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운 럭셔리’로 일탈한 억만장자의 패션 철학,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
메타 수익성은 해결 과제
[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
시가총액 1조 달러 메타의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가 10년 만에 한국을 방문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LG전자 경영진을 만나 인공지능(AI) 기술분야 협력 관련 논의를 했다고 전해지면서 향후 어떤 성과가 도출될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필자와 같은 이미지 브랜딩 전략가를 채용하는 기업 CEO와 리더들은 시간·장소·상황(TPO)에 따른 패션 조언을 요청한다. 리더의 패션은 곧 회사의 비전이자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저커버그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AI 비서 기능 시연 영상을 보면서 이미지 컨설턴트들의 역량이 위태로워짐을 느낀 적이 있었다. 저커버그가 멀티모달 AI 비서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 안경을 쓰고 “내가 들고 있는 셔츠와 어울리는 바지를 추천해 달라”고 요청하자 AI는 셔츠의 특징에 대해 설명하고 어울리는 바지 몇 가지를 함께 제시했다.
올해 2월 기준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른 그의 자산 가치는 1704억 달러로 세계 4번째 억만장자에 이름을 올렸다. 가장 대중적이고 진보된 AI 제품과 서비스를 구축하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는 저커버그의 이미지 브랜딩을 ABC 차원에서 분석하고자 한다.
A(Appearance)
‘시끄러운 럭셔리’ 호랑이 무늬 셔츠 입고 패션 일탈
저커버그는 한국 입국 당시에 착용한 브랜드 로고가 없는 갈색 무스탕 차림으로 기업 경영진들과의 만남을 이어갔다. 대통령과의 접견에서는 다크네이비 슈트에 화이트셔츠와 푸른 넥타이 정장 차림으로 정중함을 표현했다고 분석된다.
최근 저커버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아시아 최고 부자 중 한 명인 무케시 암바니의 아들인 아난트의 결혼식 축하 행사에서 호랑이 패턴 셔츠부터 자연을 테마로 디자인된 화려한 의상을 입은 사진을 공개했다.
그의 화려한 패션 변신은 ‘조용한 럭셔리’의 반대 개념으로 관심을 끌기 위한 부의 대담한 상징인 ‘시끄러운 럭셔리’로 표현되며 대중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비공개지만 약 7000달러(약 931만원)로 예측된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그의 패션 선택은 행사 주최 측의 드레스 코드에 의한 것으로 해석된다. 더타임스에 따르면 드레스 코드에 동물구조센터 방문을 위한 ‘정글 열풍’ 테마와 인도 의상 등이 포함돼 있었다고 전해진다.
최근 중국 모델이 한복을 입고 ‘조선족의 전통 의상’이라고 우기는 영상이 논란이 된 가운데 만일 저커버그가 한복을 입고 SNS에 ‘대한민국의 전통의상 한복 직접 입어보니 더 아름다워요’라고 업로드하면 어떨지 상상을 해본다.
단벌 회색 티로 ‘지루한 럭셔리’ 고수
의복을 시간·장소·상황에 어울리게 착용하는 TPO 패션은 인간관계는 물론 사업의 성패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CEO 등 리더들의 경우에는 그 중요성이 큰데 패션을 통해 기업의 가치관이나 전략까지 엿볼 수 있기 때문에 패션은 강력한 전략 요소다.
스티브 잡스의 시그니처 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저커버그는 회색 티셔츠와 청바지에 후드 집업이 트레이드 마크다. 늘 같은 옷을 입는 이유에 대해 그는 “일상생활의 에너지를 아껴 자신이 정말 해야 하는 중요한 일에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밝힌 바 있다.
저커버그의 편안한 옷차림은 브랜드의 창의적인 분위기를 대변해 준다는 평가가 많다. 2013년 6월 방한 때는 후드티에 청바지 패션을 통해 수수함을 보였다. 2016년 페이스북에 동일한 디자인의 회색 면 티셔츠가 여러 벌 걸려 있는 옷장을 소개한 적이 있다.
