능성을 뺀 채 제시하는 공약은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총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표심을 얻기 위한 여야의 공약 경쟁 또한 치열해지고 있다.
사회간접자본(SOC)의 경우 사업이 결정만 된다면 매력이 상당한 탓에 여야 가리지 않고 관련 공약을 쏟아내고 있는데, 실현가능성 탓에 공염불만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고속도로·철도 건설, 연장, 지하화 쏟아내는 여당 후보들
반도체가 국가전략산업인 만큼 철도로 동탄과 남사 삼성반도체클러스터, 원삼 SK반도체클러스터, 이천 부발역을 잇고, 고속도로도 별도로 깔게 되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또 다른 수도권 격전지인 수원에서는 국민의힘 소속인 김현준(수원갑), 방문규(수원병), 이수정(수원정) 후보가 수원~강남 고속도로 신설, 수원역·성균관대역 철도 지하화, 지하철 3호선 수원 연장을 합동 공약으로 발표했다. 서울로의 출퇴근 교통정체와 지역단절 해소가 주된 사유다.
비수도권에서도 교통 인프라 공약은 이어지고 있다. 영주에서는 대구경북신공항 신공항철도를 경북도청과 영주까지 이어지도록 하겠다는 공약이 제시됐다.
국토균형발전과 경북북부의 인구소멸 문제를 해소하려면 과거 경북북부권 물류 거점이던 영주에 교통시설을 유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여당 후보들의 공약은 국민의힘 지도부의 행보에 의해 힘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직접 수원을 찾아 지역주민들로부터 지상철도로 인한 애로사항들을 청취한 후 지하화를 추진하겠다고 공약하는 등 지역 교통망 구축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민생토론회 명목으로 전국 다니며 지역경제발전 방안 직접 제시한 대통령
정부부처의 신년 업무보고의 일환으로 추진됐던 민생토론회는 분야별 정책을 넘어서서 각 지역별 정책까지 챙기는 행사로 확대 운영되고 있다.
당초 10여 차례로 계획됐던 전체 일정은 벌써 18회에 걸쳐 진행됐고, 부산과 창원, 대구, 서산, 인천 등 다양한 지역에서 지역 경제 발전 방안도 발표됐다.
행사 주관도 부처나 지방자치단체가 아니라 대통령실에서 주도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모든 일정에 참여해 정부와 지자체 정책 추진에 힘을 싣고 있다.
윤 대통령은 대구에서는 "대구를 마 한번 바까보겠다"며 사투리를 쓰는 한편, 인천에서도 인천의 오랜 숙원인 경인선 철도와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민생토론회를 통해 발표된 고속도로와 철도 지하화에 65조2천억원을 투입하는 한편, 민자 유치를 적극 유치해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야당 "대통령이 선거운동한다"지만 여당 후보들과 별다를 것 없는 행보
정부부처의 활동으로도 충분한 일들을 굳이 대통령이 각 지역을 돌면서 선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맹성규, 박찬대, 정일영, 허종식 등 민주당 인천지역 예비후보들은 윤 대통령이 송도국제도시에서 열린 GTX-B노선 착공기념식에 참석한 것이 총선 개입이라고 규탄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정책발표가 공직선거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기부행위의 약속에 해당한다며 당 차원에서 고발에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도로와 철도의 건설이나 지하화와 같은 지역 SOC 사업은 야당 후보들의 공약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수도권에서는 경기 군포의 이학영, 의왕·과천의 이소영 의원 등이 지역구를 관통하는 철도구간에 대한 지하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김해을의 김정호 의원은 KTX를 연장해 김해에 복합환승센터를 건설하는 것은 물론 창원~김해~양산~울산을 연결하는 동남권 순환 광역철도도 신설하겠다고 공약했다.
민주당을 탈당한 화성정의 이원욱 의원은 분당선 연장과 동탄~부발선 추진 등을 교통허브 공약으로 발표했다.
선거 통해 동력 약해진 사업 재활성화 순기능 있지만…비용 얘기 뺀 채 당위성만 강조한 공약은 큰 문제
전문가들은 이같은 활동이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거나 추진동력이 약해진 지역 사업에 활력이나 속도감을 불어넣는 순기능을 하기도 하지만, 해당 사업이 과거에 실패했던 이유나 경제성 등 기타 원인을 고려하지 않은 채 지역민 입맛에 맞춘 내용을 제시하는 것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지상철도가 지나는 지역에서 선거철마다 공약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는 지하화의 경우 ㎞당 적게는 1천억원 안팎, 많게는 4천억원 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는 고비용 사업이다.
관련 법령 정비로 지상부 투자가 용이해진 만큼 여야 모두 민자를 유치하면 사업비 부담이 적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얼마만큼의 투자가 유치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손기민 중앙대 사회기반시스템공학부 교수는 "국가철도망 계획 등 상위 계획에서 언급된 사업에 대한 빠른 처리는 타당성이 있을 수 있지만, 이런 밑그림도 없는 사업을 지역에서 필요하니 관철하겠다고 하는 것은 임기 4년의 국회의원 공약으로는 말이 안 된다"며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할 가능성이 낮은 사업에 대해서는 특별법 등을 거론하기도 하는데, 정작 필요한 비용 얘기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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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준규 기자 findlov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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