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중기, 주연 배우의 소신과 뚝심[TF인터뷰]
'로기완'서 주인공 로기완으로 활약
"다양한 장르를 통해 많은 경험 쌓으며 성장하고파"
송중기는 지난 1일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감독 김희진)에서 로기완 역을 맡아 전 세계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 그는 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한 차례 고사했던 작품을 다시 택한 이유부터 배우로서의 행보까지 되돌아보며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에 앞서 이날 넷플릭스는 '로기완'이 글로벌 톱10 영화(비영어) 부문에서 3위를 차지했고 대한민국을 비롯해 일본과 필리핀 등 12개 국가 톱10 리스트에 올랐다고 밝혔다. 이에 송중기는 "솔직히 저희 영화가 타임킬링용도 아니고 메이저한 정서도 아니라서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기분은 좋네요"라고 소감을 전했다.
사실 송중기는 약 7년 전에 '로기완'을 한 차례 고사하고 류승완 감독의 '군함도'(2017)를 촬영했다. 작품의 정서는 좋았지만 기완과 마리의 로맨스가 공감되지 않았다는 그는 "제가 깜냥이 안 되는데 할 수 있을지 모르겠더라고요. 억지로 하는 성격은 못되거든요. 엄마가 돌아가시는 게 나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엄마의 시체까지 팔아서 여기까지 온 기완이가 사랑 타령을 하는 게 이해가 안 됐어요"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물론 지금보다 더 퇴폐적이고 길거리 인생 같았던 마리의 세부적인 설정은 달라졌지만 작품의 큰 줄기는 7년 전과 큰 차이가 없었다. 그렇다면 송중기가 과거 자신의 선택을 바꾸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뭔지 모르겠는데 이제는 공감이 되더라고요"라며 7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만큼 자연스럽게 달라진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설명했다.
"살아남는 것의 이야기잖아요. 잘 살고 싶고 살아남고 싶어 하는 인물이니까 사람과 부대끼고 사는 게 잘 사는 거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그게 친구든 가족이든 여자든 말이에요. 예전에는 사랑 이야기가 사치라고 느껴졌는데 이제는 이해가 되더라고요."
이어 로기완의 외삼촌 은철 역으로 특별출연한 서현우도 언급하며 "이 정도의 에너지를 주고 기완이를 벨기에로 못 보내겠다고 하시면서 계속 '한 번 더 가자'라고 하셨어요. 그분의 그릇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정말 반했어요. 형이 더 훅 다가와 주니까 그 장면이 더 무섭게 느껴졌고요. 신이 주는 좋은 압박감이 있었어요. 선배이자 배우로서 마음가짐이 굉장히 멋있는 분이셨어요"라고 힘주어 말했다.
극 중 로기완은 가진 것 하나 없이 떠나온 머나먼 유럽의 낯선 땅 벨기에에서 유일한 희망인 난민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인물이다. 이를 연기한 송중기는 북한 자강도 지역의 말투를 장착한 채 지금껏 본 적 없는 새로운 면모를 보여줬다. 다만 그가 작품을 택한 이유는 배우로서 소화할 수 있는 캐릭터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드라마에서 할 수 없는 장르에 도전하며 갈증을 해소하고 싶었다고.
"제가 드라마를 할 때 스산한 정서를 다루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요. 그런데 배우로서 여러 장르를 하고 싶으니까 영화로 제 개인적인 욕망을 채우는 것 같아요. 드라마와 영화를 균형 있게 출연하는 것도 그 이유죠. '로기완'은 죄책감의 영화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정서를 표현해 보고 싶은 개인적인 욕망이 있어요. 탈북자 역할이라서 한 건 아니에요."
이에 송중기는 "흥행을 정말 많이 고려해요"라며 주연 배우로서의 소신을 드러냈다. 그는 "흥행을 생각하지 않으면 무책임한 거죠. 그러면 주연 배우를 하면 안 되고요. 어떤 작품이든 주인의식을 갖고 임하려고 해요. 그래서 작품에 해가 되는 행동을 하지 않으려고 하고요. 평소에도 잘 살려고 노력해요. 그런 점에서 흥행은 늘 바라고요. 그리고 저희의 작품을 흥행시키려고 노력하죠"라고 덧붙였다.
앞서 송중기는 JTBC '재벌집 막내아들' 제작발표회 당시 사진 기자들의 '볼하트' '손하트' 등 여러 포즈 요청에 응하지 않은 반면 '화란' 기자간담회와 '로기완' 제작보고회 때는 다양한 포즈를 소화하며 여러 사진을 남겨 화제를 모았다. 이를 들은 그는 "화제가 됐는지 몰랐다"면서도 "하기 싫었던 게 아니에요. 획일적인 제스처를 하는 게 재미없을 것 같았어요"라고 해명했다.
"그런 의도는 아니었지만 제 태도가 그렇게 비쳤다면 제 잘못이죠. 저는 남 탓을 하기 이전에 '내 책임이다'라고 생각하는 성격이라서 앞으로는 그렇게 보이지 않도록 노력하자는 마음가짐이에요"라며 "나중에 아이한테 부끄러운 사람이 될 만한 행동을 하지 말자고 다짐하죠. 거창한 건 아닌데 그런 변화가 생겼어요."
수많은 '인생캐'와 대표작을 남기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송중기이지만 여전히 배우로서 목마르고 해보고 싶은 것도 많다. 연장선으로 작품 제작도 할 의향이 있다고 귀띔한 그는 "장르 욕심이 많은 편"이라며 지금처럼 뚝심 있는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예전에 김고은 배우의 인터뷰를 봤는데 작품 선택 기준이 '성장하고 싶다'였어요. 그래서 좋은 선배들이 나오는 작품을 한다고 했는데 너무 인상깊었고 멋있었어요. 저도 비슷한 지점인 것 같아요. 흥행을 늘 고려하지만 장르적 갈증을 해소하고도 싶어요. 사람이 다 가져갈 수는 없죠. 예전에 비해서 나이를 먹었지만 경험이 많지는 않아요. 그래서 편식하지 않고 다양한 장르를 하면서 경험을 쌓고 성장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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