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通했다···‘최고 실적’ 갈아치운 화장품 ODM 업계 [빛이 나는 비즈]
코스맥스도 1.7조로 역대 최대 매출
코스메카코리아, 영업익 374% 올라
K뷰티 인기에 수출용 수주 증가 영향
해외 인디 브랜드도 신규 고객사로
美中日 넘어 유럽·중동·남미 개척
AI 기술 접목, R&D 확대 등 지속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소비 위축과 중국의 자국 브랜드 선호 현상으로 국내 화장품 업계는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한국의 문화 콘텐츠가 주목을 받으며 덩달아 화장품 시장도 ‘K뷰티’라는 이름으로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은 기존의 고가 브랜드가 아닌 인디 브랜드를 중심으로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이러 가운데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인디 뷰티 브랜드의 제품 생산를 담당하는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업계가 지난해 ‘최고 매출’을 갈아치우며 뷰티 시장 활성화를 이끌고 있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콜마(161890)·코스맥스(192820) 등 화장품 ODM 기업은 지난해 역대 최고 매출을 달성함과 동시에 수익성이 대폭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먼저 한국콜마는 2023년 매출액이 전년 대비 15.53% 증가한 2조 1554억 원을 기록했다. 한국콜마의 연간 매출이 2조 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365억 8800만 원으로 무려 86.39% 상승했다. 당기순이익은 260억 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코스맥스도 지난해 1조 7774억 9445만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 실적을 갈아치웠다. 영업이익은 1156억 8565만 원으로 전년 대비 117.86% 상승했으며 당기순이익은 378억 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코스메카코리아(241710) 역시 업계의 실적 고공행진 분위기를 이어갔다. 지난해 매출은 4707억 19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17.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91억 6300만 원, 당기순이익은 336억 3600만 원으로 각각 374.2%, 460.3% 급증했다.
화장품 ODM 업계가 이같은 외연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K뷰티’와 ‘인디 브랜드’다. 국내 뷰티 브랜드가 해외에서 주목을 받으며 판매가 늘어난 것이 ODM 업체의 고객사 및 수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콜마·코스맥스·코스메카코리아 모두 실적 성장의 이유로 “인디 브랜드 등 고객사의 수주 주문 증가로 매출이 성장”을 꼽았다.
특히 한국콜마는 선케어 제품을 중심으로 국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한 점이 주효했다. 현재 한국콜마는 국내 선케어 시장 70%를 점유하며 자외선 차단에 대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자외선 차단 제품에 대한 규제가 까다로운 미국의 기준을 맞추기 위해 2022년 자외선 전문 연구소 ‘UV테크이노베이션연구소’를 신설하고, 연구개발(R&D)을 본격화했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자외선 차단제 뿐만 아니라 비비크림, 파운데이션에도 선케어 기능이 들어가기 때문에 선케어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코스맥스는 일본 시장에 진출한 고객사가 현지에서 인기를 모으며 매출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올 1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뷰티 박람회 ‘코스메위크 도쿄 2024’에 참가해 자체 부스를 운영한 결과 3일 동안 620개 고객사가 방문하며 현지에서의 높은 관심을 입증했다. 코스맥스 관계자는 “일본은 미국, 중국에 이어 글로벌 3위 화장품 시장”이라며 “최근 현지에서 인디브랜드 출시 사례가 증가하고 있어 일본의 화장품 제조 시장은 향후 성장 잠재력이 높은 분야로 평가받고 있다”고 전했다.
