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B컷]위법 심판대 오른 '검찰 증거'…송영길 재판 뒤흔드나

CBS노컷뉴스 송영훈 기자 2024. 3. 10.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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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수사보다는 재판을, 법률가들의 자극적인 한 마디 보다 법정 안의 공기를 읽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드립니다. '법정B컷'은 매일 쏟아지는 'A컷' 기사에 다 담지 못한 법정의 장면을 생생히 전달하는 공간입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지만 중요한 재판, 모두가 주목하지만 누구도 포착하지 못한 재판의 하이라이트들을 충실히 보도하겠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수수 의혹을 받는 송영길 전 대표. 황진환 기자

총선 바람이 법원에도 불어 닥치고 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정치인 재판이 부쩍 많아진 요즘, 법원에도 정치인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습니다. 주로 야당 인사들입니다. 요 며칠만 봐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송영길 전 대표, 노웅래 의원 등이 법원을 다녀갔죠.

오늘 '법정B컷'은 송 전 대표의 정당법 위반 혐의 재판 법정으로 가보겠습니다. 송 전 대표가 수감 생활 중 정당을 만들어 대부분의 시선이 옥중 창당에 쏠렸지만, 사실 재판의 하이라이트는 위법 심판대에 오른 '검찰의 증거들'이었습니다.

"영장도 없이 압수수색 후 수사" vs "적법 수사"


송 전 대표가 지난 4일 서울중앙지법 법정에 들어섰습니다. 녹색 수의를 입은 그는 흰머리도 부쩍 늘어났습니다. 할 말이 많은지 한 손에는 서류를 들고 나오기도 했습니다.

송 전 대표는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당대표 선거를 앞두고 국회의원 등에게 돈봉투를 뿌린 혐의로 구속된 상태입니다. 이와 함께 추가된 혐의가 '평화와먹고사는문제연구소(먹사연)'를 통한 불법적인 금품 수수입니다.

스마트이미지 제공


검찰은 독립된 단체처럼 보이는 먹사연이 사실은 송 전 대표의 후원 조직이자 선거 캠프였고, 송 전 대표가 이 먹사연을 통해 후원금 명목으로 불법정치자금 7억6300만원을 수수했다고 주장합니다. 당연히 송 전 대표는 먹사연은 정부 부처에 정식 등록된 비영립법인이자 자신과는 무관한 조직이라고 부인하고 있습니다.

할 말이 많아 보였던 송 전 대표, 역시 할 말이 많았습니다. 그는 재판부에게 계속해 발언 기회를 달라고 요청합니다. 그렇게 발언권을 얻었고, 그는 억울하다며 약 20분 간 말을 쏟아냅니다. 검찰의 수사가 위법하다는 겁니다.

2024.3.4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 송영길 돈봉투·먹사연 의혹 공판中
송영길 "검찰은 돈봉투 사건으로 저를 구속시키기 미약하니 별도로 먹사연을 수사합니다. (중략) 저를 모욕하고 먹칠하려는 비겁한 기소이고 공소권 남용으로 공소 기각할 사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애초부터 검찰이 돈봉투 사건을 가지고 지금까지 떠든 것인데 (돈봉투는) 제일 뒤로 빠지고 먹사연, 제3자뇌물죄로 본말이 전도 됐습니다. 하…"

재판부 "물 한 잔 하세요"

송영길 "하아…"


송 전 대표 측은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을 수사하던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 내 압수수색 범위를 벗어나 먹사연 자료까지 확보했고, 이후 돌연 먹사연에 대한 수사를 진행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위법수사이며, 이렇게 확보된 증거도 위법이기에 재판에 쓰여서 안 된다는 겁니다.
2024.3.4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 송영길 돈봉투·먹사연 의혹 공판中
송영길 측 변호인 "먹사연 관련 수사는 적법 절차 원칙을 명백히 위배했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혐의와 무관한 정보가 섞인 압수물을 폐기하지 않고 보관하다가 이를 토대로 다른 사건 정보를 수집한다면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혐의사실과 
객관적 관련성이 있는 별건 혐의 사실에 대해서 압수수색을 할 수는 있지만, 객관적 관련성은 단순 유사 범행이란 사유로는 부족하고 혐의사실의 내용, 수사의 대상과 경위 등을 종합해 구체적·개별적 연관 관계가 있으면 인정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검찰 공소장만 봐도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은 정치자금법 위반이란 점에선 동종 범행으로 보이지만 객관적 관련성이 전혀 인정되지 않습니다"


변호인은 대법원 판례를 거론하며 먹사연에 대한 검찰 수사 위법성을 계속 지적합니다.
2024.3.4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 송영길 돈봉투·먹사연 의혹 공판中
송영길 측 변호인 "수사기관이 돈봉투 사건을 혐의 사실로 해서 발부받은 압수수색 영장으로 아무런 객관적 관련성이 없는 먹사연 관련 정보를 수집하면 안 된다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검찰은 돈봉투 사건을 혐의 사실로 해서 받은 압수수색 영장을 통해 아무런 객관적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은 먹사연 사건 관련 정보를 수집했습니다"

