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유세장서 쫓겨난 해병대 "이종섭 출국? 이게 공정·상식인가"[영상]
"이종섭 전 장관 등 혐의자들 도피 시도…수사 시스템 망가져"
"한동훈, '채상병'도 동료 시민으로 인정해야"…특검 촉구
"나는 지금도 국민의힘 당원…채상병 사건, 진보‧보수 문제 아냐"
지난 8일 '채상병 순직' 사건의 외압 의혹 관련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출국금지 논란이 발생한 가운데 비슷한 시각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경기 성남에서 유세를 펼치고 있었다.
정원철 해병대 예비역연대 회장은 당시 성남시 단대오거리역 앞에 도착한 한 위원장을 향해 "채 상병 특검에 대해 입장을 밝혀주십시오", "이종섭이 도망칩니다. 정부‧여당 대표로서 어떤 입장을 갖고 계시는지 말씀해주십시오"라고 외치다가 현장에 있던 경찰들에 의해 끌려 나갔다.
'질문하는 기자' CBS노컷뉴스 이정주 기자는 9일 예비역 해병이 끌려 나갔던 바로 그 자리 '단대오거리역 앞 횡단보도 앞'에서 정 회장을 만났다.
◇ 이정주> 어제 유세 현장에서 왜 끌려 나간 건가?
◆ 정원철> 사실 한동훈 위원장이 온다고 해서, 저는 이 동네 주민으로서 유세장에 나와 '의견을 들어야 겠다'라고 생각하고 나왔다. 여기에 '거리 인사'라고 표기가 돼 있길래, 이 지역 주민들의 얘기를 듣겠다고 오신 걸로 알았다. 그래서 '채상병 특검'에 대해서 입장이 무엇인가. 이종섭 전 장관이 (호주로) 도망가는데 여당 대표로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물었는데 계속해서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어떤 분들이 저를 끌어냈다.
◇ 이정주> 끌어낸 사람들은 경찰이었나? 이유는 뭐라고 설명하던가?
◆ 정원철> 나중에 보니 경찰인 걸 알았다. 저도 잘 모르겠다. 왜 끌어낸 건지 모르겠는데 저는 1인 시위를 한 거다. 법 테두리 내에서 저는 1인 시위를 했고 확성기를 사용했다. 아주 작은 확성기로 사용할 수 있는 걸 이용했다. (한 위원장이) 거리 인사를 하러 오셔서 많은 주민들의 얘기를 듣는다고 했는데, 근데 그것이 듣기 싫으셨는지 저를 끌어내더라.
◇ 이정주> 영상을 보니 어제 별도 현수막도 준비한 것 같던데, '채상병 순직' 사건과 수사 외압 의혹 관련 특검 도입에 대한 입장을 요구한 것인가?
◆ 정원철> 그렇다. 우리나라에 많은 정당이 있다. 그런데 제일 중요한 정당이 바로 정부‧여당이다. 저는 그 당, 국민의힘의 당원이다. 정부‧여당에서 지금 국민적으로 의혹이 있는 채상병 수사 외압 사건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일부 여론조사를 보면 특검을 원하는 국민들이 73%나 된다. (경향신문, 엠브레인퍼블릭 의뢰, 2023년 12월 29일~30일 조사, 100% 무선 전화면접,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그래서 그걸 물어본 것이다.
◇ 이정주> 정 회장과 해병대 예비역 단체가 '채상병 특검'을 요구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월 한 위원장과 대전 현충원에서 처음 만난 것인가?
◆ 정원철> 저희는 지난 1월 2일이 채상병의 생일이라서 묘지가 있는 대전 국립현충원에 가서 참배를 했다. 그 사이에 한 위원장이 현충원 참배를 왔길래 우연히 만나 '채상병 참배' 요청을 드렸다. 그런데 아무 답변도 하지 않고 지나갔다. 여당의 대표라면 (채상병과 같은) 그런 죽음에 대해서 별도 참배를 할 만한 의미가 있다고 봤다.
◇ 이정주> 한 위원장을 옹호하려는 건 아니지만 굳이 이해를 해보자면, 해병대 예비역 일행들이 갑자기 나타나니까 당황해서 지나친 것 아닐까 싶은데?
◆ 정원철>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사람 대 사람'으로 대하는 게 있지 않냐. 그 자리에선 어려워도 별도 수행 보좌진들이 있고, '지금 일정이 있어서 어렵습니다. 저희가 따로 한번 시간을 내겠습니다' 이렇게 이야기 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런 말도 아예 없었다.
◇ 이정주> 설 명절를 앞두고 지난달 8일 한 위원장이 서울역에서 귀성 인사를 하던 자리에서도 충돌이 있었다고 하던데?
◆ 정원철> 당시에도 역시 '채상병 순직 사건 특검'과 '박정훈 대령 탄압 중지 요구'가 적힌 종이 팻말을 들고 갔다. 현장 옆이 기차가 다니는 플랫폼으로 낭떠러지인데, 기습 시위를 하는 우리는 좀 더 앞으로 가려고 하는데 (경비 인력들이) 우리를 기차 쪽으로 밀어버리는 바람에 자칫 큰 사고가 날 뻔 했다. 제일 뒤에 있던 예비역 해병은 기차 레일 쪽으로 떨어질 뻔 한 것이다. 다행히 인명사고는 없었다. 소동이 발생한 후에 (경비 인력 등) 그 분들도 좀 심각성을 느꼈는지 세게 밀지 않았다.
◇ 이정주> 채상병 순직 사건의 외압 의혹 관련 주요 피의자인 이종섭 전 장관이 호주 대사로 임명이 된 이후 출국금지 논란이 있었다. 공수처의 수사로 인해 출국 금지됐다가 지금은 해제됐는데 어떻게 보나?
