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의무 휴업일 평일 전환 논란…먼저 실시한 대구 사례 보니

이정현 기자 2024. 3. 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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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지난해 2월부터 의무 휴업일 둘째·넷째 주 월요일 운영
6개월 추적 조사결과 소매업 19.8%, 전통시장 32.3% 등 매출↑
28일 오전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일요일 정상영업’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서초구는 이날부터 자치구 최초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을 시행한다. 해당 대형마트는 매주 일요일에 정상 영업하고 2·4주차 수요일에 휴무한다. 2024.1.28/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정부가 '생활규제 개혁'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을 평일로 변경하는 것과 관련, 반발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마트 근로자들은 주말 휴식권 보장 등을 이유로, 전통시장 상인 등 영세자영업자들은 지역상권 타격을 걱정하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부터 전국 최초로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을 평일로 전환, 이미 운영 중인 대구광역시 사례가 재조명받고 있다.

1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산업부는 전국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을 평일로 변경하는 안을 추진 중이다. 의무 휴업일 공휴일 운영 원칙은 유통산업발전법에 정해져 있지만, 기초자치단체장이 지역 여건을 고려해 이해당사자 간 합의만 하면 법 개정 없이 평일에도 할 수 있는 만큼 전국 지자체로의 확대를 꾀하고 있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2012년부터 대형마트는 한 달에 2번 일요일에 의무적으로 휴업하고 있지만, 대형마트에 대한 이 같은 영업규제가 소상공인들의 매출 신장 등 극적인 효과를 이끌어 내지는 못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또 대형마트 역시 지속적인 수익악화를 겪는 등 영업규제가 유통산업 전반에 어려움을 초래한다는 문제 인식이 작용했다.

실제 최근 온라인에 밀려 오프라인 유통업체 매출이 감소하면서 대형마트 폐점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월 기준 주요 유통업체 매출은 온라인이 전년 대비 16.8% 증가한 반면 오프라인은 0.3% 감소했다.

수익 악화에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대형마트 3사의 전국 점포수는 2019년 423개에 달했지만, 지속 감소하면서 지난해 396개로 400개 아래로 떨어졌다.

정부가 대형마트에 대한 영업규제 완화 카드를 꺼내든 이유다. 이 같은 정부 판단에는 대구광역시 사례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대구 지역의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이 일요일에서 평일인 월요일로 변경된 13일 오후 휴점에 들어간 대구 수성구 한 대형마트 출입문이 닫혀 있다. 휴업일 변경을 모른 채 장을 보기 위해 마트를 찾은 한 시민이 문 닫은 마트 내부를 바라보고 있다. 2023.2.13/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대구시는 지난해 2월부터 전국 최초로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을 둘째·넷째 주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전환해 운영 중이다.

지난해 9월에는 6개월간의 운영 효과를 분석한 결과도 공개했는데,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 평일전환 이후 오히려 주요 소매업종 및 음식점 매출이 뚜렷하게 증가했다.

분석 결과를 보면 의무 휴업일 평일 전환 이후 6개월간 대구시에 있는 슈퍼마켓, 음식점 등 주요 소매업(대형마트, SSM, 쇼핑센터 제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8%, 대형마트 및 SSM 매출은 6.6% 증가했다. 특히 음식점과 편의점 등의 매출이 각각 25.1%, 23.1% 등으로 타 업종에 비해 큰 폭의 매출 증가세를 보였다.

이 같은 소매업종 매출 증가율은 의무 휴업일을 일요일로 유지하고 있는 인근 지자체인 부산(16.5%)과 경북(10.3%), 경남(8.3%)과 비교하면 더 두드러졌다.

해당 조사를 진행한 한국유통학회(경기과학기술대 조춘한 교수팀)는 의무 휴업일 규제완화가 지역상권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 긍정적 효과가 있음을 실제 데이터로 확인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대구시 내 전통시장의 매출액을 분석한 결과를 봐도 대부분의 전통시장이 전년보다 매출액이 늘어난 것으로 확인했다. 특히 둘째 주와 넷째 주 일·월요일 매출액 증가율은 34.7%로 전체기간 증가율(32.3%)보다 2.4%p 높았다. 연구팀은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이 전통시장 매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음을 보여준 결과라고 설명했다.

업종별로 보면 대형마트와 직접 경쟁관계에 있는 슈퍼마켓이 둘째·넷째 주 일요일 매출이 1.6% 줄었지만, 대형마트 신규 휴업일인 둘째·넷째 주 월요일 매출이 16.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전체기간 매출은 9.2%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결과 역시 인근 지자체인 부산(4.2%)과 경북(3.6%), 경남(3.0%)보다 2배 이상 높은 매출 신장률이다.

음식점과 편의점도 대형마트의 집객효과로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음식점은 둘째·넷째 주 일요일 매출이 22.2%, 월요일 매출은 26.6%, 전체기간 매출은 25.1% 증가했다. 편의점은 둘째·넷째 주 일요일 매출이 21.1%, 월요일 매출은 20.7%, 전체기간 매출이 23.1%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밖에 대구시 내 농축수산물 전문점의 전체기간 매출도 12.6%, 가구·가전·생활업종 매출은 27.4%, 의류점 매출은 10.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부 관계자는 "일부에서 중소상인들에 대한 영향을 우려하고 있지만, 대형마트에 대한 영업규제를 10년 동안 했음에도 중소상인들의 경영사정이 나아지지는 않았다. 방법상 잘못된 것"이라고 규제 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대구와 청주, 서울에 이어 부산시도 오는 7월까지 의무 휴업일의 평일 전환을 추진한다.

부산시는 지난 7일 오후 시청에서 산업통상자원부와 대·중소유통 상생협력 간담회를 열고, 동구·사하구·강서구·연제구·수영구 등 5개 구는 5월 중, 중구·서구·영도구·부산진구·동래구·남구·북구·해운대구·금정구·사상구·기장군 등 11개 구·군은 7월 중 의무휴업 평일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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