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게임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초읽기...화우 “법적 분쟁 늘어날 것”
전문가 8명 중심…화우 내 여러 팀과 협력
김종일 센터장 “게임산업 정체기…규제도 늘어나”
이광욱 그룹장 “각종 법률 문제, 사전에 대비해야”
국내 게임산업이 20조원(2022년 기준)을 넘는 규모로 성장하는 데는 ‘확률형 아이템’이 큰 역할을 했다. 이용자들은 어떤 아이템이 나올지 모르는 상태에서 확률형 아이템을 일단 사고, 이를 사용하면 회사가 정한 확률에 따라 실제 아이템이 당첨된다. 이용자로서는 원하는 아이템이 나올 때까지 돈을 쓰게 된다. 게임 회사들이 1990년대 후반까지 이용자들에게 매달 게임 이용료로 일정금액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냈다면, 2000년대부터는 게임은 무료로 제공하되 확률형 아이템에 과금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돈을 벌었다.
그런데 확률형 아이템이 자리 잡을수록 게임 이용자의 원성은 커졌다. 아무리 돈을 써도 원하는 아이템이 나오지 않았다. 이 때문에 게임 이용자 사이에서는 게임회사가 아이템이 당첨될 확률을 공개하지 않으니 거의 도박에 가깝다는 불만이 꾸준히 제기됐다. 지난 1월 넥슨은 게임 ‘메이플스토리’에서 확률형 아이템 확률을 이용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고도 제대로 알리지 않거나 거짓 공지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116억원을 부과받았다. 당국은 ‘규제’라는 칼을 빼 들어 확률형 아이템 정보를 모두 공개하도록 강제했다. 이달 22일부터 게임회사는 확률형 아이템 당첨률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이용자들은 ‘깜깜이식 과금’에서 벗어나게 됐지만 게임 회사들은 새로운 수익모델과 성장 방향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 놓였다.
법조계에선 올해가 게임산업 규제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법무법인 화우는 이에 발맞춰 지난달 국내 대형로펌 최초로 게임센터를 출범했다. 지식재산권에 정통한 이광욱 신사업그룹장(사법연수원 28기)과 20년간 네이버, NHN, 쿠팡 등 굴지 IT 기업에서 법무, 정책법 관련 업무를 담당한 김종일 게임센터장을 비롯해 8명의 전문가들이 회사 내 여러 팀과 협력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호황기를 누리던 게임산업이 지금은 정체기에 접어들었다”며 “산업이 정체기를 맞이하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는데 게임산업은 소비자 보호와 관련된 사안, 확률형 아이템과 같은 규제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도 게임산업에 존재하는 불합리한 부분을 개선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규제라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4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3 대한민국 게임백서’를 살펴보면 국내 게임산업 매출은 2022년 22조2149억원을 기록했다. 일본에 이어 세계 4위 시장이다. 화우는 매출을 비롯해 게임 회사 간 인수합병(M&A), 특정 게임 IP에 대한 거래 등 부수적인 경제효과까지 고려하면 최소 30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그룹장은 “30조원에 이르는 게임산업은 시장지배자라고 할 만한 주체가 없는 게 특징”이라며 “엔씨소프트와 카카오게임즈 사례처럼 IP 중심 분쟁이 많이 일어나고 있지만 앞으로는 인격권, 초상권 등 다양한 형태의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이용자, 게임 회사는 물론이고 공정위 등 과거보다 게임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도 많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국내 게임사 매출이 정체기에 진입하면서 가상자산이나 NFT(대체불가능토큰) 등 신사업에 뛰어들거나, 기존 게임에 인공지능(AI)으로 만든 캐릭터를 추가하고 영화 같은 몰입감을 구현하는 등 경쟁사와 차별화 하려는 새로운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이 그룹장은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인공지능(AI)으로 만들었는데 특정인과 유사하다면 인격권 침해, 퍼블리시티권 침해 등이 불거진다”고 언급했다. 이어 “게임 자체가 한 편의 이야기가 되니 누구를 비하하는 것처럼 느껴져도 문제가 되고, 역사 배경의 게임은 역사 왜곡도 신경 써야 한다”며 “사후 관리는 비용이 많이 들고 위험이 큰 만큼, 사전에 법률 문제를 어떻게 규율하느냐가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국내업체 뿐 아니라 해외 게임사도 화우 게임센터 문을 두드리고 있다. 최근 정부가 ‘해외 게임사 국내 대리인 제도’를 게임산업법과 전자상거래법에 도입한다는 구상을 공개하자 한 해외 게임사가 관련 내용을 화우 게임센터에 문의했다. 이 제도는 국내에 주소 또는 영업장이 없는 해외 게임사에 국내 대리인 지정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으로 해외 게임사가 국내에서 제공하던 게임 서비스를 갑작스럽게 종료하는 행위로부터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처다.
김 센터장은 “중국 일부 게임사가 화우 게임센터를 통해 확률형 아이템과 해외 게임사 국내 대리인 제도 등을 미리 준비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전했다”고 했다. 그는 “결국 화우 게임센터의 비전은 신기술 도입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법률 쟁점을 포착해 신기술이 법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며 “소송도 대리하고 규제기관 의견서도 내면서 게임산업 발전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증시한담] 증권가가 전하는 후일담... “백종원 대표, 그래도 다르긴 합디다”
- ‘혁신 속 혁신’의 저주?… 中 폴더블폰 철수설 나오는 이유는
- [주간코인시황] 美 가상자산 패권 선점… 이더리움 기대되는 이유
- [당신의 생각은] 교통혼잡 1위 롯데월드타워 가는 길 ‘10차로→8차로’ 축소 논란
- 중국이 가져온 1.935㎏ 토양 샘플, 달의 비밀을 밝히다
- “GTX 못지 않은 효과”… 철도개통 수혜보는 구리·남양주
- 李 ‘대권가도’ 최대 위기… 434억 반환시 黨도 존립 기로
- 정부효율부 구인 나선 머스크 “주 80시간 근무에 무보수, 초고지능이어야”
- TSMC, 美 공장 ‘미국인 차별’로 고소 당해… 가동 전부터 파열음
- [절세의神] 판례 바뀌어 ‘경정청구’했더니… 양도세 1.6억 돌려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