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 뉴스프리즘] 극한 대치로 치닫는 의대 증원…출구는 어디에

이광빈2 2024. 3. 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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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이광빈 기자]

안녕하십니까. 이광빈입니다.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을 진단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모색하는 뉴스프리즘 시작합니다. 이번주 뉴스프리즘이 풀어갈 이슈, 함께 보시겠습니다.

[영상구성]

[이광빈 기자] 정부의 의대 2천명 증원 방침에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으로 대응하면서 의대 증원을 둘러싼 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정부와 의료계 간의 입장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습니다. 의료현장에서 전공의들이 이탈로 불안해하는 환자들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의대 적정 규모를 둘러싼 논란과 지역 필수의료 붕괴 상황, 해외 상황 등을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문승욱 기자입니다.

[풀리지 않는 '의대 증원' 갈등…의사 적정 규모 논란 / 문승욱 기자]

[기자] 정부가 의과대학 증원을 발표한 건 지난달 6일.

정부는 2025년도 의대 입학정원을 2,000명 더 늘려 전국 의대 입학생 수를 총 5,058명으로 결정했습니다.

<지난달 6일> "급속한 고령화와 보건 산업 수요에 대응할 의료 인력까지 포함하면 2035년까지 약 15,000명의 의사가 더 필요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OECD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6명으로 끝에서 두번째입니다. 정부는 한의사를 빼면 2.1명 수준으로 떨어지고, 이번에 증원을 하더라도 2.3명 수준이 된다고 설명합니다."

현재 국내 의대는 의학전문대학원 1곳을 포함해 총 40곳인데, 이 가운데 17곳의 정원이 50명 미만입니다.

외국 의대 평균 정원이 100명 이상인 데 비해 한국은 평균 77명에 그치고 있습니다.

정부는 투입되는 자원 대비 입학정원이 적은 소규모 의대에선 비효율이 발생한다고 지적하며 증원의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하지만 의료계는 단편적인 해석이라고 비판합니다.

감소하는 인구와 의료 접근성 등을 함께 따져야 한다는 겁니다.

<김택우/대한의사협회 비대위원장(지난달 14일)> "한국은 극히 저렴한 비용으로 의료 접근성이 좋은 나라로 최상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의사가 부족하면 의료 접근성이 떨어져야 하는데 의사 부족이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방향성엔 공감하지만 의대 증원의 경우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정운용/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부산·경남 대표> "교수님들 중에는 이제 10% 정도를 우리가 감당할 수 있을까, 아주 무리하면 20%정도. 그러면 이제 300명에서 500명 선을 이야기하는 분들이 많았죠. 그래서 최대한 형편에 맞게 무리 없이 해결하는 것이 중요할 텐데요."

지방 의료기관, 기피과 등에 대한 구체적인 유인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증원을 해도 서울이나 특정 분과 쏠림 현상은 해결되지 못한다고 지적하기도 합니다.

<정운용/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부산·경남 대표> "일본 같은 경우엔 정부와 의사단체, 지역 의사가 필요한 지자체가 같이 인원을 추계하고 뽑는대요. 지방에 공공병원이 있고 시설과 인력들이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괜찮았다. (우리나라는) 안 가려고 하는 분위기가 많을텐데 그건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잘 대해줘야죠."

다만, 정부는 과거보다 학생 정원은 줄고 교수 채용은 늘어났기 때문에 증원을 해도 교육을 감당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의료계와의 이견은 좁혀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TV 문승욱입니다.

#의대 #증원 #갈등

[이광빈 기자] 정부와 의료계의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면서 의료 필수 분야의 의사 부족 현상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정부는 의사 수를 늘려 이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의료계는 필수 의료 분야의 처우 개선이 우선이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김영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산부인과·소아과 사라진다…지역 필수의료 붕괴 직면 / 김영민 기자]

[기자] 경남 양산의 한 응급실입니다.

지난주 경영난을 이유로 병원이 문을 닫으면서, 주민들은 앞으로 20km 떨어진 다른 곳을 찾아가야 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인근 주민> "조금 불안하고 불편하기도 하죠. 만약 여기서 양산부산대 병원까지 이송되면 한 10분 초과해서 살 수 있는 확률이 얼마 안 된다고…"

지역의 필수의료 분야 문제는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닙니다.

실제로 필수의료 분야인 산부인과, 소아과는 빠르게 무너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상반기 경남지역 산부인과 10곳 중 8곳에서는 신생아 출산이 없었습니다.

병원에서 더 이상 태어나는 아이를 받지 않는 겁니다.

소아과도 최근 5년간 개업보다 폐업한 수가 2배 가까이 많았습니다. 의사들은 정부에서 정해놓은 의료비인 수가가 현저히 낮다고 말합니다.