평범해 보이는 티셔츠지만 최고급 면으로 제작한 고가 브랜드 맞춤 제작 옷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미국 NBC ‘투데이쇼’ 인터뷰에서 “나는 매일 똑같은 옷을 입고 있다. 옷장에는 그레이 티셔츠만 20벌 정도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나치게 소탈한 그의 차림이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있었지만 창업 전에 입던 패션 스타일을 CEO로 성공한 이후에도 유지하면서 ‘지루한 럭셔리’ 스타일은 그를 상징하는 하나의 패션 장르가 됐다고 분석된다.
B(Behavior)
왜소해 보이지만 당당한 태도 vs 예측불허
저커버그는 체구가 크지 않아 왜소해 보일 수 있지만 윤 대통령과의 악수 태도를 보면 전반적으로 정중하지만 곧게 편 허리가 당당해 보인다고 분석된다.
고등학교 시절 펜싱팀 주장 선수로 활동하기도 했던 저커버그는 브라질 전통 격투기인 주짓수 아마추어 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적도 있을 만큼 스포츠를 즐긴다. 집중을 요하는 아침운동 습관을 통해 일의 능률을 올린다고 한다.
그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에게 이종격투기 대결 등을 제안했었지만 스포츠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머스크의 태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미국 이종격투기 대회인 UFC에 참석한 사진이 이슈가 됐다. 그가 경기장에서 수건 등의 물품을 옮기는 이들을 돕기 위해 손을 내밀었지만 무시당하는 모습이 영상에 찍히면서 밈을 만들어 내고 있다.
저커버그가 회사 운영 초기에 부실한 기획을 한 부하직원의 컴퓨터 키보드에 물을 끼얹기도 했을 만큼 예측불허 태도를 보였다고 2014년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보도한 적도 있는 것으로 보아 시행착오를 거쳐온 것으로 분석된다.
C(Communication)
눈 맞춤과 명확한 발음·적정한 속도
하버드대를 중퇴한 저커버그는 하버드대 졸업식 연설에서 졸업생들에게 “축하합니다. 여러분은 제가 해내지 못한 것(졸업)을 해냈군요”라는 말로 위트를 보여줬다. 청중과 눈 맞춤을 하면서 명확한 발음과 적정한 속도로 하는 그의 공식 스피치 발성은 테니스공처럼 탄력이 장착됐다고 분석된다.
“제가 비밀 하나 알려드릴게요. 처음부터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아이디어는 원래 완전하게 떠오르지 않습니다. 오직 실행을 통해서만 명확해질 뿐입니다. 그러니 그냥 시작하기만 하면 됩니다”라는 말로 청중의 공감을 끌어낸 저커버그지만, 최근 미국 상원 법사위원회 청문회에서는 말할 타이밍을 놓치기도 하고 망설이는 모습이 자주 노출되기도 했다.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의 대처 소홀로 온라인에서 성착취 피해를 당한 아동의 가족들에게 일어서서 사과도 했다. “피해자에게 사과할 마음이 있느냐”고 물은 상원의원의 말에 그는 일어나 방청석을 향해 “누구도 겪어선 안 되는 일이었다. 여러분이 겪은 모든 일에 대해 사과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버드대 재학 당시인 2004년 페이스북을 설립해 만 23세 나이로 세계 최연소 억만장자 반열에 오른 저커버그는 2010년 타임지 선정 올해의 인물에 이어 2019년에는 타임지 선정 세계를 움직이는 100인에 선정되는 등 글로벌 IT업계의 리더로 명성을 높였다.
하지만 메타의 주가는 개인정보 정책을 비롯해 높은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우려 등이 컸던 2022년 40% 이상 폭락했다. 지난해부터 상승세에 들어섰지만 여전히 수익성과 효율성 저조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최근 성과 위주의 리더십으로 급선회하고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은 가운데 ‘AI와 메타버스 시대’를 열기 위한 저커버그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대표·숙명여대 교육학부 겸임교수·명지대 교육대학원 이미지코칭 전공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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