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의 품 아닌 제3국으로…데이터로 본 '로기완'들

조채원 2024. 3. 1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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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HCR 기준 北출신 난민 인정자 239명·신청자 133명
한국 오고도 이민가는 탈북민…"차별·편견 때문에"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이 화제를 모으면서 북한 출신 이주자들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유엔난민기구는 2023년 기준 해외에서 난민 지위로 살아가는 북한 이주민은 239명, 신청자로 거주하는 이주민은 133명으로 집계했다. 영화 '로기완'의 한 장면 / 넷플릭스 제공

[더팩트ㅣ조채원 기자] 지난 1일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은 탈북자 기완이 벨기에에서 난민으로 인정받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렸다. 원치않는 싸움에 휘말려 수배중인 기완은 중국으로 도피했지만 공안(경찰)에 붙잡히면 북송되는 처지다. 그는 어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살아남기 위해' 벨기에로 떠난다. 지인 하나 없고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유럽 국가. 가난한 이방인이 하루하루를 버텨내기란 힘겹기 그지없다. 영화는 기완이 난민 지위를 얻기 위해 탈북자란 사실을 증명하는 여정, 그리고 우연히 마주한 한국인 여성 마리와의 사랑 이야기를 동시에 담았다.

◆ 실존 '로기완' 얼마나 될까

영화인만큼 여러 극적 요소들이 가미돼있지만 분명한 건 북한 출신의 이주자, '로기완'은 실존한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로기완'은 어느 정도 될까. 대략적 가늠할 수 있는 수치는 유엔난민기구(UNHCR)에서 제공하는 국가별‧연도별 북한 난민과 신청자 수 데이터다. UNHCR은 2023년 기준 해외에서 난민 지위로 살아가는 북한 이주민은 239명, 신청자로 거주하는 이주민은 133명으로 집계한다.

2002-2023 북한 난민 및 난민 신청자 수 / 유엔난민기구(UNHCR) 제공

2000년대 초반까지 300~400명에 머물던 난민 및 난민 신청자 수는 2007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2012, 2013년에는 2000명을 넘기며 정점을 찍다 급격히 줄었고, 2016년을 제외하곤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통일연구원이 2022년 발간한 '이주체계이론으로 본 북한 이주민의 서구 국가 이주 요인: 영국과 캐나다 사례 분석' 보고서는 "영주권 또는 시민권을 획득했거나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북한 이주민, 난민 신청을 통한 이주가 아닌 '일반 이민'으로 건너간 이주민까지 포함하면 상당히 많은 북한 이주민들이 서구 국가에 이주했거나 이주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해당 자료는 전반적인 난민 인정자와 신청자에 대한 추세를 볼 수는 있지만 정확한 증가, 감소 수치라고 볼 순 없다.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획득한 난민, 본국으로 돌아간 난민과 난민 신청자는 데이터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2022년(267명)보다 2023년(239명) 북한 난민 수가 28명 줄었다고 해석할 수 없다는 의미다.

◆목숨 걸고 한국 와도 '이민 생각' 한다는데...

통일부에 따르면 대한민국에 주소등록이 돼 있는 탈북민은 3만1314명이다. 작년 12월 말까지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 3만4078명 중 사망, 이민, 거주불명, 보호시설에 있는 인원 제외한 수치다. 사망자가 1500명 정도임을 고려하면 이민 등으로 국내 주소지에 거주하지 않는 확인된 탈북민은 1000여명쯤 된다.

하나원 입소자가 하나원 내 병원인 하나의원에서 진료를 받고 있다. 하나원은 북한 이탈주민들의 사회정착을 지원하는 통일부 소속기관이다. / 더팩트 DB

목숨 걸고 한국에 온 이들이 '탈남' 결심을 하게 하게 하는 요인을 무엇일까. 북한인권정보센터(NKDB)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북한이탈주민 경제사회통합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 탈북민 400명 중 26.7%가 미국 또는 중국, 영국 등 기타 국가로 이주를 생각했다. 코로나 대유행 직전 연도인 2019년, 한창이었던 2020년 해외 이주를 생각해 본 인원 비율은 22%로 동일했으나, 코로나 이후인 2021년부터 상대적으로 해외 이주를 생각해 본 비율은 2021년 26.3%, 2022년 24.8%로 상승하는 추세다. 응답자들은 '한국 사회 내 탈북민에 대한 차별과 편견 때문에', '한국 정치와 교육 제도에 대한 불만',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싶어서', '자녀교육이나 본인의 대학 진학' 등을 탈남을 원하는 이유로 꼽았다.

자녀교육 문제 등이 있지만 '탈남'에 탈북민에 대한 차별적 시선이 작용한다는 건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다. 통일 공론장 '피스아고라'를 운영하는 조경일 대표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제도적으론 환영받겠지만 한국 사회에선 '탈북 정체성'으로 살아가는 것의 어려움과 한계는 분명하다"며 "같은 동포에게 ‘탈북자’로 손가락질 당하며 사느니 차라리 유럽에서 '아시안' 중 하나로 손가락질 받는 게 훨씬 더 낫겠다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전했다.

chaelo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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