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패소한 SPC 통행세 행정 소송 대법에 상고

황정원 기자 2024. 3. 10.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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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 - 유통가 공정위 소송전] ②공정위, 총수 등 추가 고발하며 압박했지만 '완패'
[편집자주]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린 행정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이어가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높아지는 승소율에도 공정위는 최근 과징금 규모가 큰 소송에서 잇따라 패소했다. 특히 SPC와 쿠팡 등 사회적 관심을 끈 유통가와의 소송전에서 잇따라 패하면서 '기업 저승사자'의 체면을 구겼다. 업계 일각에서는 해당 기업을 압박하기 위해 과징금부터 부과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올 1월31일 SPC가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취소 청구 소송에서 승소했다. /사진-뉴스1
◆글쓰는 순서
①"일단 과징금 때리고 보자"… 공정위, 유통가 소송전 잇단 고배
②공정위, 패소한 SPC 통행세 행정 소송 대법에 상고
③"갑질 없었다" 33억원 과징금 소송서 공정위 누른 쿠팡


계열사를 동원해 SPC삼립을 부당 지원했다는 이유 등으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로부터 647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은 SPC가 이에 불복하고 소송을 진행했다. 4년간 법정 공방이 이어진 끝에 지난 1월 법원은 SPC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고법은 1월31일 파리크라상, SPL, BR코리아, 샤니, SPC삼립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 상당 부분과 시정명령 중 일부를 취소하라고 명령했다. 다만 삼립으로부터 밀가루를 유리한 조건으로 구매하는 방법으로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를 하지 말라는 시정명령은 유지했다.



'계열사 부당 지원' SPC에 역대급 과징금


공정위는 2020년 SPC에 통행세 거래, 주식 저가 양도 등을 들어 부당 지원 혐의로는 역대 최고액인 64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사진=뉴시스
공정위는 2020년 7월 SPC에 계열사를 동원해 SPC삼립을 장기간 부당 지원했다며 부당지원 혐의로는 역대 최고액인 64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파리크라상 252억3000만원, SPL 76억4000만원, BR코리아 11억원, 샤니 15억6000만원 등이다. 제재 사유는 판매망 저가 양도와 상표권 무상 제공, 밀다원 주식 저가 양도, 통행세 거래 등이다.

허영인 SPC 회장, 황재복 파리크라상 대표, 조상호 전 그룹 총괄사장과 파리크라상·SPL·BR코리아 법인에 대해서는 같은 해 8월 검찰 고발 조처를 했다.

통행세 거래는 SPC 계열사들이 또 다른 계열사에 원재료를 납품하는 과정에서 진행됐다고 판단했다. 밀다원 등 생산 계열사 8곳으로부터 밀가루를 비롯한 제빵 원재료와 생수 등 완제품을 구매하는 단계의 중간에 SPC삼립을 끼워 넣는 방식으로 삼립에 7년간 414억원의 부당 지원이 있었다고 봤다.

공정위에 따르면 파리크라상, SPL, BR코리아 등 3개 제빵 계열사는 밀다원, 에그팜 등 8개 생산 계열사가 생산한 원재료와 완제품을 별다른 역할이 없는 삼립을 통해 구매함으로써 삼립에 부당 이익을 제공했다.

3개 제빵 계열사는 2013년 9월부터 2018년 6월까지 약 4년 9개월간 밀다원이 생산한 밀가루 2083억원어치를 삼립을 통해 구매했다. 2015년 1월~2018년 6월 에그팜 등 생산 계열사 7곳이 생산한 제빵 원재료와 완제품 2812억원어치를 삼립을 통해 구매했다.

공정위는 제빵 계열사들이 이런 거래를 통해 연평균 210개 품목을 삼립으로부터 사들이며 9%의 마진율을 제공했다고 봤다. 원재료와 완제품 구매 과정에 삼립이 끼어들면서 거래세를 발생시켜 총수 일가에게 부당한 이익이 제공됐다는 것이다. 이 방법을 통해 허 회장과 장남 허진수 사장, 차남 허희수 부사장 등이 33%를 보유한 SPC삼립의 주가를 높여 승계 과정에 이용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SPC와의 4년 공방서 완패… 공정위, 1월에만 패소 4건


공정위는 올 1월에만 4개 소송에서 패소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안경을 고쳐쓰는 한기정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사진=뉴스1
공정위는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 외에 허 회장, 조 전 총괄사장, 황 대표 등을 검찰에 고발하며 SPC를 압박했다. 허 회장은 통행세 거래에 직접 관여한 혐의로, 조 전 총괄사장은 통행세 거래를 기획하고 법 위반 행위를 적극적으로 실행한 혐의로 고발됐다. 황 대표는 통행세 거래 의사 결정에 관여하고 실행한 혐의를 받았다.

이들은 검찰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2012년 12월 기소됐다. 허 회장 일가에게 부과될 증여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밀다원 주식을 저가에 양도한 혐의를 받은 것.

4년간의 소송에서 SPC가 승리했다. 서울고법은 ▲밀가루 및 원재료 통행세 거래 ▲밀다원 주식거래를 통한 부당 지원 ▲샤니판매망 양도를 통한 부당 지원 ▲상표권 사용을 통한 부당 지원 등 공정위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부당 지원행위에 대한 공정거래법 적용 법리에 문제가 있었다"면서 과징금도 대부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부분 패소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공정위의 완패였다. 이번 패소는 1월1일 쿠팡 소송 패소, 1월2일 해운담합 소송 패소, 1월24일 SK 소송 패소에 연이은 결과라 더욱 뼈아팠다. 1월 한달 동안 4건의 소송에서 패소했고 관련 과징금은 722억원 규모다.

공정위는 해당 판결에 불복해 상고장을 제출했다. SPC 역시 부분 승소에 만족하지 않으면서 법정 공방은 대법원으로 이어지게 됐다.

허 회장의 배임 등 혐의는 지난 2월2일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났다. 허 회장이 밀다원 주식을 저가로 매각할 범죄적 유인이 없었다는 판단이었다. 검찰 역시 항소하면서 2심이 진행될 예정이다.

황정원 기자 jwhw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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