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슈] 섬 주민들의 희망, 병원선 '전남 512호'
[앵커]
의료시설이 없는 섬 주민들을 위해 바다를 달리는 병원이 있습니다. 바로 병원선인데요.
전남 서부권 90개 도서의 의료를 책임지고 있는 '전남 512호'.
강영관 기자가 찾아가 봤습니다.
외딴섬을 오가며 20년간 주민들의 건강을 지켜온 병원선 전남 512호.
그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비가 내리는 항구에 정박 중인 전남 512호.
출항할 수 있을까요?
[최승용 / 전남 512호 선장 : 비는 오지만 파고가 0.5에서 1미터 정도 되니까 연안항이니까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전남 512호는 해무를 뚫고 출발합니다.
병원선에는 내과, 치과, 한의과가 있는데요.
의료진은 진료 준비에 한창입니다.
[정석조 / 내과 공중보건의 : 저번에 오셨던 분들 예전에 어떤 처방이 나갔고, 사진을 찍어두셨던 분들이라면 어떤 문제가 있었는가 간단히 확인하는 절차를 하고(밟고) 있습니다.]
한 시간 십 분을 달려 도착한 부소도.
주민들은 비바람이 불어도 섬을 찾아온 병원선이 반갑기만 합니다.
(병원선 오면 어떠세요?) "너무 반갑죠. 너무 감사하고요"
힘겹게 병원선으로 오르는 고령의 섬 주민들.
6개월 만에 찾아온 진료의 기회를 놓칠 수는 없습니다.
어느새 병원선은 사람으로 가득 차고 내과와 한의과는 문전성시를 이룹니다.
(한의사) "쥐도 나요?" (주민) "쥐는 가끔 나고 안 나." (한의사) "쥐는 종아리에 가끔 나고?" (주민) "네"
(의사) "나이가 드시다 보니까 좀 닳아있는 건 보이는데, 금 간 건 안 보이기는 해요 다행히."
(주민) "아이고~ 그러면 좋지요."
두툼한 약봉지를 선물처럼 받아 들고 배를 나서는 주민들.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감사합니다."
다시 닻을 올린 512호는 다음 목적지로 향합니다.
이번에는 의료진이 육상 진료에 나서는데요.
섬에서도 반가운 손님 맞을 준비가 한창입니다.
김광래(74) / 달리도 달리 2구 이장 "마을 주민 여러분께서는 빠짐없이 나오셔서 검진을 받으시고, 필요한 약들을 타가시기를 바랍니다."
"아이고 어떻게 왔어. 보고 싶어서" "오시느라고 고생하셨어요."
임시진료소 달리 2구 경로당은 진료받기 위해 찾아온 섬 주민들로 가득합니다.
"잇몸이 상하니까 지그재그로 넣어주셔요. 여기 음식물이 꼈어.
그러면 여기에다가 넣어서 달래듯이."
진료가 끝나면 의사의 처방에 따라 조제된 약을 다시 섬으로 가져다줍니다.
[최승용 / 전남 512호 선장 : 무의도서(의료시설이 없는 섬) 주민들이 와서 고맙습니다 하고 반겨줄 때가 최고 좋지요.]
2003년에 취항해 21년째 전남 서부권 90개 도서를 운항하며 섬 주민의 건강을 지켜온 전남 512호.
의료진은 매년 9천 명이 넘는 사람들을 진료했습니다.
병원선처럼 큰 배는 작은 섬에 접안이 어려워 보트를 이용하는데요.
[이현 / 항해사 : 보트에 노인분들이 오실 때 혹시 다칠까 봐 승하선할 때 가장 안전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오늘도 한의과 진료는 인기 만점입니다.
[오금님(88) / 신안군 대기점도 : (병원선이 없었으면 어떠했을까요?) 없으면 안 되지요. 있으니까 좋지요. 몇 년이에요 병원선 다닌 게 몇 년이야.]
"점잖게 항상 오시니까." (뵈신 지 십 년이에요?) "넘었죠. 십 년도 넘었죠."
이 배와 오랜 세월을 같이한 사람들에게 병원선은 어떤 의미일까요.
[박성철 / 임상병리사(병원선 14년 근무) : 제가 처음 탔을 때 느꼈던 게 뭐였냐면 아, 이거는 꼭 필요한 거구나.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이런 섬에서 살아가는 분들에게 이 병원선이라는 게 어떤 존재인지 근무를 하면 할수록 알게 됐거든요.]
[남연경 / 치위생사(20년 근무) : 초창기 이 배가 지어졌을 때 타서 이 배가 이제 폐선이 되는 그 과정을 보면서 저도 늙어가고, 이 배도 늙어가고, 환자분들도 많이(매우) 연로하셔서 돌아가시죠. 이제 그렇게 돌아가신 걸 보면 또 마음도 안 좋고.]
홀로 있는 섬.
그곳에 혼자 남게 되는 사람들.
그들이 있는 한 전남 512호의 특별한 항해는 계속됩니다.
제작 : 강영관, 최광현 AD : 심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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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강영관 (ykkang@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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