◆ 정원철> 한 위원장은 검사 출신으로 직전 법무부 장관이다. 출국금지가 해제되려면 법무부 장관의 승인이 필요하다.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여쭤본 것이다. 채상병 순직 사건 관련 수사 외압 사건의 종범(從犯)이라 할 수 있는 이 전 장관이 호주 대사로 도피를 하려고 한다. 지금 수사 시스템이 망가진 것 아니냐. 또 거기에 관련 있는 사람으로서 신범철 전 국방차관, 임종득 전 국가안보실 2차장 등 이런 사람들이 지금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을 나가려고 하고 있다. 이렇게 지금 범죄 혐의자들이 해외로 나가고, 공천 받아서 움직이는 것이 지금 수사가 잘 되고 있는 것인가 그걸 (한 위원장에게) 물어봐야 한다.
◇ 이정주> 일반인이 거대 권력에 이렇게 끈질기게 맞서는 게 사실 쉽지 않다. 이렇게 싸우는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인가?
◆ 정원철> 이건 진보-보수의 싸움이 아니고, 정의와 불의의 싸움이다. 반드시 정의가 이기는 싸움이다. 다만 거대 권력이 현재 완전히 장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모를 수 있다. 언제 올지 모르는 그 승리가 너무나 요원할지라도 계속해서 싸워가다 보면, (승리는) 시간 문제라고 생각한다.
◇ 이정주> 총선을 앞둔 시기라서 일각에선 정 대표를 포함한 해병대 예비역들이 민주당 등 특정 세력 편을 드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는데?
◆ 정원철> 저는 지금도 국민의힘 당원이다. 제가 국민의힘을 입당한 것은 전임 문재인 정부의 국정 때문에 정권이 교체돼야 된다는 생각으로 입당했다. 아마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결정되기 전인 2021년 말쯤에 입당한 것 같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엔 '공정과 상식'을 그렇게 부르짖었던 분이다. 그런데 그 분이 말하는 공정과 상식이 이것인가. 채상병 사건 관련해서 이렇게 하는 게 공정과 상식인가. 국방의 의무를 졌던 장병이 죽은 지 8개월이 지났다. 그런데 왜 수사가 아직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지 그걸 저는 강하게 묻고 싶다.
◇ 이정주> 이종섭 전 장관이 곧 출국할 것 같은데, 이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 정원철> 이 전 장관이 호주 대사로 임명됐다는 것에 저는 '이게 공정과 상식인가', 장관급이었던 사람이 차관급인 호주 대사로 가는 게 상식인가 싶다. 지금 이 사람은 범죄 혐의자다. 범죄 혐의에 강한 의심이 드는데, 이 사람을 어떻게 다른 나라의 외교 대사로 보낼 수 있나. 호주가 그렇게 쉬운 나라인가. 어떻게 보면 호주 국민들을 무시하는 행태다.
◇ 이정주> 최근 검찰, 경찰 출신들이 대거 총선 출마에 나서면서 정치적 논란도 있다. 해병대 예비역 단체가 정치 개입 또는 선거 국면에서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데?
◆ 정원철> 우선 저희 같은 경우에는 '채상병 순직 수사'와 관련해서 진상규명을 원한다면 어느 누구와도 함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도 이에 대해 전향적인 자세를 가지면 얼마든지 함께할 수 있다는 그런 마음이다. 그런데 해병대전우회 중앙회 부총재를 맡고 있는 가수 김흥국씨는 채상병 수사 외압의 주범이라고 할 수 있는 윤석열 정부에 대해선 일언반구 비판도 없이 무조건 정부 여당의 지지를 표현하고 있다. 최근 서대문을에 출마한 국민의힘 박진 후보 사무실 개소식을 갔다는 보도가 나왔다. 박 전 장관은 해병대 출신도 아닌데 거길 간 거다. 오히려 바로 옆 지역 서대문갑에 출마한 김규현 변호사는 해병대 출신인 데다, 채상병 사건 관련 법률 자문도 해주고 있다. 거길 간다면 명분이라도 있지, 이건 다르다.
◇ 이정주> 최근엔 채상병 사건 특검을 지지하는 조국혁신당의 조국 대표도 만났는데?
◆ 정원철> 우리가 누구를 만난다고 해서 '그를 지지한다'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얘기를 전하는 것이다. '채상병 사건' 특검 도입 등 우리 얘기를 수용할 수 있는 분들이라면 누구든 함께할 수 있다. 저희는 항상 열려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도 생각을 바로 갖고, 이젠 채상병도 같은 '동료 시민'으로 인정하고 함께하기를 기원한다.
◇ 이정주>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정원철> 채상병 사건에 대해 현 정부는 너무나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 국가를 위해서 헌신한 사람에 대해 확실하게 대우해야 하는 것이 보수다. 그런데 오히려 헌신한 사람은 싹 덮어버리고 또 본인의 직위에 맞게 공정하게 수사했던 박정훈 대령에 대해서는 항명죄를 뒤집어 씌워서 그 집을 완전 작살 냈다. 너무나 잘못된 것이다. 당시 무리한 수색 지시를 내렸다고 추정되는 임성근 전 사단장 등 이런 지휘관들은 아무도 처벌을 받지 않고 있다. 최근엔 임 전 사단장이 저를 고소한다는 메일이 왔다. 사람이 인두겁을 쓰고 그러면 안 된다. 본인이 잘못했으면 잘못했다고 인정하고 깔끔하게 물러나는 것이 해병대다. 시민으로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은, 보수든 진보든 진영 논리에 갇혀서 보지 말고 상식선에서 판단을 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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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정주 기자 sagamor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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