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30]안철수 "분당 재건축 앞장" 이광재 "재건축·교육·교통 해결"
성남분당갑 안철수·이광재 빅매치…류호정 가세
'재건축' 관심에 안철수, 힘있는 집권여당 강조
국정경험 이광재, 변화·열망 기대…경제부흥 추진
거대 양당에 실망한 틈새 노리는 3지대 류호정
[서울·성남=뉴시스] 홍세희 신재현 한은진 기자 = "보수세가 강한 지역이지만 지역을 위한 일을 안 한다면 가차 없이 표로 평가할 겁니다."
지난 9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에서 만난 김모(50·여)씨는 "여당이라고 마냥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네가 노후화돼 보수당에 유리할 수 있겠지만, 언제든 표심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경기 성남분당갑은 4·10 총선 최대 격전지 중 하나다. '대권주자'인 안철수 국민의힘 후보와 '원조 친노'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빅매치가 성사되면서다. 여기에 제3지대 개혁신당으로 옮긴 류호정 전 의원이 출사표를 던지면서 3자 구도가 형성됐다.
분당갑은 여당 강세 지역으로 분류된다. 20대 총선에서 김병관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것을 제외하고는 내리 보수정당 깃발이 꽂혔다.
이 지역 유권자들의 최대 관심은 '재건축'이다. 판교동을 제외하고는 지은 지 30년이 넘은 아파트 단지들이 많아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서현동에 거주하는 이동욱(40)씨는 "재건축에 도움이 될 사람에게 표를 주려고 한다"며 "아무래도 힘이 있는 여당 후보에게 표를 주는 게 재건축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20년간 분당에 거주한 이모(69)씨도 "서현동 시범단지아파트에서부터 내가 거주하는 야탑동까지 재건축에 대한 열망은 말도 못한다"며 정책 결정권이 있는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안철수 후보 역시 선거운동 기간 주민들과 만나 신속한 재건축 추진을 약속했다.
그는 분당 시범단지 재건축 주민설명회에 참석해 "제 나름대로 재건축을 위한 법안을 발의하고, 결정 과정에서도 꼭 필요한 사람을 만나 설득해 지난해 단독주택까지 포함한 종합적 계획이 담긴 법안이 통과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민들의 다음 관심사는 '선도지구'. 제일 먼저 재건축할 곳을 어디로 할 것인가, 또 이주 단지를 어디로 할 것인가의 문제"라며 "이주 단지는 개발제한 구역이나 군사제한 구역 등 원래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 곳을 포함해 만들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분당갑은 '천당 아래 분당'이라는 수식어처럼 과거 보수 정당의 '양지'로 꼽혔다. 2012년부터 판교테크노밸리 입주가 본격화되며 진보적 성향이 강한 젋은 IT기업 종사자들의 전입이 늘면서 판세를 예측할 수 없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민주당이 2016년 20대 총선에서 처음으로 승리한 것도 이같은 선거 지형의 변화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 2020년 21대 총선에서도 미래통합당 김은혜 후보(50.06%)는 민주당 김병관 후보(49.34%)를 0.7%포인트(p) 앞서며 신승(辛勝)을 거뒀다.
이광재 민주당 후보는 분당갑이 다른 지역보다 중도층에 속하는 '스윙보터'가 많다고 보고 있다. 정당에 대한 무조건적 지지가 당락을 결정짓기보다 후보자가 이력과 공약으로 승부를 볼 수 있는 지역이라고 한다.
야탑초등학교 앞에서 만난 40대 주부 유모씨는 "당으로 투표하지 않는다"며 "판교나 수내, 서현 등 학군 좋은 곳과 다른 지역은 공교육 질의 차이가 있는데 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소속 정당보다는 후보자들이 제시하는 공약 등을 보고 표를 던지겠다는 것이다.
보수 정당이 내리 깃발을 꽂아온 지역인 만큼 '변화'에 대한 열망도 있다. 서현동에 거주하는 이모(52·여)씨는 "연세가 좀 많으신 분들은 아무래도 보수적인 성향이 강하지만 30, 40, 50대는 그래도 변화에 대한 요구가 높다"고 말했다. 또 "남은 한 달 동안 후보자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후보는 지난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연 지역 여성위원회와의 간담회에 참석하기 전 성남시청 앞 카페에서 뉴시스와 만나 "(성남갑은) 보수가 한 20~23%, 진보가 18% 정도 된다면 42~43%는 중도다. 유권자들이 바라는 건 누가 일을 할 수 있는지 등 여부"라고 설명했다.
본인을 "국정경험이 있는 실용주의자"라고 소개한 이 후보가 분당갑 현역 의원인 안철수 후보를 향해서 "지역을 위해 한 일이 없다는 평가가 있다"고 각을 세우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후보는 "원주에서 기업도시나 혁신도시 등을 위해 제가 해본 일도 있고 연구도 많이 했다. 그런 면에서 경제부흥의 '신나는 판교', 재건축과 교통, 교육 등을 해결하는 '행복한 분당'을 만드는 데 제가 적임자가 아닐까 한다"고 강조했다.
거대 양당에 실망한 틈새를 공략하는 개혁신당의 류호정 전 의원도 분당갑에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류 후보의 등판으로 3자 구도가 형성되면서 표심을 예측하기 더욱 어려워졌다.
민주당이 승리했던 20대 총선 당시에도 민주당-새누리당-국민의당의 3자 구도였다. 당시 보수 성향으로 분류됐던 국민의당이 14.45%를 득표하면서 민주당이 승기를 잡았다.
지난 8일 야탑역 앞에서 만난 그는 개혁신당을 상징하는 주황색 개혁신당 띠에 후드티를 걸친 채 시민들에게 인사 중이었다.
류 후보는 21대 최연소 국회의원이자 페미니즘 등 각종 의제를 내세워 대중들 사이에서 인지도가 높다. 이를 보여주 듯 70대 노년에서부터 30대 청년까지 류 후보와 사진을 찍고 응원한다며 인사를 먼저 건넸다. 다만, 한 40대 남성은 "류 의원 개인을 개인적으로는 응원한다"면서도 "이준석 전 대표와 류 전 의원이 함께 하는 개혁신당은 어떻게 응원하나"라고 말했다.
류 후보는 "제3지대 후보에게 험지 아닌 곳이 없다"면서도 양당의 파워게임에 지친 유권자들에게 대안이 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그는 "(유세를 다니며) 양당에 대한 불만을 많이 듣는다. 젊은 사람인 만큼 새로운 정치를 하라고들 하신다"며 "어떤 정치 정책이 올바르게 펼쳐지려면 제3지대 후보가 중재자가 되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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