코스메카코리아도 국내외 고객사의 수주 증가가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코스메카코리아 관계자는 “지난해 기존 국내 고객사의 수출용 제품은 물론 해외 신규 인디 브랜드로부터 수주도 증가했다”며 “고객사 포트폴리오가 확대되며 매출이 성장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중국을 제외한 시장에서 K뷰티가 인기를 끌며 최고 실적 달성에 성공한 화장품 ODM 업계는 올해 중동·인도 등 신규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해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목표다. 먼저 한국콜마는 올해에도 선케어 제품군에 대한 매출 호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에서의 성장세가 가파를 것으로 보인다. 한국콜마는 지난해 3월 미국 뉴저지에 북미기술영업센터를 개관하고, 한국의 종합기술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북미 현지 고객사 맞춤형 원료 및 제형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 법인에서도 60개 이상의 고객사들과 자외선 차단 제품 출시를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립, 쿠션, 파운데이션 등 색조 화장품에 R&D도 강화해 신규 고객사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국내외 900여 개의 고객사를 대상으로 화장품을 제조해 온 한국콜마의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현지화 전략을 강화할 것”이라며 “미국을 비롯해 중동, 유럽 등에도 활발히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코스맥스는 일본 등 기존 시장에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올해 중동·남미·아프리카 등 새로운 글로벌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방침이다. 특히 지난해 설치한 신흥국 태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신규 고객사 확보에 주력한다.
현재 코스맥스가 공을 들이고 있는 시장은 중동으로 앞서 이슬람 문화권인 인도네시아에서 공장을 운영하면서 중동 시장 진출까지 염두에 두고 할랄 인증을 추진했다. 그 결과 2016년 국내 화장품 ODM 업계 최초로 세계 3대 할랄 인증 기관인 인도네시아 무슬림협의회(MUI)의 인증을 획득했다. 또 2021년에는 아랍에미리트(UAE)의 인플루언서 브랜드에 제품 공급을 시작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중동 TF를 적극적으로 운영해 현재 튀르키예 고객사까지 추가 확보에 성공했다.
아프리카 TF도 고객사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선 결과 3개국 진출에 성공했다. 특히 케냐의 기초 화장품 브랜드가 현지뿐만 아니라 나이지리아, 우간다 등 아프리카의 다른 국가에서도 좋은 성과를 얻고 있다. 아울러 이 브랜드는 ‘흑인 피부를 위한 K뷰티’라는 독특한 콘셉트로 아프리카 외 미국과 유럽 등 타 대륙 국가에서도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게 코스맥스 측 설명이다.
ODM 업계는 적극적인 신규 시장 확대 뿐만 아니라 기술력 강화에도 고삐를 죈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화장품 제조 기술에 대한 초격차를 확보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코스메카코리아는 화장품 처방(레시피) 적합성 검증 및 개발 기간 단축을 위한 핵심 기술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화장품 처방 검색 시스템 개발에 성공했다. 이는 AI를 활용해 실제 화장품 처방에 앞서 기존 실험 처방 중 유사도가 높은 것을 검색해 △과거 이력 △제조 과정 △물성 △충진 △포장 △클레임 이력 등을 사전에 파악하는 시스템이다. 여기에 타깃 제품의 적합한 처방을 빅데이터 기반으로 제안할 수 있어 신제품 개발 기간을 단축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현재 코스메카코리아는 해당 기술에 대한 특허를 등록한 상태로 이를 기반으로 고객사의 다양한 요구에 대응하면 제품 수(SKU, Stock Keeping Unit)를 확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국콜마도 세계 최초로 발견한 마이크로바이옴(인체 내 미생물군) ‘KOLBM20’을 활용해 혁신 제품 개발을 이어간다. KOLBM20은 자외선 노출로 인한 피부 노화를 억제하는 성분으로 자외선으로부터 피부 탄력을 유지하는 단백질인 콜라겐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피부가 자외선에 노출되면 콜라겐이 녹으면서 ‘피부 탄력 유전자(MMP-1)’가 발현되는데 KOLBM20가 이 유전자의 발현을 줄이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피부 탄력이 줄면서 생기는 노화 억제가 가능하다.
코스맥스는 생물 자원을 활용한 바이오 초격차 기술력 확보에 나섰다. 특히 그룹 내 역량을 모두 집중하기 위해 최근 바이오 소재 개발 연구 연합체 ‘코스맥스BF(Bio Foundry)’를 발족했다. 이를 기반으로 마이크로바이옴(미생물과 생태계의 합성어), 생합성 균주, 천연 유화제 등을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화장품은 물론 이종 산업과의 협업까지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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