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시 날아와 쾅… 값싼 자폭드론, 세계 최강 미군도 위협한다 [박수찬의 軍]
하늘을 비행하다 지상으로 급강하해 표적을 타격하는 자폭드론의 공포가 한층 강해지고 있다.
고성능 정보수집장비를 탑재한 채 감시 활동에 나서는 정찰용 무인기(드론), 정밀유도무기를 운용하는 공격용 무인기는 임무를 마치면 이륙 지점으로 돌아온다.
반면 자폭드론은 지상 표적에 직접 충돌하는 무인기다. 일종의 편도 비행이다. 조종사는 카메라에서 전송하는 영상을 보면서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다. 사전에 비행경로를 입력하면 그마저도 하지 않는다.
가격은 낮으면서 충격 효과는 크고, 순항미사일처럼 먼 거리를 비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현대전에서 자폭드론이 주목받는 이유다. 드론 전력 강화에 집중하는 한국군도 자폭드론 도입을 적극 추진하는 모양새다.
3D 프린팅 기술 등이 등장하면서 생산 방식에 혁신적인 변화가 생겼다. 이로 인해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첨단 IT 제품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는 드론의 위상과 역할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수년간 세계적으로 두드러진 드론 제작 기술의 발전은 드론의 확산과 더불어 제작 및 판매 가격의 하락을 몰고 왔다.
자폭드론의 확산도 이에 따른 결과라는 평가다.
과거에는 미국과 이스라엘 등 일부 선진국만이 드론을 만들고 운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민간 드론 기술이 급속히 발달하면서 드론 가격은 저렴해지고 조종은 더욱 쉬워졌다.
이에 따라 개발도상국은 물론 무장조직까지 자폭드론을 사용하는 시대가 열렸다.
친이란 민병대가 투입한 드론은 이란산 샤헤드 계열 자폭드론으로 추정된다. 이란은 다양한 종류의 드론을 개발해 사용하는 국가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이 사용한 샤헤드-136 자폭드론은 대당 가격이 2만 달러(약 2600만원)로 매우 저렴하다.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상용 부품을 많이 사용해 가성비가 높고, 대량생산·운용이 가능하다. 반면 작전반경은 2000㎞에 달한다.
러시아군은 샤헤드-136을 소형·경량화한 샤헤드-131도 사용했다. 샤헤드-131은 최대 900㎞를 비행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도 지난해 말부터 AQ-400 자폭드론을 사용하고 있다. 저가·대량생산에 초점을 맞춘 AQ-400의 동체는 가구공장에서 가공된 합판을 주재료로 한다.
제조업체인 터미널 오토노미(Terminal Autonomy)는 3D 프린팅이나 유리섬유를 사용하는 것보다 대량 생산에 더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오랜 기술 교육을 진행하지 않아도 쉽게 생산량을 늘릴 수 있도록 설계됐다.
42㎏의 탄두를 탑재한 채 750~900㎞를 날아갈 수 있다. 거리상으로는 크름반도 공격이 가능하다. 사전에 좌표를 입력하는 방식으로 지휘소, 연료 및 탄약고, 방공 시설, 비행장 등의 고정 목표를 공격한다.
대당 가격은 최대 3만 달러(4000만원)에 불과하다. 이란산 샤헤드 드론에 맞서는 개념을 지녔다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이처럼 장거리를 비행해 표적을 공격하는 자폭드론은 군대에 상당한 부담을 안겨준다. 자폭드론은 크기가 작고 매우 낮은 고도로 비행해서 레이더 포착이 쉽지 않다.
이륙 전에 타격할 목표를 미리 입력하고, 이륙 직후에는 지상과 교신을 하지 않은 채 비행하면 전파 신호를 추적하는 방식으로 드론 접근을 감지하는 기술도 사용할 수 없다.
엔진의 열을 감지하는 방법도 있지만, 방출되는 열이 크지 않아서 지상에선 감지하기가 어렵다. 요격이 가능한 거리에서 항공기 접근을 감지한 뒤 요격하는 통상적 방식의 방공작전으론 한계가 있다.
