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만 기술 수출 막나…중국도 수출금지한 기술 있네 [차이나는 중국]

김재현 전문위원 2024. 3. 10.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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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차이 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사진=블룸버그
미·중 간의 기술패권 경쟁이 화두다. 기술 경쟁이 격화되면서 아예 기술수출을 금지하기도 하는데, 이는 주로 반도체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앞선 미국의 단골 메뉴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화웨이, 양쯔메모리(YMTC), SMIC를 수출통제 명단(Entity list)에 올리면서 이들을 옥죄고 있다. 중국 최대 낸드플래시 제조업체인 YMTC와 중국 최대 파운드리업체인 SMIC는 중국 반도체 굴기의 막중한 책임을 짊어진 기업이다.

그런데 중국도 수출을 금지하고 있는 기술 목록이 있다. '개두술(머리를 여는 수술)을 위한 침술마취의 핵심 혈자리' 같은 무협지를 연상케 하는 기술도 있지만, 중국판 GPS(위성항법시스템)인 베이더우(北斗·BDS) 기술, 희토류 정제기술, 로봇제조기술은 중국의 핵심이익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수출을 제한하고 있는 기술 목록에 추천 알고리즘이 포함돼 있는 것도 특이하다. 미국·유럽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틱톡의 추천 알고리즘이 유튜브에 견줄 만하다는 자신감일 수도.

중국이 수출을 막고 있는 기술들을 살펴보자.

팔보인주, 종이, 폭죽, 중의약 기술도 수출금지 대상
중국 주요 수출금지 기술목록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지난해 12월 중국 상무부와 과학기술부는 개정된 '중국 수출금지·제한 기술목록(이하 '목록')'을 발표했다. '목록'은 2001년 처음 제정됐으며 2008년과 2020년 개정된 데 이어 작년 세 번째로 개정됐다. '목록'에 포함된 항목 수는 164개에서 134개(수출금지 24개, 수출제한 110개)로 줄었는데, 34개 항목이 삭제됐고 4개 항목이 추가됐다. 수출금지 목록은 수출이 아예 불가능하고 수출제한 목록은 중국 상무부의 허가증을 발급한 후에 수출이 가능하다.

이번에 추가된 4개 항목을 살펴보자. '인간 세포 복제 및 유전자 편집 기술'이 금지 목록에 추가됐는데, 중국이 바이오 기술 통제를 강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농작물 품종개량 기술 △벌크 자재 취급 및 운반 기술 △라이다(LiDAR) 시스템 등 3개 항목은 제한 목록에 새로 추가됐다.

수출금지 목록을 들여다보면 크게 △중국 전통기술 △원자재 가공기술 △안보 관련 기술 등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이 중 중국 전통기술은 굳이 수출금지까지 할 필요가 있나하고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것도 많다.

중국은 팔보인주 제조비법을 수출금지 목록에 포함시켰는데 이 인주는 팔보(八寶·다양한 재료)로 만든다. 안후이성(省) 특산 서화용 고급종이인 선지(宣紙) 생산기술도 수출금지 목록에 포함시켰다. 필자도 선지에 관한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중국의 선지 제작 현장/사진=중국 인터넷

2010년 대 초반 중국에서 고향이 안후이인 중국 친구가 자신의 친척이 선지를 생산한다며 한국에 선지를 팔 수 있을지 물어보는 것이다. 당시 선지를 아는 한국 사람이 적어서 한국 판매는 힘들 것 같다고 답한 기억이 난다.

폭죽 기술, 중의·중의약 기술도 수출 금지다. 이중 독성 중의약재의 혼합 및 가공 기술에는 제천오(制川烏)·제초오(制草烏)·제백부자(制白附子)·제남성(製南星)·청반하(淸半夏)·법반하(法半夏) 등 무협지에나 나올 듯한 약재 이름들이 수십 가지 나열돼 있다. '신조협려'에 정화(情花)라는 독초가 나오는 등 김용의 무협지에도 독약, 독초는 빠지지 않고 나온다.

파클리탁셀 및 관련 기술도 수출금지 대상이다. 주목나무 껍질에서 추출되는 파클리탁셀은 가장 널리 알려진 항암물질로 폐암, 유방암과 난소암 등 다양한 암의 기본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중점 금지 대상은 희토류와 안보 관련 기술
중국의 베이더우 시스템 모형/AP=뉴시스
원자재 가공기술 부문에선 지난해 '목록'을 개정한 희토류 제련·가공·이용 기술 수출 규제 강화가 대표적이다. 중국은 전반적인 희토류 정련·가공 기술과 희토류 금속 및 합금 재료의 생산기술 수출을 금지했다. 세부적으로는 사마륨코발트, 네오디뮴철붕소, 세륨자성체 제조기술 수출과 희토류 붕산산소칼슘 제조기술을 규제 대상에 추가했다.

사마륨코발트 자석은 희토류계 사마륨(Sm)과 고가의 자원인 코발트(Co)를 주원료로 만들어지며 상용중인 영구자석 중 가장 비싼 자석이다. 전 세계에서 중국 생산 비중이 70% 이상이다. 네오디뮴은 가장 널리 사용되는 희토류 자석의 주요 원료로서 중국 생산량은 85%가 넘는 다.

이 밖에도 희토류 붕산산소칼슘 제조기술, 레이저용 고출력·대형 네오디뮴 유리 제조기술도 수출금지 대상이다.

안보 관련 기술에서도 중국이 중요하게 여기는 기술들을 엿볼 수 있다. 위성관련 무선제어 원격조종·원격계측을 위한 코딩 및 암호화 기술은 미국 등 강대국과의 우주항공 경쟁에서 필수적인 기술이다. 핵미사일로 오염된 지역에서 정찰활동이 가능한 원격 제어 핵정찰 로봇 제조기술도 수출금지 대상이다.

특히 안보 관련 기술은 중국 국가 안보를 위한 수출금지 기술이 많이 보인다. 중국판 GPS인 베이더우 시스템(BDS)의 정보 전송을 위한 암호화 기술도 있고 1:100,000 이상의 축척으로 중국 지형을 자세히 나타낸 지형도, 중국 육지 좌표를 출력할 수 있는 위성위치 측정기술도 포함됐다.

중국의 수출금지·제한 기술목록을 살펴봤을 때 제3자 입장에서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항목이 많지만, 개두술을 위한 침술마취의 핵심 혈자리 등 뜬금없는 내용도 많다. 중국 네티즌들도 생전 처음 들어보는 내용이라는 댓글을 많이 달았다. 다른 중국 전통기술 관련 항목은 중국인(또는 중국 공무원)들이 생각하기에는 보존해야 할 전통이라고 여기는 것 같다.

수출금지보다 제한강도가 약한 수출제한 목록은 110개다. 우주항공, 물리, 정밀기계 관련 기술도 포함돼 있지만, '판다의 인공 사육 기술'과 '고대 편종의 복제 기술' 같은 문화재 보호·복원기술도 나열돼 있다. 수출제한 목록의 마지막 항목은 '진시황릉에서 출토된 청동 마차와 말의 복제 기술'이다. 역시 중국적이다.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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