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선수 이호성 ‘네 모녀 살인 사건’…투신이 남긴 의문들[그해 오늘]

채나연 2024. 3. 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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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 '네 모녀 실종'
전직 프로야구 선수 이호성 용의자로 지목

[이데일리 채나연 기자] 2008년 3월 10일 서울 마포구 창전동 집에서 사라진 ‘네 모녀 실종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전직 프로야구선수 이호성(41·남)이 한강에서 투신해 숨졌다. 같은 날 오후 실종된 김 모(45·여) 씨와 딸 등 일가족 4명이 모두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마포 네 모녀 실종사건 용의자 수배전단지(사진=뉴시스)
사건은 2008년 3월 3일 “혼자 세 딸을 키우는 여동생이 딸들이랑 함께 실종됐다”는 김씨 오빠의 신고로 수면 위에 드러났다.

경찰은 참치 횟집을 운영하는 김씨가 실종되기 하루 전인 2월 17일 가게의 종업원들에게 “며칠 여행을 다녀오겠다”고 말했다는 진술을 확보하며 단순 여행일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2008년 2월 18일 한 남성이 검은 가방을 김씨의 집에서 나르는 장면이 찍힌 CCTV(사진=YTN 캡처)
그러나 김씨의 아파트에서 소량의 혈흔과 함께 실종 당일 오후 9시 15분경 한 남성이 김씨의 집에서 대형 여행용 가방 4개를 차례차례 끌고 나가는 폐쇄회로(CC)TV를 포착해 이들 모녀가 살해됐을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사건을 강력반에 배당했다.

김씨 주변을 수사하던 경찰은 이 사건에 전직 프로야구 선수 이호성이 연루되었다는 정황을 포착했다. 알고 보니 두 사람은 이호성이 이혼 후 연인 사이로 발전해 주위에 재혼할 사이라 소개할 만큼 깊은 관계였다.

이호성을 조사하던 경찰은 야구선수 은퇴 후 성공한 사업가였던 그가 스크린 경마 사업 실패로 270억가량의 빚을 떠안고 2005년에는 37억 원의 횡령과 투자금 5억 원을 가로챈 혐의로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으며, 총 7건의 사기죄로 지명수배 중인 인물인 것을 확인했다.

2008년 2월 18일 오전 김씨가 실종 당일 현금을 인출해 이호성의 차로 의심되는 하얀색 자동차에 탑승하는 장면이 담긴 은행 CCTV(사진=YTN 캡처)
이호성은 이 시기에 전 부인인 아내와 이혼 후 김씨를 만났으며 경제적으로 도움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네 모녀가 실종된 당일 오전 김씨는 은행에서 아파트 전세 계약 잔금 1억 7천만 원가량을 찾아 이호성의 차로 의심되는 하얀색 자동차에 탑승한 것이 CCTV에 찍혔다.

이후 비공개로 수사를 진행하던 경찰은 언론에 수사 내용이 공개됨에 따라 3월 10일 사건을 공개수사로 전환했다.

그러나 공개수사 착수 5시간 지난 이날 오후 3시께 서울 용산구 반포대교와 한남대교 중간지점 한강에서 투신해 숨진 이호성을 발견했다.

당시 사건을 수사해 온 경찰은 유력한 용의자가 투신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는데, 이날 오후 이호성의 공개수배 사실을 접한 한 인부로부터 “2월 19일 이호성에게 돈을 받고 공동묘지 근처에 구멍을 파줬다”는 제보를 받았다.

전남 화순군 동면의 공원묘지 일대에서 실종자 수색하는 경찰(사진=뉴시스)
제보자와 함께 이호성 부친 묘소가 있는 전남 화순군 동면의 공원묘지 일대에서 수색작업을 벌이던 경찰은 10일 밤 11시 암매장된 네 모녀의 시신을 모두 발견했다. 시신은 80kg에 달하는 바위에 눌린 채 검은 가방에 각자 들어가 있었다.

국과수의 부검결과 김씨와 둘째(19), 셋째(13) 딸의 사인은 질식사였고 첫째(20) 딸의 사인은 둔기에 의한 두개골 골절 손상이었다. 사건 당시 집에 있었던 세 모녀와 달리 학교 공연 연습 때문에 밖에 있었던 첫째 딸은 이호성이 김씨의 휴대전화로 불러내 밖에서 살해한 것으로 추측했다.

경찰이 이호성의 행적 수사를 진행하면서 그의 복잡한 사생활과 거짓말들이 서서히 드러났다. 이호성은 범행 이후 지인에게 부탁해 김씨로부터 가로챈 1억 7천만 원 중 일부를 자신의 형과 의문의 A씨에게 각각 5천만 원과 4천만 원씩 전달하도록 했다.

조사결과 의문의 A씨는 이호성의 숨겨진 여자친구로 밝혀졌다. 김씨와 만나던 시기 이호성은 또 다른 여성과 만나고 있었으며 범행 이후에도 A씨를 만나 투신 직전까지 함께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극단적 선택 전 친형에게 “아들을 잘 부탁한다”는 편지를 남긴 것으로 확인됐는데, 이 편지에는 네 모녀 범행과 관련된 내용은 없었다.

이후 사건과 관련해 풀리지 않는 많은 의혹들이 제기되었지만, 피해자들이 모두 사망하고 이호성 또한 체포되기 전 숨져 범행 동기나 관련 의혹들은 명확하게 규명되지 못했다.

결국 ‘네 모녀 살인 사건’은 이호성의 극단적 선택으로 그대로 사건이 종결됐다.

채나연 (cha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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