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의 전성기, 두개팀 주장 역임한 '대졸 373경기'[권순형 은퇴인터뷰②]

이재호 기자 2024. 3. 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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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373경기. 한국 축구 최상위 무대에서 373경기를 나오기 위해서는 30경기를 12년간 꾸준히 나와도 부족하다. 그것도 대학교 4학년을 모두 마치고 프로에 와 가장 활동량이 많은 포지션인 중앙 미드필더로 37세의 나이까지 뛰며 이룬 출전 경기수이기에 더 의미가 크다.

고대 10번으로 주목받던 유망주는 K리그 두 팀에서 주장을 역임하는 리더였다 동기들이 모두 은퇴한 2023시즌까지 활약한 후 은퇴를 선언했다.

15년간의 프로 생활을 마무리하고 지도자로써의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권순형(38)을 만나 그의 축구인생 소회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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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연맹

▶상무에서 함께한 박항서 감독의 마지막

권순형은 3년의 신인계약 종료 후 제주 유나이티드로 향한다. "당시 제주가 박경훈 감독님 아래에서 특유의 아기자기한 패스 축구를 했어요. 저도 그런 축구에 대한 동경이 있었고 여러 제안을 받았지만 조건과 원하는 축구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주를 택했죠"라며 제주를 택한 이유를 털어놨다.

2012년 제주에서의 첫해부터 무려 40경기나 뛰며 곧바로 주전으로 자리잡은 권순형은 2013시즌을 마치고 상무에 입대한다. 지금은 베트남 축구의 영웅이 된 박항서 감독의 K리그에서의 마지막 지휘봉에서 선수로 함께한 권순형은 "이후 베트남에서 큰 성공을 거두셨다는 소식을 들었고 그 성공이 예전 저와 함께 할 때와 같았다는 점에서 '역시' 싶었다. 박항서 감독님은 보기와는 다르게 다그치는 스타일이 아니라 선수들에게 장난도 많이치고 정말 친한 아버지처럼 대해 주세요. 물론 가끔 다혈질적인 면이 있으시지만 '츤데레'라고 하잖아요. 무심한척 잘해주시는. 딱 그랬어요. 선수들을 품어주시는 리더십은 그때나 베트남에서나 선수들이 신뢰할 수밖에 없는 지도 스타일이시죠"라며 박항서 감독에 대해 얘기했다.

박항서 감독의 한국에서의 마지막을 함께하며 기량이 일취월장한 권순형은 전역 후 축구인생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한다.

상무 시절 권순형의 모습. ⓒ프로축구연맹

▶제주에서 K리그 최고 미드필더로 거듭나다

상무에서 박항서 감독의 지도아래 프로로써 성숙해진 권순형은 제대 후인 2016시즌 K리그 37경기 5골 8도움을 시작으로 2017시즌 2골 7도움, 2018시즌 2골 6도움까지 전성기를 구가하며 K리그 최고 미드필더로 인정받는다.

"돌이켜봐도 역시 2016시즌부터 2018시즌까지 전성기는 제 자신도 뿌듯해요. 제주 역시 2016년 3위, 2017년 준우승까지 구단 역사상 최고의 시기를 보냈는데 그땐 정말 어느팀을 만나도 이긴다는 생각만 드는건 물론 정말 재밌게 축구를 했죠."

송진형, 이창민, 윤빛가람, 이찬동 등 어떤 미드필더들과 호흡을 맞춰도 찰떡궁합을 보여준 권순형은 자신의 중앙 미드필더 파트너는 바뀌어도 자신은 항상 그 자리를 지키며 제주의 핵심으로 활약했다.

권순형은 자신의 '인생경기'로 2016년 6월6일 열린 FC서울 원정경기를 꼽는다. 해당 시즌 궁극의 K리그1 우승팀이 된 서울을 상대로 원정에서 제주는 1-3으로 뒤지다 4-3으로 뒤집는 대역전승을 했는데 그때 중거리슈팅으로 역전 결승골을 넣었던 선수가 바로 권순형.

