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환규 전 의협 회장 11시간 고강도 조사…"공모한 적 없다"

전공의 집단사직에 관여했다는 혐의를 받는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이 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에 출석하고 있다. 2024.03.09. /사진=뉴시스 /사진=조성우

경찰이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을 불러 11시간 가량 조사했다. 노 전 회장은 전공의 집단행동을 부추겨 업무방해를 했다는 혐의에 대해 "전공의들의 사직을 공모한 적 없으며, 사직은 정부의 잘못된 의료 정책 때문"이라고 했다.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9일 오전 10시쯤부터 노 전 회장을 불러 11시간 가량 조사한 후 밤 9시15분쯤 귀가 조처했다.

노 전 회장은 조사를 마치고 기자들을 만나 "제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글이 전공의들을 자극해 병원을 이탈하게 하고 병원에 경영손실을 끼쳤다는 게 경찰의 주장"이라며 "개인적 사견을 SNS에 올린 것이고, 공모 사실이나 소통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노 전 회장은 "저한테 의료현장에서 발생한 300여건의 피해 사례를 보여주면서 저 때문에 피해가 생긴 거라고 했다"며 "저는 '지난달 6일 의대 증원 이야기 나오기 전에 이런 일 없었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했다"고 했다.

이어 "전공의들의 저항을 저를 비롯한 몇몇 개인에게 떠넘긴 건 매우 치졸한 공작"이라고 덧붙였다.

노 전 회장은 정부의 정책 추진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부족한 게 아니라 의사가 있어야 할 자리에 없다는 게 문제"라며 "마치 물이 새는 항아리와 같다. 물이 새면 구멍을 막아야 하는데 정부는 거기에 물을 더 붓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조사는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에 이은 의협 전현직 집행부에 대한 두 번째 조사다. 노 전 회장을 비롯한 의협 전현직 집행부는 '전공의 집단 이탈'과 관련한 의료법상 업무개시명령 위반, 업무방해 교사·방조 등 혐의를 받는다. 주 위원장은 지난 6일 경찰 출석해 10시간 가량 조사를 받았다.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 박명하 조직강화위원장은 12일 오전 10시에 출석할 예정이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도 같은 날 경찰에 출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재영 기자 hjae0@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