또, 최근에는 환자의 목숨과 직결되는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의사들을 상대로 소송도 늘면서 의사들이 현장을 떠나고 있다고 강조합니다.

의사 수 자체가 부족한 게 아니라, 필수의료에 종사하려는 의사가 없다는 겁니다.

<소아과 전문의> "저희가 하루 종일 일하거든요. 아침부터 저녁 때까지. 뚜껑 열어보면. 몸은 고된데 생각보다 많이 벌지는 못하고요."

군 단위로 가면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지난해 경남 산청의료원에서는 전문의 한 명을 뽑기 위해 연봉 3억 6천만원을 내걸었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의사가 구해지지 않아 5차례 공고를 낸 뒤에야 채용을 할 수 있었습니다.

지방과 농촌으로 가려는 의사들이 거의 없는 겁니다.

정부는 의대 정원을 확대해 의사 수를 늘리는 게 해결책이라고 강조합니다.

<박민수/보건복지부 2차관> "의사 확충 속도는 정책적 판단 영역으로 양성 기간과 시급성,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의료수요의 증대, 사회 각계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소 규모가 2천명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지역 필수의사제도를 도입해 추진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반면, 의료계는 필수의료에 대한 개선이 선행되지 않으면 의사 수를 늘려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김민관/경상남도의사회 부회장> "저희가 착각하는 것은 지역 인재 전형으로 들어온 이 100명의 의대생들이 우리가 원하는 과를 해줄 거라고 착각하는 겁니다."

또, 지역의 필수의료 붕괴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는 만큼 종합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내놓았습니다.

<마상혁/경상남도의사회 공공의료대책위원장> "지방은 지방소멸과 의료붕괴와 삶의 인프라의 차이, 고령화와 같이 생각해야 될 문제지 어느 한 부분만 빼서 해결될 문제도 아니고"

수도권에 비해 더 빨리 무너져가는 지역의 필수의료를 막기 위한 대책이 시급합니다.

연합뉴스TV 김영민입니다.

#의사 #전공의 #사직서 #의대 #지역

[진행자 코너]

의대 정원 증원 문제로 사회적 파열음이 계속되면서 해외 사례에도 관심이 쏠리는데요. 독일의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독일은 미국과는 달리 국민의 10명 중 9명이 공공의료보험에 가입돼 있는 등 공공의료가 탄탄하기 때문입니다. 경제 구조적으로도 제조업 기반인 등 유럽 국가 중에선 우리나라와 비교하기 좋은 조건인데요.

독일도 의사 부족 현상이 심각합니다. 2022년 기준으로 42만1천여명의 의사가 등록돼 있는데요. 현지 언론에선 2030년까지 20만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고령화로 의료 수요가 많아지기 때문인데요. 특히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지방의 의사 부족 현상이 심각합니다. 이런 이유로 16개 연방 주 가운데 9개 주에서는 지역의사제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의사가 부족한 지방에서 10년간 일하는 조건으로, 기존 정원 외로 의대에 입학하게 하는 제도인데요.

독일은 중앙 정부도, 의사단체도 모두 의대 증원을 원하고 있습니다. 애초 점진적으로 의대 정원을 늘려왔는데, 4년 전인 2020년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의사 부족 현상을 더욱 절감하게 됐습니다. 이에 같은 해 9월 연방정부는 '공공의료 종합대책'을 만들어 기존 1만명 수준인 의대 입학 정원을 5천명이나 늘리기로 결정했습니다.

이후 연립내각 주축이 바뀌었지만, 이 정책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습니다. 다만 실천이 지지부진한데요. 독일에서 의료·교육 정책은 지방정부 소관이어서 연방정부의 결정이 그대로 이행되지 않습니다.

독일에선 의사 단체들도 과도한 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해 의사 확충을 요구해왔습니다. 독일 최대 의사 노동조합인 '마부르크 분트'는 2022년 총회의에서 의대 입학 정원을 6천명 늘려야 한다는 요구 사항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독일 의사들은 왜 의대 증원을 원할까요. 젊은 의사들이 일과 가정의 병립을 원하는 데다 여성 의사 증가로 출산과 육아를 위해 휴직하는 경우가 늘면서 현장 인력 부족 현상이 심화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의사단체에선 급격한 의대 증원에 대해선 교육의 질 저하를 초래한다는 경고음도 울리고 있습니다.

그러면, 연방정부도, 의사단체도 획기적인 의대 증원을 원하는데 지방정부 차원에서의 증원 작업은 왜 더딜까요. 재원 부족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독일에선 의대를 포함한 대학 학비를 지방정부가 지원합니다. 의대 정원이 늘어나면 지방정부의 재정 부담이 커지는 구조입니다.

