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촌상권서 홍대만 남아…'똘똘한 한곳' 전략에 상권도 양극화"
"패션은 온라인 대세…정체성 뚜렷한 청담·성수·한남 등은 수요 지속"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서울 안에서도 상권 수는 줄고, 줄어든 상권 안에서 자리를 차지하려고 경쟁하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것입니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코리아(이하 쿠시먼 코리아)의 김성순 전무는 10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상권 트렌드를 이같이 전망하면서 "범신촌 상권에서 신촌과 이대 앞은 사라지고 홍대만 남은 것이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서비스 업체인 쿠시먼 코리아에서 리테일 부문을 이끄는 김 전무는 그 이유로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 변화와 함께 브랜드들의 오프라인 매장 운영 전략이 바뀌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코로나19로 오프라인 매장들의 타깃이 젊은 세대로 더 옮겨갔다고 분석했다. 코로나로 유동 인구가 줄면서 주요 상권이 전반적으로 침체된 가운데 그나마 MZ세대들이 많이 찾는 상권만 버텨냈다는 것이 그 이유다.
나아가 온라인 쇼핑이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이제는 오프라인 매장의 목적이 해당 매장에서의 '판매'가 아닌 '홍보'로 바뀌었다고 밝혔다.
그는 서울 성수동의 '탬버린즈' 매장을 예로 들며 "이제는 얼마를 파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소비자에게 노출돼 이슈가 되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알려지면 저절로 해외까지 홍보 효과까지 생기기 문에 더욱 파사드(건물 전면부)에 신경 쓰고 있다"고 했다.
탬버린즈 매장의 지상 2∼3층은 짓다가 만 것처럼 건물 뼈대만 남아있고, 1층도 입구에 해당해 실제 매장은 지하에 위치했다. 언뜻 보면 공사 중인 것 같은 이 건물은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핫플레이스'로 꼽힌다.
임대료 대비 매출액을 중시하던 몇 년 전만 해도 이런 식의 인테리어는 상상할 수 없었지만, 이제는 리테일 시장에서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 김 전무의 설명이다.
그는 이런 트렌드 변화에 따라 전체적으로 상권 수 자체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판매가 아닌 홍보 목적이 크다 보니 과거와 같이 한 브랜드가 여러 개의 매장을 운영할 필요도 없고, 매장에서 발생하는 매출도 한계가 있어서다.
김 전무는 "식음료 중심 상권은 그나마 사람들이 외식하니 버티지만 이제 온라인 소비가 대세가 된 패션 쪽 중심 상권은 다 힘들어졌다"고 했다.
그는 이런 맥락에서 과거 번화가였던 지방 구도심의 중심 상권들이 더욱 위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브랜드들의 점포 전략도 점점 '똘똘한 한곳'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청담, 성수, 한남 등 이미 각각의 상권 특성이 뚜렷한 서울시내 주요 상권에 대한 수요는 더욱 커질 것이라는 게 김 전무의 전망이다.
예컨대 '명품 브랜드=청담동', '대중적인 브랜드=명동' '젊고 유행하는 브랜드(영&트렌디)=홍대' 등의 공식이 이미 자리 잡은 상권은 해당 이미지를 추구하는 브랜드들의 선택을 계속 받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 전무는 또 "코로나 시기 국내에서 명품 브랜드 매출이 급성장했고 이제 이 브랜드들이 백화점을 벗어나 자체 매장을 더욱 확대하려 할 것"이라며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봤다.
청담동의 경우 계속된 수요로 '임대 전쟁터'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백화점 명품 매출에서 MZ 소비가 절반이 넘다 보니 이들 브랜드가 점점 더 젊은층을 공략하려는 점도 영향이 있다"면서 "명품 브랜드가 고려할 수 있는 곳은 청담 외에는 성수와 한남 정도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인기 상권의 경우 주변부로 상권이 더 확장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명동이나 홍대, 강남 같은 전통적인 상권의 인기도 여전할 것으로 내다봤다.
외국인 관광객 수가 회복된 데다, 이들 상권은 이미 여러 차례 부침을 겪으면서 자생력을 갖췄다는 점이다.
그는 최근 공실률이 늘어나고 있는 가로수길 상권에 대해선 "상권 지형을 볼 때 가로수길이 망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전면은 비었지만, 후면부에는 흥미로운 브랜드들이 많이 들어와 있다"고 말했다.
김 전무는 리테일 시장 전반으로 볼 경우 경제지표상 한동안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고금리 등으로 자금 흐름이 원활하지 않다 보니 실제로 올해 리테일 자산에 투자하거나 개발하는 숫자도 줄었다고 김 전무는 설명했다.
다만 국내 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통해 회사 매출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김 전무는 "예전에는 국내 브랜드의 해외 진출이라고 하면 라인프렌즈나 카카오 프렌즈가 뉴욕에 매장을 내는 정도였지만, 이제는 K-컬처 유행에 힘입어 한국의 위상이 많이 올라가면서 세계 각국의 쇼핑몰이 국내 브랜드를 유치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 국내 브랜드에 대한 해외 수요가 식음료부터 패션브랜드, 병원까지 다양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전무는 "과거에는 진출지가 미국, 일본에 국한됐으나, 이제는 말레이시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으로 지역도 다양화하고 있다"면서 "올해는 국내보다 해외 사업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쿠시먼 코리아는 애플스토어, 룰루레몬, 블루보틀 등과 같은 MZ세대 사이에서 인기있는 브랜드는 물론 반클리프 아펠, 바쉐론 콘스탄틴, 티파니 등 명품 브랜드 등이 국내 진출하거나 매장을 낼 때 자문을 한 바 있다.
luc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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