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시가 일본 선진도시 벤치마킹 간 이유는?
도시재생 상권 관광 활성화, 스마트 시티 현장 견학
황산공원 활성화 및 증산도시개발사업, 사송신도시 스마트 도시화 등 현안사업 접목
경남 양산시가 지난 4일부터 4박5일 일정으로 도쿄와 요코하마 등 일본 주요도시의 도시재생 사업 등 선진 정책사례를 탐구하는 현지 벤치마킹을 실시했다. 요코하마 신청사 등 20여곳을 둘러봤다.
이번 벤치마킹은 양산 황산공원 활성화 및 물금, 삼호지구 등 도시재생사업, 물금증산지구 대단위 도시개발사업, 사송신도시 스마트 도시 조성 등 시가 추진 중인 각종 현안사업의 성공적 수행을 위한 지혜와 아이디어를 구하기 위한 차원이다.
이번 시찰에는 한정우 양산시 정무특보를 비롯 박청운 시 건축주택국장, 노명용 시 도시계획과 도시재생팀장을 비롯한 관계공무원, 양산시도시재생지원센터 직원이 참가했다. 또 물금서부지구와 웅상 삼호지구 등 도시재생 및 농촌활성화 사업을 추진 중인 주민 등 30여 명이 참가했다.
▮‘뱅크아트’로 관광객 모으는 요코하마 신청사
시찰단은 가장 먼저 요코하마 신청사를 둘러봤다.
요코하마 신청사는 2020년 지하 2층 지상 32층으로 건립됐다. 특이한 점은 청사 입구에 3층 높이의 아트리룸을 지어 시민 전용 공간으로 개방한 점이다. 이 곳에는 편의점 약국 등 편의시설은 물론 곳곳에 테이블과 벤치 등이 설치돼 시민들이 노트북을 펼치고 작업을 하거나 차를 마시면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1902년 지어진 정부보세창고와 은행건물 등 오래된 공공건물을 살려 각종 전시회 및 공연·전시 등 문화행사, 문화강좌 등이 이뤄지는 문화예술공간으로 활하는 뱅크아트사업도 눈길을 끌었다.
비영리법인 ‘뱅크아트 1929’가 시의 위탁을 받아 운영 중인데 호응이 좋아 사업범위를 넓히고 있다.
요코하마신청사는 맞은편 하천변에 벤치를 설치하는 등 여유공간을 시민 휴식공간으로 최대한 조성했다. 무엇보다 청사가 도시철도역(신칸센)과 고가보도를 통해 바로 연결된다. 신청사가 여러모로 시민을 배려해 설계되고 활용되는 점이 느껴졌다.
▮100년 역사 아카렌카 창고 문화복합 공간 개조 눈길
100여년전 지어진 요코하마 아카렌카창고를 문화복합공간으로 개조한 점도 흥미로웠다. 이 건물은 벽돌외관 등은 메이지·다이쇼 시대 건물 형태를 유지한다.
내부는 홀 및 전시·공연 등 다목적 공간과 레스토랑, 음식점,카페와 물품 판매장으로 개조했다.
요코하마 신청사 인근의 에어캐빈(곤돌라)도 인기 관광상품으로 꼽힌다. 이 캐빈은 하천위 도심 중심부를 운행한다. 종점에서 내려 곧바로 아카렌카 창고와 연결돼 편리하다.
야마시타 부두에서는 1970년대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에니메이션인 ‘기동전사 건담’ 로봇을 초대형 실물크기로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높이 18m 무게 25t에 이르는 건담이 실제 움직이는 모습을 가까이의 타워에서 구경할 수 있다. 건담 팩토리 건물에는 카페와 건담 로봇을 모델로 한 다양한 상품 등이 판매된다.
야마시타 부두 재개발 과정에서 카지노를 건설하려다 포기하고 건담로봇을 설치한게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2020년 개관한 ‘더타워 요코하마 키타나카’는 관광활성화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지상 58층(높이 200m)의 고급호텔과 아파트 및 상가 등으로 이뤄진 주상복합건물이다. 지상 46층은 숙박시설과 카페 레스토랑을 갖춘 전망대로 꾸며 무료 개방하고 있다. 전망대에서는 요코하마 시가지가 한 눈에 들어온다. 고층부에 전망대를 설치해 시민 무료 개장을 조건으로 요코하마시가 용적률과 높이제한을 완화하는 등 민간업체에 센티브를 제공해 설치했다.
