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 의대 정원 ‘40→144명’ 증원 요청에…학생들 집단 휴학계

김현주 2024. 3. 10.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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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교수들 "내년까지는 60명 수용이 최대…의견 냈지만 묵살돼"
기사 특정내용과 무관. 연합뉴스
아주대학교가 최근 교육부에 의대 신입생 정원을 큰 폭으로 증원해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대학교 의대 교수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집단행동에 나섰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의대 재학생들 또한 증원 요청에 반발해 단체로 수업을 거부하고 나서면서 대학교 측과 의대 교수 및 학생들 간 갈등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는 모양새다.

아주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의대 교수협 비대위) 등에 따르면 아주대는 지난 4일 교육부에 의대 입학 정원을 기존 40명에서 104명 늘어난 144명으로 증원해달라고 요청했다.

반면, 의대 교수들은 학교 시설과 커리큘럼 등 여건을 고려하면 내년까지 늘릴 수 있는 신입생 정원은 최대 60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의대 교수협 비대위는 지난 2일부터 3일까지 이틀간 의대 전체 교수 4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벌여 응답자 301명의 답변을 받았다.

그 결과 2025년까지 추가로 수용 가능한 인원은 20명 이내로, 최대 60명의 정원을 받을 수 있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현재 아주대가 계획 중인 첨단의학 연구관이 마련되는 2028년부터는 현재보다 40명 늘어난 80명까지 받을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의대 교수협 비대위는 설문 결과를 최기주 총장에게 전하고 지난 4일 진행된 교육부 수요조사에 이를 반영할 것을 의료원장을 통해 요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들은 최 총장이 자체 설문 결과를 무시하고 의료원장과 재단 사무총장과의 회의를 통해 제시한 것보다 84명이나 많은 인원을 희망 정원으로 제출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비대위는 지난 8일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들의 외침'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현 입학 정원의 3배가 넘는 정원을 신청한 총장의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교육의 직접적인 책임자인 의대 교수에게 증원 가능한 적정 규모를 물어보는 과정은 없었다"고 비판했다.

비대위 소속 교수들은 같은 날 오후 최 총장 집무실에 항의 방문해 이러한 의견을 재차 피력하기도 했다.

아주대 의대 재학생들 또한 비상시국대응위원회(이하 재학생 비대위)를 꾸려 집단으로 휴학계를 제출한 상태이다.

이에 아주대 의대가 개강일을 연기하기로 결정하면서 강의실은 새 학기임에도 텅 빈 채 적막감만 흐르고 있다.

재학생 비대위는 이 기간 수업 거부는 물론 재학생들에게 동아리 활동까지 금지하겠다고 밝히며 집단행동에 힘을 보탤 것을 당부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달 27일 SNS 계정에 '수업 거부, 동맹 휴학 기간 동아리 활동 안내문'을 게시하고 "이 기간 동아리 운영, 활동, 회비 수금을 금지한다"며 "동아리원 간의 사적인 만남을 제한하지는 않으나, 타 단과대학 학우들이 봤을 때 동아리 활동으로 의심할 만한 활동을 하거나 이러한 모습을 SNS에 올리는 것을 제한한다"고 안내했다.

재학생들도 교수들과 마찬가지로 지난 7일 최 총장에 대한 규탄문을 내고 최근 이뤄진 의대 증원 요청에 반발했다.

이들은 "학년당 40명의 현 인원도 겨우 수용하는 의대 강의실과 실습실 등에 144명을 수용할 순 없다"며 "(대학이 요청한 입학 정원) 144명은 교육의 질을 고려했다면 나올 수 없는 수"라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근거 없는 104명 증원 요청을 철회하고 아주대 의대 학생과 교수들의 의견을 묵살한 데 대해 사과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런 가운데 아주대병원에서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 사태가 19일째 이어지면서 이들의 빈 자리를 메우는 의료진의 피로도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

아주대병원의 경우 전공의 225명 가운데 다수가 사직서를 제출한 뒤 현재까지 근무에서 이탈한 상태이다. 아주대병원은 치과를 제외한 의사 인원이 총 650여명으로, 전체의 30%가량이 근무에서 이탈한 셈이다.

병원 측은 상대적으로 급하지 않은 수술 일정을 조정하며 응급, 중증, 암 환자에 대한 수술을 중심으로 근무 중인 의료진을 투입 중이다.

이로 인해 현재 이 병원의 수술실 가동률은 평소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 공백을 채우고 있는 전문의와 간호사들의 업무 부담도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더욱이 최근 전국 곳곳에서 전문의마저 사직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사태가 장기화하고, 이탈 의료진이 늘어난다면 의료 서비스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병원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의대 교수협 비대위 관계자는 "현재 젊은 의사들이 해오던 일은 병원에 남은 교수들이 어렵사리 메꾸고 있다"며 "향후 상황 전개에 따라 더 많은 교수가 사직의 길밖에 없음을 인정하게 되는 순간이 올 수도 있는 만큼 정부와 아주대가 의대 증원 방침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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