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심판(ABS)' 첫 날부터 말썽…두 번이나 '경기 중단', 알고보니 볼-스트라이크 판독 못 했다 [MD부산]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일명 '로봇심판'으로 불리는 ABS(자동투구판정시스템)가 첫 선을 보였다. 전세계 '최초'로 KBO리그에서 도입되는 만큼 기대감이 컸는데, 첫 날부터 사직구장에서 몇 차례 트래킹이 실패하는 문제점이 발견됐다.
KBO는 9일 부산 사직구장을 비롯해 대전, 수원, 창원, 이천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시범경기 개막전부터 ABS를 도입했다. 다른 구장에서 어떠한 일이 벌어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사직구장에서는 절반의 성공만 거뒀다.
KBO리그에는 올 시즌 매우 큰 변화들이 생겼다. 프로야구가 출범한 이후 가장 많은 변화에 '대격변'이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상황. 일명 '로봇심판'으로 불리는 ABS가 도입되는 것을 비롯해 피치클락, 수비 시프트 제한, 베이스 크기 확대, 세 타자 상대 규정 등 크고 작은 변화들이 생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단연 ABS.
KBO는 2020년부터 4년 동안 퓨처스리그 300경기에 걸쳐 시범 운영을 통해 기술의 안정성을 높였다. 그리고 여러 차례의 실행위원회와 이사회 논의와 구단 실무 팀장 회의, 감독 간담회, 자문위원회 논의를 거쳐 2024시즌부터 ABS 시스템을 1군에 도입하기로 최종 확정했다. KBO가 전세계 최초로 ABS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결정한 배경으로는 일관된 스트라이크 판정을 통해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지 않겠다는 것.
KBO 관계자는 지난 7일 언론을 대상으로 ABS와 새롭게 도입되는 규정에 대한 설명회를 가지면서 "ABS 시스템의 도입이 매우 큰 변화임을 인지하고 있다.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재 심판진들이 판정하고 있는 스트라이크존을 구현하고자 했다. 그동안 스트라이크 판정에 대해 불만과 논란이 일어났고, 이 부분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장 공정하고 일관된 스트라이크존을 운영하자는 취지에서 ABS 시스템을 도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2024시즌 1군 무대에 적용될 ABS 시스템은 좌우 기준은 홈 플레이트 양 사이드를 2cm씩 확대해 적용한다. 이 같은 설정은 규칙상의 스트라이크 존에 대한 ABS의 정확한 판정으로 볼넷이 증가하는 현상에 대해, 존의 급격한 변화로 인한 현장의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해 심판과 선수단이 인식하고 있는 기존의 스트라이크 존과 최대한 유사한 존을 구현하기 위한 조정으로, 마이너리그의 사례를 참고해 기준점을 잡았다.
그리고 상하단 기준은 홈 플레이트의 중간 면과 끝면 두 곳에서 공이 상하 높이 기준을 충족해 통과해야 스트라이크로 판정된다. 포수 포구 위치, 방식 등에 상관없이 좌우, 상하 기준을 충족하여 통과했는지에 따라 스트라이크가 판정된다. 상하단 높이는 각 선수별 신장의 비율을 기준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상단 기준은 선수 신장의 56.35%, 하단 기준은 선수 신장의 27.64% 위치가 기준이 된다. 이 비율은 기존 심판 스트라이크 존의 평균 상하단 비율을 기준으로 했다.
상하단 높이 비율이 선수들의 각기 다른 타격폼이 아닌, 신장으로 결정된 배경은 악용 사례를 막기 위함이다. KBO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공정하고 일관적인 것이 목표"라며 "선수가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선수들에게 공통적인 비율을 도입했다. 엄청나게 특이한 폼이 아니라면, 대부분 비슷한 상·하 존이 형성된다. 마이너리그에서 타격 자세별 스트라이크존을 도입하니 오류가 더 많고, 악용이 되는 사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KBO는 10개 구단 모든 선수들의 키를 다시 측정하기도 했다.
