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타+3타점'에도 엑스트라 훈련...1루수 깜짝 낙점, 그럼에도 왜 "아직 내 자리 아냐"라고 했나
[OSEN=부산, 조형래 기자] 스스로 아직 멀었다고 한다. 특급 재능에 노력까지 더해진다면 과연 어떤 모습일까.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나승엽(22)은 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시범경기 개막전 SSG 랜더스와의 경기에 9번 1루수로 선발 출장해 3타수 1안타 3타점으로 활약하면서 팀의 6-1 역전승을 이끌었다.
나승엽은 이날 3회 첫 타석 3루수 땅볼, 5회 두 번째 타석 유격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그러나 1-1 동점이던 7회말 찾아온 무사 만루 기회에서 2타점 중전 적시타를 때려내면서 3-1 역전을 이끌었다. 이후 롯데는 분위기를 타서 2점을 더 추가하며 5-1로 리드를 잡았다. 그리고 8회말 무사 만루에서도 좌익수 희생플라이를 때려내 팀에 쐐기점을 안겼다.
2021년 프로야구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로 지명을 받고 프로에 입단한 나승엽. 메이저리그 구단에서도 직접적인 관심을 보일 정도로 재능 있는 선수였는데 롯데의 설득으로 한국에 남았다. 롯데 유니폼을 입은 첫 시즌에는 큰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 60경기 타율 2할4리(113타수 23안타) 2홈런 10타점 16득점 OPS .563의 초라한 성적을 남기는데 그쳤다. 프로의 벽은 높았다.
이후 나승엽은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입대하면서 병역을 해결했고 지난해 마무리캠프부터 롯데로 돌아왔다. 그리고 스프링캠프까지 완주하면서 김태형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포지션이 관건이었지만 김태형 감독은 스프링캠프를 치르면서 나승엽의 현재 기량과 미래 가능성을 높게 봤다. 정훈과의 1루수 경쟁이 불가피했고 또 정훈의 1루수 경험을 높게 평가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당장의 선택은 나승엽이었다.
일본 오키나와 2차 스프링캠프 당시 김태형 감독은 "나승엽을 주전 1루수로 쓰려고 한다. 키(190cm)가 크니까 야수들이 마음 편히 던질 수 있다"고 말하면서 나승엽에게 먼저 기회를 줄 것이라고 천명했다.
그리고 이날 시범경기 개막전까지 선발로 나섰다. 9일 경기 전 김태형 감독은 "오늘 경기 라인업이 정규시즌 개막전 베스트 라인업이라고 봐도 될 것 같다"라면서 "여기에 박승욱과 김민성을 어떻게 선발로 쓸지 상황에 따라 바꿔가면서 쓸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나승엽은 군 전역 이후 곧바로 개막전 선발로 나설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나승엽은 안주하지 않는다. 여전히 경쟁은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는 "감독님께서 그렇게 말씀해주신 것은 감사하지만 아직 내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면서 "나는 아직 많이 한 것도 없고 시범경기도 이제 막 시작했다. 경기도 많이 남았다. 시범경기를 통해서 더 잘해야만 제 자리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날 결승타에 3타점으로 활약했지만 나승엽은 아무 것도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경기 후 엑스트라 훈련까지 소화했다.
"결과는 좋았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은 경기였다"라고 운을 떼면서 "타이밍도 많이 늦었고 좀 더 앞으로 나가야 할 공에 타이밍이 늦고 타구가 먹혔다. 만루에서 적시타는 나왔지만 타구 질 전체적으로 아쉬움이 남고 맘에 들지 않는다"라고 곱씹었다.
김태형 감독이 일찌감치 주전에 대한 언질을 줬다. 감독 커리어에서 인위적으로 젊은 선수에게 기회를 준 적이 거의 없고 베테랑이라도 아직 기량이 통하면 주저없이 활용했다. 하지만 나승엽에게 기회를 우선적으로 준다는 것은 무언가를 봤기 때문.
나승엽은 "너무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나의 야구를 펼치고 경기를 할 때도 연습 때처럼 똑같이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날 본 9483명의 홈 팬들 앞에서 자신을 더 뽐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사실 2021년 입단한 나승엽에게 이런 많은 관중은 거의 처음이었다. '코로나 시국'의 새내기였던 나승엽은 시범경기에 이런 관중이 몰린 것에 놀랐다.
그는 "이렇게 많은 관중들 앞에서 경기를 하는 게 처음이다. 저 신인 때는 관중 30%씩 들어오거나 무관중 경기도 많았다. 야구장에 팬분들이 못오시는 시기였다"라면서 "1루 쪽이 다 차니까 재밌었다. 긴장하지 않고 재밌었다. 저희가 잘해야 팬분들도 많이 찾아와주시기 때문에 더 잘해야 할 것 같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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