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글거려 끝까지 볼 수가 없다”…조롱거리 전락한 공화당 비밀병기
40살 위 바이든 연설 반박에 나서
어색한 톤, 내용 오류에 비판 쇄도
“이건 100% SNL(새터데이 나잇 라이브)에서 패러디할 것이다. 그때까지 어떻게 참고 기다리나.”
지난 7일 조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연설(SOTU) 직후 공화당을 대표해 반박에 나선 케이티 브릿(Katie Britt·42) 상원의원의 20분 짜리 연설이 화제다. 대통령의 국정연설에 야당의 신예 정치인이 반박하는 것은 미국 의회의 오래된 관례인데, 과장되고 어색한 표정은 물론 일부 사실과 다른 내용이 포함돼 비판이 쇄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30세대들이 이를 조롱하는 사진이나 영상을 만들어 소셜미디어(SNS)에 퍼뜨리며 일종의 ‘밈(meme)’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변호사이자 의회 보좌관 출신으로 2023년 처음 상원에 입성한 브릿은 49명의 공화당 상원의원 중 최연소다. 공화당이 전국민의 이목(耳目)이 집중되는 반박 연설자로 브릿을 지명한 건 올해 82세로 고령의 나이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는 바이든과 극적 대비를 강조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됐다. 바이든은 1942년생, 브릿은 1982년생으로 두 사람은 40살 차이다. ‘아빠와 딸’뻘인 셈이다. ‘공화당의 비밀 병기’라 불리며 큰 기대를 받았던 브릿은 이날 연설에서 바이든의 이민 정책을 비판했고, 낙태권을 옹호하며 여성 유권자들에게 어필했다.
그런데 브릿의 연설이 공개된 직후 평가가 엇갈렸다. 브릿이 마치 울듯한 표정으로 바이든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결의에 찬 다짐을 할 땐 돌연 표정이 변하는 등 전반적으로 과장된 톤이 연설을 지배하며 어색한 분위기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브릿 연설 직후 X(옛 트위터)나 유튜브에서는 “너무 드라마틱하게 보이려는 연기가 어색했다” “손발이 오글거려 끝까지 볼 수가 없었다”는 비판이 쇄도했다. 여기에 연설 장소가 브릿의 앨라배마주 자택 내 주방인 점도 문제가 됐다. 청년 보수 단체 ‘터닝포인트USA’ 대표이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열혈 지지자인 찰리 커크는 “브릿이 다정한 엄마라 확신하지만 이 연설은 우리가 필요했던 바가 아니다”라며 “바이든이 국정연설에서 미국 우파에 전쟁을 선포했는데, 마치 요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듯 했다”고 비판했다. 40대 여성인 브릿은 고령의 백인 남성인 트럼프를 보완해줄 부통령 후보로 꾸준히 거론됐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어려워졌다는 전망도 나온다.
브릿이 바이든 정부 내에서 심각해진 ‘불법 이민’ 문제를 비판하면서 든 사례도 사실과 달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브릿은 멕시코 갱단에 납치돼 4년 간 ‘성노예’ 생활을 했다는 여성 카를라 하신토 로메로의 이야기를 들며 “바이든의 국경 정책은 수치 그 자체”라고 했다. 그런데 이 여성은 과거 자신이 납치 당한 시기를 정작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기인 2002년이라 했고, 납치된 장소도 미국이나 미·멕시코 접경 지대가 아닌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라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9일 “브릿이 그릇된 주장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팩트 체크를 통해 “브릿이 말한 로메로 이야기와 바이든 정부는 아무 관련성이 없다”고 했다.
미 정치권에서 야당 정치인의 대통령 국정연설 반박은 정치적으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로 여겨진다. 대통령 연설 만큼이나 많은 TV 시청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기 때문에 이름을 알리고 자신의 실력을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만큼 리스크도 크기 때문에 ‘독이 든 성배’라는 얘기도 나왔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민주당 상원의원으로 있던 2008년 1월 부시 대통령의 국정 연설을 반박하며 전국적인 스타덤에 올랐고, 이게 8년 만의 정권 교체와 본인이 미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이 되는 시발점이 됐다. 반면 공화당의 촉망받는 정치인이었던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2013년 반박 연설을 했는데 도중에 어색하게 생수를 마시는 모습이 화제가 됐다. 이는 ‘루비오의 생수병 순간(water bottle moment)’이라 불리며 수많은 경쟁자들이 패러디했고, ‘흑역사’로 남아 지금까지도 그를 따라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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