"서울월드컵경기장이라는 상징적인 곳에서 많은 관중들이 있는데 제가 골을 넣는 순간 그 많은 관중들이 쥐죽은 듯 조용해졌어요. 제주가 서울을 상대로 매우 약했는데 그 징크스를 깨는 짜릿한 역전승을 만든 골과 경기라 영원히 제 뇌리에 잊혀지지 않을거예요."

당시 제주 조성환 감독은 등번호 7번을 달고 핵심 미드필더로 구단 전성기를 이끈 권순형에게 2018시즌부터 주장 완장을 맡겼다. 상무 시절 선임들이 전역해 남은 시즌을 주장으로 뛴적이 있었지만 이렇게 공식 주장이 된건 처음.

여기에 2019시즌을 끝으로 제주를 떠나 성남FC에서 활약했을 때도 당시 김남일 성남 감독이 2022시즌을 앞두고 권순형에게 주장을 맡겼을정도로 리더십 역시 인정받았다. 두 개팀에서 주장을 역임한 사례는 쉽게 찾아볼순 없다. 권순형은 "주장은 정말 쉽지 않은 자리였어요. 저만 생각하지 않고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는건 물론 때로는 악당 역할도 해야하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더 잘했어야 하는데 하는 아쉬움만 드는 자리이기도 하네요"라며 주장 완장의 무게감을 언급했다.

제주 시절 권순형의 모습. ⓒ프로축구연맹

▶김남일 감독과 마지막이 된 성남FC

2019시즌을 끝으로 2012년부터 뛴 제주를 떠나게 된 권순형은 강원에서 선수로 함께 했던 정경호 수석코치와 감독으로 첫발을 내딛는 김남일 감독의 부름을 받아 성남FC로 향하게 된다.

"김남일 감독님에 대해서도 밖에서 오해가 많아요. 세고 무서울 것 같은데 전혀 아니세요. 굉장히 따뜻한 분이고 선수들을 보듬어주는 방법을 아시는 분이예요. 질책할만도 한데 참으시고 말을 아끼세요. 사실 질책하는게 더 편한 방법이거든요. 그럴만한데도 말이죠. 그리고 돌이켜보면 가장 대단하고 놀라운건 단 한번도 선수단 탓을 한적이 없으세요. 누가봐도 선수들이 못했어도 항상 자신의 탓으로 돌리시는 분이었죠. 따르지 않을 수가 없는 분이죠."

김남일 감독도 권순형에게 주장 완장을 맡길 정도로 신뢰가 두터웠다. 비록 성남이 강등당했고 권순형의 프로 마지막 시즌이 된 2023시즌까지도 K리그2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권순형은 자신의 마지막을 함께한 성남에게 감사한 마음을 드러내며 마지막을 떠올렸다.

"성남의 2023시즌 마지막 경기에 선발 출전했는데 그때 가족들은 직감적으로 저의 프로 마지막 경기라고 느낀 듯 해요. 그래서 양가 가족들이 모두 오셔서 제 마지막을 지켜보셨죠"라며 "사실 1986년생 중에 남은 선수가 거의 없었어요. 저보다 뛰어나고 국가대표도 오래했던 선수들도 시즌이 끝날 때마다 은퇴한다고 알려올때 저 역시 시한부 축구인생을 살고있다는 생각에 외로웠거든요. 결국 저 역시 이렇게 평생을 바친 축구선수로써의 생활이 끝나는구나하는 마음이었네요"라며 담담하게 말했다.

2009년 강원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해 상무, 제주, 성남을 거쳐 2023시즌까지 15년의 선수생활을 마감하게 된 권순형. 활동량이 가장 많은 포지션인 중앙 미드필더로 37세까지 활약하며 프로 통산 373경기 21골 29도움이라는 대단한 기록을 남기고 은퇴한 권순형은 제2의 인생도 축구를 위해 살기로 다짐했다.

ⓒ프로축구연맹

3편 ''K리그 373경기' 권순형의 축구철학과 유소년 멘토로써의 꿈[권순형 은퇴인터뷰③]'에서 계속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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