▮요코하마 야구단 활용한 도시재생 사업 눈길
요코하마 야구장 인근의 전통건축 양식의 오래된 5층 건물을 시가 인수해 요코하마 야구단이 위탁운영하게 한 사례도 우수 도시재생 사례로 눈길을 끈다.
이 곳 1층에서는 구단 관련 유니품 등 기념품을 판매하고 나머지 건물은 기업체 등의 공유 사무실이나 비즈니스 스쿨로 운영하는 등 다양하게 활용하는 점이 눈길을 끈다.인근에 요코하마 구단 야구장이 있어 이런 점을 도시재생에 활용한 아이디어가 이색적이다.
요코하마 야구단이 운영하는 건물 일대를 비롯 도쿄의 시바마타거리 등 일본 대도시의 주요 도로가 차도를 축소해 보행로를 넓혀 보행자 도로를 시민 여가공간으로 조성한 점은 우리나라와 큰 차이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시내 보행도로가 넓어지고 볼거리·즐길거리가 다양하다 보니 많은 시민이 차 대신 걷기를 선호한다. 그러다 보니 보행로 주변의 상가도 매출이 늘어나는 등 상권 활성화로 연결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코하마 후지사와 SST 스마트 도시’ 미래형 도시 롤모델 제시
요코하마의 후지사와 SST(Sustainable Smart Town)에서 조성한 스마트 도시도 미래형 도시의 모델로 평가되고 있다.
후지사와 SST는 폐쇄된 일본 파나소닉 공장 부지 일대 19㏊에 2014년 조성됐다. 1000가구 3000여 명이 거주한다. 일본의 파나소닉사와 후지사와시가 협력해 복합형스마트 타운으로 만들었다. 스마트 기술을 기반으로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설계를 통해 에너지·건강·교통·보안 등 문제를 해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민과 기업체, 지자체, 대학이 협력해 이상적인 스마트 도시를 구현했다.
후지사와SST 마을은 이산화탄소 배출 70% 감축, 생활용수 30% 절감, 재활용품 등 재생가능 이용률 30% 향상 등을 목표로 세웠다.
이에 따라 이 마을은 전 가구 지붕 등에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 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로 전기를 사용하고 전기자동차를 사용한다. 가구당 1대만 주차를 허용하고 울타리 등 경계가 없는 구조로 마을을 설계해 방범과 보안을 강화했다. 본부에서 매일 마을의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 등 환경오염 측정치를 공개하고 생활용수 등 각종 계획지표의 목표 달성치를 조사해 공개한다. 이같은 결과는 가구에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누구나 확인 가능하다. 또 40대의 방범카메라가 주요 지점에 설치돼 아이들 뛰노는 모습 등을 볼수있게 하고 방범 자료를 수집한다.
우리나라 마을회관 같은 커뮤니티 공간이 있어 수시로 주민 앙케이트 및 타운홀 미팅을 통해 주민의견을 수렴하고 문제점은 주민과 함께 해결한다.
▮도쿄 마루노우치 타운 도시재생 모델 눈길
도쿄에서는 도시재생사업 성공사례로 주목받는 마루노우치 및 메구로구 일대를 시찰했다. 마루노우치 타운 일대는 도쿄역과 황거( 일본 천황과 가족이 사는 궁)사이에 생성된 도시다.
이 곳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오래된 금융기관과 각종 업무시설이 밀집된 원도심지로 업무시간이 끝나면 지역이 텅텅비는 유령도시로 불렸다. 그러다 2000년부터 민·관협력으로 본격 개발이 추진됐다.
1914년 준공된 도쿄역 마루노우치구치 역사와 미쓰비시 본사 건물을 보존하는 등 지역의 역사성을 살리고 이를 도시 디자인에 활용하는 도시공간개발을 채택했다.
