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파장] 미국은 60년 역사…이제 첫발 뗀 PA 양성화

김영봉, 이윤경 2024. 3. 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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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영국‧캐나다, PA 직군 인정
도입 필요성 공감대…법제화 시급

정부가 전공의 집단행동에 따른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진료보조(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를 적극 활용키로 했다. 그간 불법이지만 관행적으로 운영됐던 PA 간호사 양성화에 첫 발을 뗐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예원 기자

[더팩트ㅣ김영봉·이윤경 기자] 정부가 전공의 집단행동에 따른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진료보조(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를 적극 활용키로 했다. 그간 불법이지만 관행적으로 운영됐던 PA 간호사 양성화에 첫발을 뗐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등 해외의 경우 의사의 진료지원인력으로 PA 직군을 인정하고 있다.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에 따른 의사 집단행동을 계기로 국내에도 PA 간호사가 정식으로 도입되고 법적 보호를 받게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 미국, 영국, 캐나다는 별도 PA 양성 과정

10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발간한 '진료지원인력의 정의와 범위에 대한 국제 동향 고찰 및 시사점'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 캐나다 등은 별도의 PA 양성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PA가 되려면 관련 프로그램 이수 후 국가 인증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미국은 1965년도부터 PA를 양성화하고 합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미국 PA 교육 프로그램은 화학, 생리학, 해부학, 미생물학, 생물학, 행동과학 등 기초 과목을 최소 2년 이상 이수해야 등록할 수 있다. 임상실무교육 위주로 진행되며 평균 3000시간 이상 직접 환자를 돌보는 경험을 요구한다. 이후 국가 인증기관의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PA 국가시험원(NCCPA)이 주관하는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2020년 기준 14만8560명이 PA로 활동하고 있다.

영국은 2006년 의대들이 협력해 PA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2007년부터 공식 자격증을 부여했다. PA가 되기 위해서는 2년 교육 과정과 3200시간의 PA 프로그램을 이수해야 한다.

캐나다에서는 1991년부터 진료지원인력에게 PA라는 명칭이 부여됐다. 이후 캐나다의사협회는 2003년 PA를 고유한 의료 전문가로 인정했다. 공식 자격시험은 2005년 시작됐으며 2년의 PA 교육 프로그램을 거쳐야 한다.

미국과 캐나다의 경우 PA는 종합병원 수술실을 포함한 광범위한 진료 영역에서 활동이 가능하다. 약물 처방도 할 수 있다. 영국의 PA는 의료팀의 일원으로 특정 의사의 구체적인 지시·감독 범위에 있다.

미국 등 해외의 경우 의사의 진료지원인력으로 PA 직군을 인정하고 있다.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에 따른 의사 집단행동을 계기로 국내에도 PA 간호사가 정식으로 도입되고 법적 보호를 받게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서예원 기자

◆ "의사-간호사 업무 범위 조정 및 법적 보호장치 마련 시급"

국내에서는 PA를 간호사가 맡고 있다. 의사 인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2000년대 초부터 도입됐다. 현재는 의사 지시에 따라 수술 보조, 검체 의뢰, 처방 대행, 봉합, 시술 등을 담당하는 등 의료현장의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문제는 PA 간호사가 불법이란 점이다. 의료법 2조에 따르면 간호사 업무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로 제한돼 있다. PA 면허도 별도로 규정돼 있지 않아 PA 간호사들은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전공의 집단 이탈에 따른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지난 8일부터 PA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구분하고 본격 양성화에 나섰다. 이에 따라 심전도·초음파검사, 코로나19 검사, 응급상황에서의 심폐소생술 또는 약물 투여가 가능해진다. 의사의 최종 승인을 받으면 검사·약물 처방, 진단서·전원의뢰서·수술기록 초안도 작성할 수 있다.

대한간호협회 측은 "그동안 의료기관은 전문간호사, 가칭 PA 간호사뿐만 아니라 일반간호사에게도 의사업무를 관행적으로 지시하고 수행토록 해왔으나 이번에 간호사의 자격, 교육, 숙련도에 따른 수행가능 업무기준이 제시됐다"며 "이는 간호사 업무의 법 보호 체계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도 한목소리로 PA 간호사 필요성에 동의하고 있다. 다만 법적 근거 및 보호장치를 마련하는 등 제도화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제도화 이전 의사와 간호사 간 구체적인 업무 범위 조정도 우선돼야 한다고 봤다.

윤석준 고려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의사와 간호사 입장이 다른 상황에서 PA 간호사 양성화가 또 다른 갈등 요인을 일으킬 수 있다"면서도 "현존하는 PA 인력을 효과적으로 교육시키고 관리해야 하며, 주요 의료행위의 구분 기준을 만드는 형태로 양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료법 전문인 신현호 법무법인 해울 변호사는 "PA 간호사는 현실적으로 필요하고 업무가 구분돼야 한다"면서 "다만 사회적 합의가 되고 통제가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영명 보건의료노조 기획실장은 "해외처럼 어느 정도의 교육과 훈련과정을 만들어 PA 간호사를 제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다"며 "양성화하더라도 법적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만큼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kyb@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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