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인·회계사·군출신도 모십니다”...달라진 제약·바이오 기업 사외이사 진용
보령, 공군 참모총장 출신
녹십자, ICT전문가·법조인·회계사 사외이사 후보로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사외이사 선임 지형이 바뀌고 있다. 그동안 제약사들의 사외이사 자리에는 의·약학 계열 교수와 보건의료단체장을 역임한 인사들이 상당수 차지해왔는데, 최근에는 법조인, 회계사, 관직, 경제금융업 출신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사외이사는 회사 경영진이나 구성원이 아닌 외부 출신 이사로서, 대주주와 사내 경영진을 감시·견제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과거부터 이어진 동종 업계나 퇴직 보건의료단체장 선임 관행이 점차 사라지고 업계 경쟁과 기업가치 측면에서 필요한 인사 구성으로 바뀌고 있다는 게 업계의 얘기다.
8일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기준 지난해 매출액 기준 상위 10개 제약바이오 기업 가운데 7곳이 이달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사외이사를 신규선임, 재선임 안건을 상정해 의결할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매출 상위 10개사 중 삼성바이오로직스, 녹십자, 대웅제약, 보령 등 4곳이 신규 사외이사 후보를 선임한다. 셀트리온, 유한양행, 광동제약 등 3곳은 기존 사외이사를 재선임한다. 그 외 3곳 중 종근당과 제일약품의 경우 기존 활동 중인 사외이사들의 임기가 남아있어 관련 안건을 다루지 않는다. 경영권 분쟁을 진행 중인 한미약품의 경우 아직 정기주주총회 소집 공고를 내지 않았다.
올해 각 기업들이 주총을 통해 선임될 신규 사외이사 후보를 보면, 관직, 법조계, 경영·회계 전문가 등 다양한 직역이 눈에 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달 15일 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서승환 사외이사 추천 후보를 신규 선임할 예정이다. 서승환 후보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2015년 국토교통부 장관, 제19대 연세대학교 총장을 지낸 연세대 명예교수다. 서승환 사외이사후보는 제 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 2분과 위원으로도 활동한 바있다.
보령은 오는 26일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박인호 사외이사 후보를 신규 선임할 예정이다. 새 사외이사 후보는 대한민국 공군 참모총장 출신으로 법무법인 대륙아주 항공·우주, 방산수출 분야 고문으로 활동 중이다.
GC녹십자는 28일 주총을 통해 이진희 법무법인 세종 파트너 변호사를 사외이사 후보로 선임할 예정이다. 이 후보는 서울대 대학원 약학과 졸업한 서울지방법원 판사 출신 법조인이다. 이와 함께 케이뱅크 은행장 출신의 심성훈 스펙트라 대표와 박기준 우리회계법인 공인회계사도 새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됐다. 심성훈 녹십자 사외이사 후보는 1964년생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KT에 입사해 30여년 동안 KT 본사와 주요 계열사에서 근무한 정보통신기술(ICT)전문가로, 2016년 9월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 초대행장에 선임됐다.
대웅제약은 이달 28일 정기 주총에서 새 사외이사 후보 조영민 서울대 의과대학 내과 교수 선임안을 다룬다. 조영민 교수는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릴리의 비만치료제 ‘마운자로’의 국내 임상을 진행하기도 했다.
대웅제약 측은 추천 이유에 대해 “조영민 사외이사 후보는 서울대 내과 교수로 재임하며 축적된 전문지식과 폭넓은 식견을 바탕으로 대웅제약의 신약 개발·약물효과 등에 대해 적절한 조언을 제시하고 감독 기능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 측은 또 “당사와의 거래, 겸직 등에 따른 특정한 이해관계가 없어 독립적인 지위에서 투명하고 독립적인 의사결정 및 직무수행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유한양행은 15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로 활동 중인 신영재 법무법인 린 파트너 변호사 재선임 안건을 다룬다.
셀트리온은 이달 26일 주총에서 기존 사외이사들의 재선임안을 다룬다. 고영혜 성균관대 의대 명예교수이자 제주한라병원 병리과 과장, 유대현 한양대 류마티스병원 교수, 상호저축은행중앙회 회장 출신의 이순우 푸르매재단 어린이재활병원 이사장, 김근영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인천주권찾기 특별위원회 위원장, 이중재 변호사, 최종문 법무법인 화우 고문, 최원경 성현회계법인 파트너, 이재식 한양대 미래제원 경영학과 겸임 교수 등 등을 재선임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의약학 교수뿐만 아니라 여성, 기업인, 법조인, 정보통신(IT),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문가 등으로 사외이사의 다양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재약바이오업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신사업 진출과 기업의 전문성 강화, 글로벌 시장에서의 기업가치 평가를 제고 등의 측면에서 필요한 전문가 등 외부 인사 영입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매출 상위 10위권 밖 기업 중에서는 SK바이오팜이 서지희 이화여대 경영학부 특임교수 겸 KPMG 삼정회계법인 부대표를 오는 26일 여는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으로 신규 선임할 예정이다. 임기는 3년이다. OCI그룹 산하의 부광약품의 경우, 오는 22일 주총에서 한미약품그룹 계열사 온라인팜 우기석 대표와 이제영 OCI홀딩스 전략기획실 전무를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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