지상은 나무를 많이 심고 휴식공간을 만드는 등 보행로를 넓혀 공원형태의 보행자 도로를 만들고, 지하도 역시 어디든 갈수있게 연결했다. 고층건물이 몰린 빌딩 밀집지 보행로도 넓혀 나무를 심고 벤치를 놓는 등 공원화 했다. 건물 곳곳에 소규모 공원도 조성했다. 콘크리트로 둘러쌓인 빌딩숲이 아닌 도심숲을 걷는 느낌을 받았다.
차도 역시 출·퇴근대가 아닌 평상시에는 차량 출입을 통제해 많은 사람들이 보행로를 여유롭게 거닐고 있었다.
마루노우치타운 일대는 보행로가 서로 연결돼 걷기 편하게 설계돼 사람들이 주·야로 몰리도록 만든 점도 특징이다.
이 곳에서 만난 한 상인은 “보행로로 사람이 몰리니 자연히 상가 매출도 늘었다. 사람이 많이 몰리도록 유도하는 게 상권 활성화의 핵심이다”고 말했다.
▮300년 역사 사와노이오자와 양조장· 지유카오카 관광명소, 상권 활성화 비결은
300년 넘는 역사를 지닌 도쿄 인근 사와노이 오자와 양조장은 이색 관광지로 명성이 높다. 오래된 건물 일부는 그대로 보전하고 현대적 양조시설을 갖춰 전통과 현대가 혼재된 곳이다. 지하 700m 암반수에서 채수되는 맑은물을 볼 수 있게하고 지하 술창고 시설과 술 저장시설도 옛날 형태로 유지해 눈길을 끈다. 비녀박물관, 캠핑장, 시음카페 등 편의시설을 갖추고 현지 판매도 하며 관광객을 모은다.
도쿄 외곽의 지유카오카(자유의 언덕) 상가 마을은 마지막 일정으로 시찰했다. 이 곳은 일대 주택가에 13만여명의 인구가 거주하며 12개 구역에 1300개 점포가 있는 일본 최대 단일상가다. 대형매장이 없고 소규모 점포가 밀집해 있다. 인구 20만이 안되는 도시에 점포가 1000개가 넘는 상가가 형성된 것은 세계적으로 드물다.
이 곳이 상가로 명성이 높은 것은 부유층과 연예인 예술가가 많이 거주해 마케팅 반응도가 높다는 점이다. 대기업체들은 신제품을 출시할 때는 이 곳에서 먼저 반응을 본후 대규모 판촉여부를 판단할 정도로 제품의 트랜드를 선도해 전국에서 고객이 몰린다고 상인회는 설명한다.
이외에 각종 이벤트를 수시로 실시하고 12개 구역별로 차별화된 상가를 배치해 다양한 제품을 접할 수 있게 꾸몄다. 또 상가 보행도를 보행자 전용도로로 꾸미고 상가구역별로 단절없이 통행할 수 있게 했다. 상가 주변 대형 보행로에는 나무와 벤치를 갖춘 공원로를 조성해 누구나 즐길수 있게 만든 것도 상가인기의 비결로 꼽힌다. 특이한 점은 주차금지 표지가 보행로가 아닌 상가 소유 토지에 설치된 점이다. 노명용 팀장은 “우리나라에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일본 상인의 공익우선 정신이다. 이런 점은 본받아야 한다. 보행로를 넓혀 공원화하고 걷기좋은 공간으로 만들어 상권 활성화를 꾀하는 일본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밝혔다.
지유카오카 시찰에는 우리나라에서 이 곳으로 이주해 30년 이상 거주하면서 점포를 직접 운영하고 요리연구가로도 활발하게 활동 중인 조선옥 씨가 직접 나와 안내를 해 박수를 받았다.
한정우 양산시 정무특보는 “도시재생 및 상권·관광 활성화와 관련한 일본 선진지 사례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이번 시찰결과를 잘 벤치마킹해 시 현안사업에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시찰단을 이끈 박청운 단장(양산시 건축주택국장)은 “이번 벤치마킹이 시의 혁신적 도시 재창조를 위한 정책개발로 이어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