독일 사회는 갈등 현안을 처리할 때 대체로 상당한 토론 및 협상 시간을 갖는 경향이어서 정책 추진에 시일이 걸리기도 합니다. 독일 연방정부는 올해 의대 증원 계획이 탄력을 받도록 지방정부와 조율하고, 의사 확대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한 수가 정책 등을 조정한다는 계획인데요. 귀추가 주목됩니다.

[이광빈 기자] 최근 의료대란은 전공의들의 집단 현장 이탈로 시작됐는데요. 대형병원이 전공의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기형적인 인력구조가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대형병원들이 꼼수를 써온 셈인데요. 대형병원이 전공의 의존도를 낮추고 전문의 중심으로 인력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박지운 기자입니다.

[민낯 드러난 빅5 병원 운영…전공의 비중이 40% / 박지운 기자]

[기자] 2000년 의약분업, 2014년 원격의료에 이어 2020년엔 공공의대까지,

정부의 정책에 맞서는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은 계속돼왔습니다.

<박지현 / 전 대한전공의협의회장 (2020년 8월)> "저희는 단체행동 중인 거고요. 저희가 일부 의료 정책들에 대해서 올바른 소통 없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고 끊임없이 의사들이 그것이 문제가 있다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의대 증원 논란이 불을 지폈고, 전공의들과 정부의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공의들이 '실력행사'에 나서면 정부는 늘 굴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들의 집단행동이 '불패'로 이어져온 건 주요 병원들이 전공의 인력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를 띠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빅5' 병원의 전공의는 총 2,745명, 전체 의사의 39% 수준입니다.

서울대병원은 전공의 비중이 전체의 46%에 달했습니다.

이렇다 보니 전공의들이 빠진 의료 시스템은 붕괴 위기에 직면합니다.

<박민수 / 보건복지부 2차관 (지난달 23일)> "중증응급진료의 핵심을 차지하고 있는 상급병원에서 전공의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30~40% 수준이고 또 거기서 지금 현장을 이탈한 수준이 70%를 넘고 있기 때문에 상당한 위기라고 판단하고 심각 단계를 발령…"

대형병원들은 전문의를 대체할 값싼 인력으로 전공의를 대거 고용해 수익을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전공의들은 주당 평균 77.7시간을 근무하면서 월 평균 약 398만 원을 받고 있는데, 시간당으로 계산하면 사실상 최저 임금을 받는 셈입니다.

이런 기형적인 시스템을 개선하려면 병원을 전문의 중심 구조로 개편해야 하지만,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정형선 /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 "인력이라든지 시설, 의료기관이나 이런 게 관여된 정책은 정부가 쉽게 바꿀 수가 없어요. 20년의 비전을 가지고 할 수밖에 없는 거고, 그렇게 하려면 일단 의대 정원부터 스타트가 돼야 하는 거죠."

장기 계획을 세우고 느린 호흡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겁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혼란을 최소화하려면 상급병원 쏠림 현상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정형선 /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 "이제 진짜 필요한 환자 중심으로 해서 바뀌어야 되죠. 그게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대책이에요.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환자의 위급성에 따라서 받는 걸 조정해서 일단 이 상황은 해결해 가면서…"

한편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이 전문의 중심으로 탈바꿈할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오는 2027년까지 국립대 의대 교수를 1000명 늘리는 등 인력 구조를 단계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힌 상황입니다.

연합뉴스TV 박지운입니다.

#의대증원 #전공의 #전문의

[클로징: 이광빈 기자] 독일은 선진국 가운데서도 노사 간 협상이 원활한 국가로 알려져왔는데요. 그런데 은근히 파업이 많습니다. 제가 독일 수도 베를린에서 특파원으로 있을 때 대중교통 등 각 산업 분야에서 파업 소식이 수시로 들렸습니다. 독일 헌법 격인 기본법은 파업 등 쟁의행위를 엄격히 보호합니다. 그런데 특이한 게 파업이 하루이틀 사이에 그쳤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대부분의 파업은 일시적인 '경고 파업'이었습니다. 노사 협상 과정에서 노조가 협상력을 키우기 위한 행동인 셈인데요. 노사 간의 협상은 이런 수싸움을 거치면서 대부분 파국 없이 타협안을 찾습니다.

올해 초 독일에서도 23개 대학병원에서 수천 명의 의사들이 지난 1월 30일 파업을 벌였습니다. 임금 협상 등 단체교섭이 난항을 겪자 의사 가운을 벗은 채 피켓을 들고 거리에 나선 건데요. 이 역시 '경고 파업'이었습니다. 요즈음 베를린에서의 기억이 많이 떠오르는 시절입니다.

이번주 뉴스프리즘 여기까지입니다. 시청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의대증원 #파업 #의대

PD 김효섭 AD 김희정

연합뉴스TV 기사문의 및 제보 : 카톡/라인 jebo23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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