"돈봉투 사건을 혐의 사실로 해 받은 압수수색 영장으로 먹사연 관련 정보를 통째로 압수했고, 이를 폐기하지 않고 보관하다가 별건 수사를 시작했습니다. 그 와중에 새로운 압수수색 영장을 추가로 받지도 않았습니다"


실제 대법원은 '수사기관이 범죄 혐의 사실과 관련이 없는 나머지 정보를 삭제·폐기·반환하지 않고 보관하고 있는 것은 압수 대상인 정보 범위를 넘어선 자료들을 영장 없이 확보하는 것이어서 위법'이라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사후에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추가로 발부받고, 또 피고인 측이 증거 활용에 동의했다고 하더라도 그 자료들은 이미 위법한 자료라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검찰은 즉각 반박합니다. 객관적 관련성이 있고, 적법 절차를 거쳤기에 문제 없다는 입장입니다. 개별 증거 별로 상세하게 설명이 가능하다고 자신감도 드러냈죠. 이 과정에서 변호인과 검찰은 날 선 말을 주고 받기도 했습니다. 영화에서나 나오는 '검찰 캐비닛'이란 표현이 법정에서 나온 것이죠.

2024.3.4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 송영길 돈봉투·먹사연 의혹 공판中
송영길 측 변호인 "검찰이 특정 사건 정보를 수집해서 폐기하지 않고 필요에 따라 다시 열람해서 분석하고서 이걸 기초로 또 다른 혐의 사실로 기소하거나 그런 절차를 속칭 검찰 캐비닛이라고 합니다. (중략) 이 부분 쟁점이 해결되지 않고서 먹사연 관련해서 심리가 이뤄지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검찰
 "저희 주장을 호도하는 겁니다. 저희 입장에선 기본적으로 먹사연 관련 증거가 돈봉투 사건과 관련이 있기에 압수했다는 것을 반복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중략) 저희가 압수한 물건은 돈봉투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에서 제시해준 기준에 따라 범죄사실, 배경사실, 양형자료 등 이런 여러 가지와 관련이 있어서 적법하게 압수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개별 증거 별로 논박이 이뤄져야 합니다. 영장 내 범죄사실과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 제시해주면 그 부분에 대해서 추가적인 의견서로 설명하겠습니다"


송영길 측 변호인 "압수 자체가 위법이 아니라서 딸려올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수사를 중지하고 추가 압수수색 영장을 받으라는 것이 판례입니다. 그런 절차가 없는 상태에서 A사건으로 압수한 것을 B사건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가, 그게 위법 수집 증거라는 겁니다. B사건 범죄사실 입증을 위해서 사람을 불러 조사할 때 이 증거를 제시하고 물어보면 그 진술 절차도 위법 수집 증거입니다. 이 부분 해결되지 않으면 위험한 재판이 된다는 것입니다" (방청석에서 박수와 함성 나옴)

결국 13일 위법 여부 판단… '위법' 판단 시 타격 불가피


양측의 공방에 재판부도 결국 위법수집 증거 여부를 따져볼 필요성이 있다며 기존에 예정됐던 증인신문 일정을 변경합니다. 그리고 송 전 대표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방청석에서 박수가 나온 것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경고합니다.
2024.3.4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 송영길 돈봉투·먹사연 의혹 공판中
재판부
"방청석에서 박수 소리가 나왔습니다. 앞으로 재판 진행에 방해가 될 수 있으니 자제해주세요. 박수와 함성은 법정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증거 목록하고 수사기록을 다 갖고 있는 검찰이 압수된 것이 어디서 나왔는지 밝혀줘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객관적 관련성 여부를 거기에서 따지게 되지 않겠습니까. 만약 위법수집 증거라면 증거가 없는 형태로 치부하고 나머지 증거로 판단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3월 13일에 정치자금법 혐의 핵심인 이○○씨 증인신문이잖아요. 이건 보류합니다. 위법수집 증거 관련해서 십분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어서요. 3월 13일은 위법수집 증거 관련 논의만 하고, 이○○씨 증인신문은 3월 18일에 하겠습니다"

황진환 기자

그동안 송 전 대표를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하고 수사를 진행한 검찰은 동시에 먹사연 수사를 통해 송 전 대표를 압박해 왔습니다. 그런데 검찰이 송 전 대표의 주요 혐의로 먹사연 의혹을 앞세운 상황에서 먹사연 사무실에서 확보한 자료들이 위법수집 증거로 판단된다면 검찰의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검찰이 확보한 증거가 위법으로 판단돼 재판 결과가 뒤바뀌는 경우는 최근에도 있었죠.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의 불법승계 의혹을 수사한 검찰은 삼성 측이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 바닥에 숨긴 방대한 규모의 자료를 확보하고도 절차를 어겨 유죄 증거로 활용하지 못했습니다. 이는 이재용 회장 재판은 물론 삼성바이오로직스 횡령 재판에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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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재판의 분수령이 될 수도 있는 위법수집 증거 논란, 검찰과 변호인은 이달 13일 총력전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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