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못 갚는 소상공인·서민 급증에… 정부 ‘떠안는 돈’ 더 늘어난다

김보연 기자 2024. 3. 1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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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와 경기 둔화로 빚을 갚지 못하는 소상공인과 서민들이 늘면서 올해 보증기관이 대신 갚아야 할 대위변제 금액이 지난해보다 늘어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 공공기관인 신용보증기금, 서민금융진흥원,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예상한 올해 대위변제액은 총 5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사업의 대위변제액은 지난해 5063억원으로, 신보는 올해도 4949억원을 대신 갚아야 할 것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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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산하 보증기관 신보·서금원·주금공
올해 예상 대위변제액 총 4조6395억원
전년 대비 42% 늘어난 규모
신규 보증 지원 줄라…건전성 관리 시급
서울 거리에 붙은 카드론 대출 스티커. /뉴스1

고금리와 경기 둔화로 빚을 갚지 못하는 소상공인과 서민들이 늘면서 올해 보증기관이 대신 갚아야 할 대위변제 금액이 지난해보다 늘어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 공공기관인 신용보증기금, 서민금융진흥원,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예상한 올해 대위변제액은 총 5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위변제는 차주(돈 빌린 사람)가 갚지 못한 돈을 보증을 선 정부나 공공기관이 대신 갚아주는 것을 말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보, 서금원, 주금공이 예측한 올해 대위변제 금액은 총 4조6395억원이다. 이는 지난해(3조2651억원)보다 42% 늘어난 수준이다.

신보는 올해 대위변제액이 2조9467억원으로 전년(2조772억원) 대비 41.9%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신보는 담보 능력이 미약한 중소기업이 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있도록 보증을 서는데, 이 기업이 한계 상황에 처해 대출금을 갚지 못할 경우 대신 빚을 갚아야 한다. 신보는 올해 이 보증 사업에 2조695억원의 대위변제가 필요할 것으로 봤다. 이는 지난해보다 5557억원 늘어난 규모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기업이 늘어날 수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실제 중소기업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중소기업 연체율은 지난해 1월 0.39%에서 12월 0.48%로 1%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신보가 운영 중인 ‘소상공인 위탁 보증’ 사업도 부실이 큰 상황이다. 신보는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부터 3년간 소상공인들이 은행에서 최대 4000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도록 보증을 서는 사업을 시행했다. 소상공인이 빚을 갚지 못해 채권이 부실 처리되면 신보가 돈을 대신 갚는 구조다. 이 사업의 대위변제액은 지난해 5063억원으로, 신보는 올해도 4949억원을 대신 갚아야 할 것으로 추정했다.

서금원은 올해 대위변제에 필요한 예산으로 1조1159억원을 편성했다. 이는 지난해(6795억원)보다 64.2% 늘어난 규모다. 서금원은 저소득·저신용자나 빚 수렁에 빠진 연체자가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보증을 지원한다. 마찬가지로 차주가 돈을 갚지 못하면 서금원이 은행에 돈을 대신 낸다. 대표적인 서민 정책금융 상품인 ‘햇살론’의 부실은 커지는 상황이다. 햇살론(근로자햇살론·햇살론유스·햇살론뱅크)의 대위변제액은 2022년 3651억원에서 지난해 상반기에만 4020억원으로 늘었다.

그래픽=손민균

주금공 역시 마찬가지다. 주금공은 대위변제액이 2022년 2166억원, 2023년 5084억원에서 올해 5769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주금공은 특정한 담보물이 없는 세입자를 위해 ‘전세자금보증’을 지원하는데, 세입자가 임대 계약 만료 후 은행에 빌린 돈을 갚지 못하면 이를 대신 갚아야 한다. 주금공은 구상권 청구를 통해 대신 갚아준 전세자금을 세입자로부터 돌려받는데 회수율은 10%를 밑도는 상황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사례가 늘며 ‘전세 보증금 반환 보증’ 대위변제 규모도 늘어나는 추세다.

문제는 정부나 공공기관이 대신 갚아야 할 돈이 많아지면 소상공인, 취약 차주에 대한 신규 지원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각 기관에 편성된 예산은 한정적인데, 특정 부문의 지출이 커지면 다른 사업에 대한 공급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서금원의 경우 올해 햇살론 공급 예산을 전년 대비 1조500억원 줄였는데([단독] 서민금융 ‘햇살론’ 1조원 삭감… 지원 늘린다더니), 이는 대위변제액이 늘어난 것과 무관치 않다는 주장이 나온다.

금융위 관계자는 “고금리 장기화로 취약 차주가 늘며 금융 공공기관이 대신 갚아야 할 돈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대위변제 규모가 늘면 보증 사업에 쓰일 돈이 줄 수밖에 없는데, 기관별 건전성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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