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프로그램 훈풍 재가동… 저평가 은행주, 날개 달까

이지운 기자 2024. 3. 10.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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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금융권 주총 '빅매치', 역대급 주주친화 정책에 표심 어디로③] 옥석가리기 시작 "CET-1 비율 중요"
[편집자주] 3월 금융권의 주주총회 시즌이 도래했다. 역대급 주주환원 정책을 펼친 금융권은 자사주 소각, 배당 확대 방침을 밝히며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따라 행동주의 펀드 등 주주제안이 나오는 만큼 이번 주총시즌에 치열한 표 대결이 예상된다. '거수기' 오명을 받은 사외이사, 이사회에도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달라진 주총 분위기에 대표 저평가 종목인 금융주가 살아날지 관심이 쏠린다.

은행주가 밸류업 기대감이 다시 커지면서 주가가 상승세다./사진=뉴스1
◆기사 게재 순서
① 밸류업 바람에 목소리 높이는 행동주의… 금융권 '주주환원' 대응 고심
② 거세진 여풍, 전문성 강화… '거수기 논란' 금융권 이사회 지각변동
③밸류업 프로그램 훈풍 재가동… 저평가 은행주, 날개 달까

3월 들어 금융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주주환원에 따른 기대감이 커진 가운데 외국인 순매수 행렬이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옥석가리기를 통해 선별적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5일까지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를 포함해 기업은행, 카카오뱅크 등을 구성종목으로 담고 있는 KRX 은행 지수는 18.95% 뛰었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0.58% 상승하는 데 그친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 상승률이다.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감 다시 쑥↑


은행주는 지난달 말 이후 배당락 영향에 단기 조정을 겪었으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감에 재반등하는 분위기다. 통상 지난달 말 결산 배당 기준일이 지나면 배당을 받을 권리가 사라지는 배당락 영향으로 주가가 일시적으로 떨어진다. 4대 금융지주 중 신한지주는 지난달 23일, 하나금융지주는 28일, 우리금융지주·KB금융이 29일 각각 결산 배당 기준일 이후 배당락이 발생했다.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직후 한차례 꺾였던 기대감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발언에 다시 살아나면서 주가에 호재로 작용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달 28일 "주주환원 등 일정 기준에 미달하는 상장사는 증권시장에서 적극적으로 퇴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 발언 이후 신한지주(4만3300원→4만3550원)와 우리금융지주(1만4520원→1만4920원)는 밸류업 정책 발표 직전인 지난 23일 수준으로 돌아갔다.

지난달 28일 배당락 여파로 주가가 떨어졌던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의 주가도 상당 부분 회복됐다. 은행주에 대한 밸류업 모멘텀이 장기간 이어질 것이란 판단에 투자 수요가 모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7일부터 5일까지 외국인은 우리금융지주를 1494억원 사들였다. 이 기간 외국인 순매수 5위다. 이외에도 KB금융은 외국인 순매수 규모 1090억원, 신한지주는 773억원으로 각각 6위, 9위를 기록했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복현 원장의 위법 적발 금융사에 대한 조치 강화 등 자본시장의 질적 성장까지 아우른 발언으로 정부의 밸류업 추진 의지를 재차 확인했다"며 "낙폭이 확대되던 저PBR 업종에 재차 매수세가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도 은행주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김은갑 키움증권 연구원은 "은행업종 주가가 단기간에 가파르게 상승한 느낌을 줄 수도 있겠지만 최근 4년간 원래 움직이던 주가순자산비율(PBR) 범위 내에서 빠르게 움직인 정도로 볼 수도 있다"며 "정책 기대감으로 상승한 주가이기 때문에 정책에 따라 주가가 원상복귀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이는 향후 정책이 구체화되는 모습에 달린 것 같다"고 평가했다.



옥석가리기 본격화 "자본적정성 지표로 배당여력 검토"


관건은 금융지주의 주주환원 의지와 계획이다. 전문가들이 주주환원 확대 여력 및 추가 상승 여부와 관련해 주목하는 지표는 보통주자본비율(CET-1)이다.

CET-1은 통상 기업의 배당 여력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사용되는데 자본여력이 크면 클수록 주주환원에 더욱 적극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CET-1은 대표적 자본적정성 지표로 해당 비율이 높을수록 재무건전성이 양호하다는 걸 뜻한다.

최근 금융사들은 해당 비율을 주주환원정책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각 회사가 목표한 CET-1비율을 초과하면 주주 배당을 확대하는 식이다.

금융지주별 CET-1비율을 살펴보면 KB금융이 13.6%로 가장 높고 하나금융이 13.2%로 그 뒤를 이었다. 신한지주는 13.1%를 나타냈다. KB금융과 신한금융, 하나금융의 CET-1비율은 모두 각 금융사가 제시한 목표치를 웃돌고 있다.

KB금융과 신한지주는 13%를 목표치로 잡고 초과 자본을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하나금융은 13~13.5% 구간에서 전년 대비 증가한 자본비율의 50%에 해당하는 자본을 주주환원 재원으로 쓰기로 했다. 모두 배당 여력이 충분한 셈이다.

반면 우리금융지주는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낮은 11.9%의 CET-1 비율을 기록하며 목표인 13%를 밑돌았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향후 주주환원 확대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설용진 KB증권 연구원은 "우리금융지주의 지난해 주주환원율은 33.7%이며 CET-1이 13%를 웃돌기 전까지는 30~35% 수준의 주주환원율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2~3년 동안 주주환원율 제고는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한다"고 진단했다.

은행주별로 배당여력에서 차이를 나타내면서 자본여력이 큰 종목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광명 DB투자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은행주 중에서도 주주환원 확대 등 기업가치 제고 여력이 큰 기업들이 수혜를 볼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CET-1비율이 목표 비율을 웃돌고 있는 KB, 신한, 하나금융 경우에는 총주주환원율 상향까지 기대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지운 기자 lee101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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