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피벗’ 기대감 커진 美 연준… 한은 금리인하 시점은
1월 PCE 지수, 전년比 2.4% ↑… 5개월째 둔화
美 국채금리도 인하… 10년물 4.19%까지 ‘뚝’
한은, 5·7월 중 인하할듯… “지연 가능성도 있어”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상·하원 연설에서 금리 인하를 시사하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6월 인하설’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가장 중시하는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상승률도 5개월째 둔화하면서 인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방향을 주시하고 있는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시점에도 관심이 쏠린다.
◇ PCE 지수 2.4% 상승… “시장 예상치 부합”
파월 의장은 지난 7일(현지 시각) 상원에서 열린 반기 보고에서 올해 금리 인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2%에서 지속가능하도록 움직인다는 확신을 얻기를 기다리고 있다”면서 “자신감을 가질 시기가 머지 않았다”고 했다. 전날 하원 청문회에서 “올해 어느 시점에 완화책을 시작하는 게 적절할 것”이라고 언급한 데 이어 이틀 연속 금리 인하를 시사한 것이다.
금리 인하에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던 파월이 완화적인 메시지를 내놓은 것은 PCE 지수 상승률이 최근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각) 발표된 올해 1월 PCE 지수는 1년 전보다 2.4%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8월 3.5%였던 PCE 상승률은 꾸준히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1월 근원 PCE 지수도 전년 동월 대비 2.8% 오르면서 한 달 전(2.9%)보다 상승 폭이 작아졌다.
이는 시장의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이다. 지수 발표에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1월 PCE는 전년 동월 대비 2.4%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근원 PCE도 2.9% 오를 것으로 예상해 작년 12월보다 상승률이 둔화했을 것으로 봤다.
PCE는 가계와 민간 비영리기관이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지불한 모든 비용을 합친 것이다. 소비자가 직접 지출한 상품만 포함하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달리, 의료보험이나 고용보험처럼 정부나 고용주가 소비자 대신 구매한 상품도 전부 반영한다. 연준은 PCE가 실제 소비자들이 느끼는 물가를 반영한다고 보고 통화정책의 주요 지표로 삼는다.
PCE 지수가 떨어지자 연준의 ‘6월 인하설’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CME Fedwatch)에 따르면 PCE 지수 발표 다음날인 3월 1일 시장 참가자들은 연준이 6월 금리를 인하할 확률을 73.4%로 예상했다. 일주일 전인 지난달 27일(57.8%)보다 인하 확률이 10%포인트 넘게 높아졌다.
향후 기준금리의 흐름이 반영되는 미국의 국채금리도 떨어지고 있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10년물 국채금리는 전 거래일(4.27%)보다 2bp(1bp=0.01%포인트) 내린 4.25%에 마감했다.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달 27일 4.31%를 기록한 후 3월 1일(4.19%)까지 3일 연속 내림세를 기록하다가, 파월의 발언이 나온 후 지난 7일 4.09%까지 떨어졌다.
◇ 한국도 6월 전후 금리 내릴 듯… 한은 “주요국 통화정책 주시”
연준의 통화정책에 큰 영향을 받는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시점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22일 기준금리를 현 3.5%로 동결하면서 주요국의 통화정책과 환율 변동성 등 대내외 정책 여건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연준의 6월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면 한은도 비슷한 시기에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한은이 5월이나 7월 금통위에서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금통위는 총 24번 열리는데, 이 중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는 회의는 총 8회(1월·2월·4월·5월·7월·8월·10월·11월) 열린다. 5월과 7월은 6월과 가장 인접한 달이라는 점에서 한은의 첫 인하 시점으로 유력하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준이 5월 초 회의에서 금리 인하 신호를 줄 것으로 보인다”면서 “한은도 5월 말 열리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금리를 낮출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위원은 “내수 부진과 2분기 말 연준의 금리인하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한은은 하반기부터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시장에선 금리 인하 시점이 늦춰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고 있다. 향후 미국의 물가지수가 치솟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발표된 1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1년 전보다 0.3% 오르면서 시장의 예상(0.1%)을 크게 웃돌았다. PPI는 도매 물가를 보여주는 지수로, 소매 물가의 선행지표로 쓰인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 시점으로 2분기보다 3분기를 점치는 시각이 많은데, 아직까지는 변화가 없어 보인다”면서도 “이창용 한은 총재도 연준과 차별화된 통화정책을 강조하고 있어 기조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만약 미국의 2월 PCE 물가 상승률이 예상보다 더 높게 나온다면 시장의 기대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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