드론 제작 기술의 발달로 민간 소형 드론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고, 정밀도와 탑재중량은 갈수록 향상됐다.
이에 따라 드론에 박격포탄이나 수류탄 등을 탑재, 전선과 맞닿아 있는 적군 상공으로 띄운 뒤 적 표적에 부딪히는 방식의 공격이 이뤄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군은 포탄이 부족해지자 FPV(First Person View·1인칭 시점) 드론 등의 사용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같은 양상은 미군조차도 하늘의 위협을 경계해야 하는 시대로 이어지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래 미군은 제공권을 장악한 채 싸웠다. 공중에서의 공격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고, 하늘을 나는 항공기는 모두 아군이라고 생각해도 큰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미군도 드론에 의한 기습적인 공중공격 위험을 의식하면서 작전을 진행해야 한다.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주둔지에서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자그마한 드론이 전쟁에 거대한 변화를 가져온 셈이다.
세계적으로 자폭드론의 효과가 입증되면서 한국군도 이에 대한 준비를 진행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9월 26일 열렸던 국군의 날 제75주년 기념식에는 자폭드론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드론작전사령부에 속한 것으로 알려진 자폭드론은 위성항법장치(GPS)와 관성항법장치(INS)를 복합적으로 사용하는 유도방식을 채택했다.
적군의 전파 탐지 시도를 회피하기 위해 사전에 계획된 경로로 비행, 표적을 타격한다.
추진체계는 전자식 연료분사장치(EFI) 장치를 장착한 가솔린 엔진과 프로펠러, 연료탱크로 구성된다. 개발과정에서 저가·대량생산 가능 여부에 대한 시험도 이뤄졌다.
드론작전사령부는 현재 보유한 자폭드론의 수량을 늘리는 한편 성능이 향상된 기종 도입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해군의 대공레이더나 전투체계가 급속히 발달하고 있지만, 크기가 작은 드론을 충분한 거리에서 포착, 파괴할 능력을 지닌 함정을 보유할 수 있는 국가는 제한되어 있다. 자폭드론을 지니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위협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문제는 파괴력이다. 탄두중량이 작은 자폭드론은 소형함정이라면 충분히 무력화할 수 있지만, 구축함을 비롯한 대형함정을 일거에 격침하기는 어렵다.
이는 자폭드론과 대함미사일을 함께 사용하는 방식으로 만회할 수 있다. 방공레이더나 전자전체계, 사격통제시스템 등을 자폭드론으로 무력화하고, 대함미사일을 발사하면 적 함정에 큰 타격을 입히게 된다.
해병대도 한국형상륙돌격장갑차(KAAV)에 자폭드론을 탑재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해병대 상륙군이 해안에 당도했을 때, 적군이 전선 인근에 배치한 포병 장비나 기갑 차량 등을 타격하는 용도로 쓰일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전선 후방의 지휘소를 비롯한 핵심 표적 공격도 가능할 전망이다.
무게 6㎏에 작전 거리 10㎞로 1.2㎏ 탄두를 탑재하면 30분, 감시정찰용 캡슐을 달면 45분간 작전에 투입할 수 있다.
크기와 소음이 작고 목표물 1m 이내 정밀 타격이 가능해 요인 암살 등에 활용할 수 있다.
군 당국은 미군 특수전사령부등에서 요인 암살과 지휘소 및 기갑차량 파괴 등에 사용하는 스위치블레이드 자폭드론처럼 특임여단이 수십㎞ 거리에 있는 적군을 타격할 수 있는 자폭드론 도입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방위산업계에서도 자폭드론이 개발됐거나 개발이 진행중이다. 한국군 수요와 수출 등을 염두에 뒀다는 해석이다.
드론을 비롯한 4차 산업혁명 기술의 도입을 추진하는 한국군은 자폭드론 도입에 관심을 갖고 있고, 해외에선 개발도상국에서도 자폭드론 개발에 나서고 있다. 따라서 국내 방위산업계와 드론 산업계 등에서 자폭드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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