이날 경기는 10개 구단 모든 팀이 지난해 겨울부터 흘린 구슬땀의 결과물을 확인, 2024시즌을 위해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는 과정이었던 만큼 경기 결과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때문에 이날 시범경기 개막전의 가장 큰 관심 요소는 올 시즌부터 새롭게 도입되는 'ABS'가 경기에 어떠한 영향을 주느냐였다. 지난 2020년부터 4년 동안 퓨처스리그에서 테스트를 거쳐 전세계 '최초'로 도입된 만큼 ABS는 이날 경기의 '주인공'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하지만 이날 처음으로 선보인 ABS는 많은 혼란을 초래했다.
KBO는 선수들의 혼란을 막기 위해 기존의 심판위원들의 스트라이크존과 매우 흡사하게 ABS 존을 구성했다. 하지만 이날 평소 심판들이 잡아주지 않는 코스의 공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물론 오심은 아니었다. 선수들 또한 평소와 다른 스트라이크존에 당황했을 뿐 결과에 납득하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ABS가 경기 진행에 '방해'가 되는 상황이 여러 차례 발생했다는 점이다.
이날 롯데-SSG의 맞대결의 주심은 이민호 심판이 맡았는데, 3회초 이지영의 타석에서 ABS 시스템에 문제가 생긴듯 갑작스럽게 장준심 3루심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마이크를 들고 ABS 운용 요원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까지 나왔다. 이로 인해 경기는 당연히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민호 주심의 이러한 행동은 한 번에 국한되지 않았다.
이민호 주심은 3회 이지영의 타석 외에도 두 차례나 더 장준영 심판을 비롯해 ABS 운용 요원과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이닝 교대 시간에 이루어졌던 한차례를 제외하면, 총 두 차례 경기 흐름에 지장이 생긴 것이다. 이렇게 경기가 중단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KBO 관계자는 "관중들의 함성으로 인해 스트라이크 판정에 대한 '콜'이 들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사직구장에는 총 9483명의 팬들이 찾았다. 정규시즌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많은 사직구장을 방문한 것. 이로 인해 이민호 주심의 이어폰을 통해 전달되는 스트라이크 콜이 잘 들리지 않는 상황이 발생했고, 이민호 주심은 자신과 함께 ABS 판정을 듣고 있는 장준영 3루심에게 확인 과정을 밟은 후 ABS 운용 요원에게 '크로스 체크'를 했던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경기가 끝난 뒤 심판 위원들의 말은 조금 달랐다. 경기장 내부의 소리들로 인해 신호를 듣지 못했던 것보다는 애초에 이어폰을 통해 스트라이크 판정 여부가 전달이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최종적으로 KBO가 보고서를 받아본 결과, 사직구장에서 몇 차례 ABS가 스트라이크 여부를 판독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던 것으로 파악됐다.
KBO 관계자는 지난 7일 설명회에서 "그런 일(오류 발생)은 없어야 하지 않겠나. 오류가 발생할 수 있지만, 이를 줄이는 것이 목표다. 일단 상황이 발생했을 때 심판이 대응해야 하는 매뉴얼이 있다. 우리가 판단하는 오류는 아예 데이터가 찍히지 않는 경우다. 트래킹이 추적됐는데, 볼이 스트라이크가 되거나, 스트라이크가 볼이 되는 것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ABS 도입 첫 날부터 데이터가 찍히지 않는 우려하던 상황이 발생했다. 사직구장을 찾은 관중들의 함성, ABS 운영 요원과 심판 위원들 간의 통신 장비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이로 인해 두 차례나 경기가 중단됐고, 이지영 타석에서의 공을 비롯해 주심이 스트라이크 여부를 결정했다. 일단은 이러한 문제가 시범경기에서 발생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분명 개선이 가능한 사안이기 때문.
KBO 관계자는 트래킹 실패 여부를 파악한 뒤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전세계 최초로 야심차게 도입한 ABS는 첫 선을 보임과 동시에 '숙제'를 남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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