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없는 달에도 기본급…5대금융 사외이사 연봉 7천531만원

한지훈 2024. 3. 10.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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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 소속 기관에 거액 기부…이해충돌 논란 빌미도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한지훈 민선희 기자 = 주요 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이 지난해 1인당 평균 7천500만원이 넘는 보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평균 근무 시간은 400시간이 채 되지 않아 시급이 20만원에 육박했다.

월 기본급, 회의 참석 수당 등 보수에 더해 종합건강검진 등 복리후생을 위한 혜택도 주어졌다. 회의 당일에는 의전용 차량이 제공됐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KB금융 사외이사 7명 중 3명이 '억대 보수'…업계 최고

10일 국내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농협)가 공시한 '2023년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회사의 사외이사는 지난해 평균 7천531만원에 달하는 보수를 받았다.

IMM인베스트먼트 대표로 회사 내부 규약상 사외이사 보수를 받지 않은 우리금융지주 지성배 사외이사를 제외한 전체 36명의 평균 보수다.

KB금융지주는 사외이사 7명 중 3명이 지난해 1억원 넘는 보수를 받았다. 5대 금융 가운데 '억대 보수' 사외이사는 KB금융에만 있었다.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 출신으로 KB금융 이사회와 회장후보추천위원회 의장을 겸직한 김경호 이사의 보수가 1억1천63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IBK기업은행장을 지낸 권선주 이사는 1억700만원,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인 오규택 이사는 1억100만원을 각각 받았다.

신한금융지주 사외이사는 9명 중 7명이 8천만원대 보수를 받아 업계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경제 관료 출신으로 이사회 의장인 이윤재 이사와 성균관대 자연과학 캠퍼스 부총장인 최재붕 이사가 각각 8천750만원을 받았다.

하나금융지주에서는 한국예탁결제원 경영지원본부장을 지낸 김홍진 이사회 의장이 8천365만원을 받았다. 경쟁사인 신한은행 부행장 출신 이정원 이사의 보수는 8천255만원이었다.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정찬형 이사가 이사회 의장으로 8천700만원을 받았다. 윤인섭, 신요환, 송수영 이사의 보수도 8천만원 이상이었다.

농협금융지주 사외이사 7명의 평균 보수는 5천701만원으로 다른 지주보다 낮은 편이었다.

[그래픽] 5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평균 연봉 (서울=연합뉴스) 김영은 기자 = 0eun@yna.co.kr 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 각사 2023년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 보고서 취합. 평균 보수는 무급으로 일한 우리금융 지성배 이사를 제외한 수치.

기본급 400만원에 '거마비' 100만원씩…배우자에도 건강검진

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은 지난해 매달 통상 400만∼450만원의 기본급을 받았다. 이사회가 열리지 않아 사실상 '무노동'인 달에도 어김 없이 기본급이 지급됐다.

이사회에 한 번 참석할 때마다 100만원의 수당을 따로 챙기기도 했다. 임원후보추천위원회 등 각종 소위원회 참석에도 수당이 따라붙었다. 일종의 '거마비'였다.

금융지주들은 비상임으로 평소 출근하지 않는 사외이사들에게 사무실을 제공하지는 않았지만, 회의에 나올 때 기사 딸린 차량을 보내주는 경우가 많았다.

연 1회 종합건강검진은 보수에 포함되지 않은 혜택이었다. 신한금융은 사외이사 본인뿐 아니라 배우자에게도 건강검진을 제공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각사 연차 보고서에 기록하지 않은 무형의 혜택이 더 있었을 것"이라며 "사외이사에게는 골프장 부킹 등 사실상 컨시어지 서비스가 제공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5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37명은 지난해 1인당 평균 390시간을 근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많게는 500시간 중반대부터 200시간 초반대까지 개인차가 컸다.

이에 따른 평균 시급은 19만원 정도로 집계됐다.

다만, 사외이사들의 근무 시간에는 각종 회의가 열리기 전 개인적으로 의안 검토에 들인 시간 등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보통 이사회는 길어도 두세 시간이면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반 직원 기준에서 실근무로 인정될 만한 시간은 훨씬 짧을 수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사외이사 '친정'에 수천만원 기부…이해충돌 논란 빌미

금융지주 계열사들이 사외이사가 속한 외부 기관이나 단체에 기부금을 전달하거나 더 나아가 기존 기부금을 증액한 경우도 있었다.

이 같은 기부와 사외이사 직무 간의 연관성을 밝히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이해충돌이나 대가성 논란을 불러일으킬 빌미를 제공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로, KB증권은 KB금융 오규택 이사가 속한 한국재무학회 기부금을 2019~2021년 연 1천만원에서 2022년 연 7천만원으로 늘렸다.

오 이사 선임 2년 뒤 이뤄진 대폭 증액이었다.

KB증권은 비슷한 방식으로 오 이사 선임 뒤 그가 소속된 한국파생상품학회와 한국증권학회에 대한 기부금을 각각 증액하기도 했다.

농협은행은 농협금융이 부산대 하경자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한 뒤 부산대에 발전기금 1억원을 기탁했다. '천원의 아침밥' 사업에 참여해 급식용 김치 현물을 제공하는 방식이었다.

농협생명은 또 하 이사의 자녀가 전임의로 재직 중인 연세대 의료원에 올해 농촌의료지원사업비 명목으로 4억원을 기부했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송수영 이사가 근무 중인 법무법인 세종과 총 1천400만원 상당의 법률 자문 계약 두 건을 체결했다. 송 이사는 세종에서 금융기관 법률 자문을 맡은 변호사다.

회사 측은 이 계약이 '주된' 법률 자문 계약에 해당하지 않고, 자문료도 터무니 없이 높지는 않다는 이유 등을 들어 별문제가 없다고 연차 보고서에 기재했다.

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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