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금지 피의자를 외교사절로…'채상병 수사 외압' 수사 차질 불가피

정채영 2024. 3. 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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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채 상병 수사 외압 사건 피의자 신분으로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게 출국이 허용됐다.

출국금지까지 내린 핵심 피의자를 대사로 임명해 국외로 내보내면서 사실상 수사 도피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 논란은 지난 4일 외교부가 이 전 장관을 주호주대사로 임명하면서 불붙었다.

이 전 장관은 "출국금지됐다는 사실을 몰랐다"며 "향후 호주대사로서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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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임명→7일 조사 출석→8일 출국금지 해제
"출국금지 몰라" 법무부 인사검증 시스템 문제도

해병대 채상병 사건으로 수사를 받던 중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출국길에 오를 수 있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9월 26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제75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뉴시스

[더팩트ㅣ정채영 기자] 해병대 채 상병 수사 외압 사건 피의자 신분으로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게 출국이 허용됐다. 출국금지까지 내린 핵심 피의자를 대사로 임명해 국외로 내보내면서 사실상 수사 도피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법무부의 인사검증 시스템도 다시 도마에 올랐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 8일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이로써 이 전 장관의 호주 대사로서 출국에 장애물이 사라졌다.

이 전 장관은 지난해 집중호우 실종자를 수색하다 순직한 해병대 채 상병 사건 수사기록을 경찰에서 회수하도록 지시하는 등 직권을 남용한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됐다. 공수처는 올해 초 유재은 법무관리관과 김계환 해병대사령관 등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진행하며 수사를 본격화했다.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 논란은 지난 4일 외교부가 이 전 장관을 주호주대사로 임명하면서 불붙었다. 이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 전 장관 임명은 피의자를 도피시키는 '봐주기 수사'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이 전 장관아 출국금지 상태라는 사실은 뒤늦게 알려졌다. 공수처는 지난 1월 이 전 장관을 포함해 국방부와 군 관계자 6명을 출국금지 조치했다. 출국금지가 확인된 다음날인 7일 이 전 장관은 공수처에 자진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공수처는 경찰에 이첩된 사건을 회수·재검토하라고 지시한 경위와 대통령실 등 윗선의 개입 여부를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장관은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법무부는 같은 날 '최근 출석 조사가 이뤄진 점', '수사절차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이의신청을 받아들이고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자진 출석마저 출국금지 해제를 위한 수순이었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닷새간의 출국금지 논란은 이렇게 일단락됐다.

이 전 장관이 지난해 9월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현안질의를 받는 도중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실무자와 대화하고 있다./이새롬 기자

이 전 장관이 협조 의사를 보였지만 출국할 경우 사실상 수사 차질은 피할 수 없다. 현직 대사인 피의자를 대상으로 압수수색하는 등 강제수사를 벌이거나 출석을 요청하기는 어렵다. 서면 조사 정도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안기부 X파일' 사건을 봐도 현직 대사 수사의 어려움을 알 수 있다. 2005년 이 사건에 연루된 의혹을 받은 홍석현 당시 주미대사는 수사 착수 후에도 미국에 머물다가 사퇴 압력이 거세시자 부임 8개월 만에 사직하고 한달 뒤 귀국해 조사를 받았다.

공수처가 어느 정도 이 전 장관의 혐의를 입증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출국금지는 수사 대상 모든 피의자들에게 내리는 조처가 아니다. 어느 정도 혐의가 입증됐거나 출국이 우려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일반 사건에서는 잘 내리지 않는 조치다. 중대 사건이나 주요 사건에서 출국 가능성이 있는 피의자를 상대로 하는 것"이라며 "사건의 정황이 어느 정도 파악됐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출국금지될 정도의 범죄 피의자를 외교사로 임명한 것은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도 있다. 법무부 인사검증 시스템이 다시 도마에 오르는 이유다. 수도권의 한 로스쿨 교수는 "형사 피의자를 대사로 임명하고, 출국금지 사실도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주장"이라며 "실제로 몰랐다면 법무부의 인사검증 시스템에도 허점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피의자를 빼돌렸다는 오해도 나올 수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 전 장관은 "출국금지됐다는 사실을 몰랐다"며 "향후 호주대사로서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chae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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